100. 이 세상에 ‘잡초’라는 풀은 없다
100. 이 세상에 ‘잡초’라는 풀은 없다
  • 미디어붓
  • 승인 2021.03.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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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해변길. 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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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은 충북 중원군(현재 충주시)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시인은 가난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어렸을 적 변변한 일거리가 없는 아버지는 품을 팔거나 어우리 소(소 주인과 이익을 반으로 나눠 갖는)를 길렀다. 시인은 틈이 나면 묵은 밭뙈기에서 칡끈을 끊거나 삽주 뿌리를 캤다. 때론 배고픔에 (생강처럼 생긴) 북나무 열매를 따서 먹기도 했다.

밥과 음식은 항상 식어있었다. 몇 번을 데웠던지 졸아 버린 된장찌개는 짰다. 시인이라면 조금은 가난해야 폼도 나고 글맛도 좋을 것 같지만 그의 가난은 그냥 가난이었다. 돈도, 집도, 아내도, 자식도 없이 마흔여덟 해를 살아오다 쉰 살이 넘어 충북 음성 출신의 여인에게 장가를 갔다. 이로써, 파스를 방바닥에 펴놓고 몸을 굴려 등에 붙이는 외로운 종사(從事)를 끝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함 시인은 어머니를 고향 이모 댁으로 모셔야 했다. 이별을 앞두고 어머니와 설렁탕집에 들렀다. 어머니는 설렁탕 국물을 한 댓 숟가락 뜨다가 주인을 불렀다. “국물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니 국물을 조금 더 주시오.” 주인은 흔쾌히 국물을 더 주었고 어머니는 주인이 안 보는 사이, 시인의 뚝배기에 국물을 부어주었다. 그만 따르라고 자기 뚝배기를 어머니의 것에 부닥치는데 서러움이 울컥 치받았다. 곁눈질로 그 모습을 본 주인은 모른 척 깍두기 한 접시를 식탁에 놓고 갔고, 시인은 참고 있던 눈물을 국물처럼 뱉어냈다.

소설가 김훈은 함 시인의 주례를 보면서 ‘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지나가도, 몸을 다 내주면서 뒤통수를 긁는 사람’이라고 그를 표현했다. 그는 불우한 삶을 살았고, 지금도 가난하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의 가난은 행복한 통증이기 때문이다.

시 한 편에 3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3000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300원이 돌아오는데/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함민복-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中)

눈물로 씻어 안친 밥을 먹으면서도 그의 시는 충분히 아름답고 넉넉하다. 스트레스, 불화, 욕심, 이기심, 집착, 욕망 같은 세속적인 것들에 대해 일갈하지만 겸손하다. 허릅숭이 투박함이 비루하지 않다. 함 시인의 가난은 배고프지 않다. 가난은 그에게 그저 ‘살아 우는’ 글자일 뿐이다. 가난과 몸을 섞으며 끓여 먹는 라면 가닥, 가난과 욕망 사이에서 잉태한 차디찬 방은 팅팅 불어있지만, 원망은 없다.

잡초라는 것은 없다.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잡초일 뿐이지, 실제로는 잡초가 아니다. 사람이 농사짓고 생활하는 데 방해가 되니 잡초라 부르는 것이다. 잡초는 그냥 야생초·들풀·약초로 불리어야 옳다. 잡초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잡초는 ‘무용지용(無用之用·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인 것이다. 잡초가 작물과 경쟁해서 백전백승하는 이유는 잡초는 자연 상태로 있고, 작물은 우리가 원하는 부분만 발달시키려고 억지로 변형시키기에 그렇다. 결국 잡초는 인간의 편의에 의해 죽고 또 죽는다. 세상에 이름 없는 풀이란 없다. 우리가 그 이름을 모를 뿐이다.

삼척 동막. 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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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강원 삼척시 도계읍)

고사리는 오래전부터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즐겨 먹는 산나물의 대명사다. 고사리는 중국 춘추시대 사람인 백이·숙제가 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했다는 일화가 문헌으로 전해질 정도로 오래전부터 먹었던 산나물이다.

고사리에 대해 전해지는 설화가 있다. 고려 시대에 한 여인이 반야산에서 고사리를 캐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가보니 아이는 없고 땅속에서 큰 바위가 솟아나며 거기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나라(조정)에서는 그것을 신성하다고 여겨 혜명 스님에게 그 바위로 불상을 만들어 세우도록 했다. 그것이 지금의 충남 논산시 관촉사에 있는 ‘은진미륵’이다.

고사리를 두고,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고 했다. 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도 얼핏 딴생각하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어서다. 고사리가 정력을 떨어뜨린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단백질이 많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식이섬유가 많아 배변에도 좋다. (일설에 따르면) 고사리가 안 좋다는 말은 산중 스님들이 지어낸 것으로, 동네 사람들이 봄만 되면 고사리 씨를 말리려 들기에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한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고사리(古士里)는 실제로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곳으로 원래 권리라 하였는데, 후에 고사리로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일설에는 마을 안산이 험악해 옛날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하여 고살(故殺)이라 한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도 한다.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고사리(古沙里)는 점봉산자락이 동쪽으로 펼쳐져 있는 산간마을이며 굿바웃골, 다래버덩, 방골, 삼마치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고사리는 고새울, 고사촌(古沙村), 고사동(古沙洞) 등으로 불리던 지명이다.

전북 김제시 진봉면 고사리(古沙里)는 왕봉산 국사봉 밑에 자리 잡은 마을로, 옛날 왕봉산에 오래된 절이 있어 고사(古寺)로 불리다가 절 사(寺)를 모래 사(沙)로 바꾸어 고사(古沙)로 고쳐진 것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전북 군산시 회현면, 전남 광양시 다압면, 경남 창원시 진전면에도 고사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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