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마시고 취하는 폭탄주 사회는 사회적 거울
103. 마시고 취하는 폭탄주 사회는 사회적 거울
  • 미디어붓
  • 승인 2021.04.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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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중 소주 안주로 먹은 고추장 찌개. 미디어붓DB
비박 중 소주 안주로 먹은 고추장 찌개. 미디어붓DB

술은 ‘사회의 음식’이라고 한다. 그 사회의 성격을 나타내는 측정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사회적 거울이기도 하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자는 폭탄주 문화는 동시에 망가지길 원하는 시한폭탄이다. 간(肝)이 미처 분해할 새도 없이 마시니 휘발성 또한 강하다. 밤마다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고 있다. 병권(甁權)을 잡은 소대장이 수류탄(병뚜껑)을 깐다. 다 함께 자폭하자고 한다.

‘소폭(소주+맥주)’을 말기 시작하면, 술잔은 몸서리치며 거품회오리를 일으킨다. 맥주는 이내 그 빛깔을 잃고 혼절한다. 폭탄주는 섞는 순간 술이 아니라 원형(原形)이 없는 술이 돼버린다. 사람들은 일찍이 ‘섞는 것’에 집착하고 ‘섞는 것’에 매료되어 음주 토템 문화의 궤적을 그려왔다. 섞지 않으면 남들과 섞이지 못할 거라는 강박관념은 취기(醉氣)가 아니라 치기(稚氣)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을 갈구하게 만드는가.

섞이는 것은 희석이다. 대충 섞이면 남들에게 묻어가는 것이 되니까 싫은 것이다. 사람은 독할수록 겉이 순하다. 반대로 술은 순할수록 속에서 쌓여 독해진다. 대강, 눈치껏 살기 싫어 밤새도록 오롯이 게워내면서도 취한다. 삭히고 삭힌 마음의 숙성을 마신다. 이는 발효된 세월을 마시는 게 아니라, 세월을 발효시켜 마시는 것이다. ‘자폭하는 소폭의 시대.’ 취하고 싶고 망가지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달래는 즐거운 자해다. 잊고 싶어서, 잊지 않기 위해서 빛바랜 어둠은 술을 삼킨다.

마시리(경북 군위군 효령면)

술의 기원은 깊은 산속에 살던 원숭이가 과실이 떨어져 발효된 물을 마시고 기분이 좋은 듯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빚게 됐다는 예화(例話)로 대치된다. 인류의 발달사를 보면, 수렵시대에는 과실주가 만들어지고 농경시대부터 곡류를 원료로 한 곡주가 빚어지기 시작했으며, 청주나 맥주와 같이 곡류로 빚은 양조주는 정착 농경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술의 역사는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고, 어떤 방법으로 술이 처음 제조됐는지 그 기원을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문화가 중국의 문화권에서 파생 전래돼왔음을 상기하면, 술의 유래도 중국에서 연유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특히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과의 투쟁사로 이뤄지므로 그 가운데에서 술에 대한 이야기와 양조법이 전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로 한국 역사에 술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된 것은 ‘고삼국사기(古三國史記)’로, 고구려를 세운 주몽(동명왕)의 건국담 중에 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가 능신연못가에서 하백의 세 자매를 취하려 할 때 미리 술을 마련해 놓고 먹여서 취하게 했다. 큰딸 유화(柳花)는 수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해모수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았다.

떡은 ‘떡떡’ 걸리고, 밥은 ‘밥바서(바빠서)’ 거르는데, 술은 ‘술술’ 넘어가서 마신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술과 관련한 지명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마시리를 비롯해 안주가 생각나는 파전리와 계란리, 술상이 늘 차려져 있을 것 같은 술상리는 물론 이미 술값을 계산하고 나온 사람들만 있을 것 같은 술산리 등 천태만상이다.

경북 군위군 효령면 마시리(馬是里)라는 지명은 주야장천 술을 마시리라는 즐거운 상상과 달리, ‘芼兮’(모혜)라는 중국어 발음에서 유래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정설이다. ‘마시리’는 동네가 있는 효령현(孝靈縣)이 본래 모혜현(芼兮縣)이었는데, ‘芼兮’의 중국어 발음이 마시(mao his)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시리에는 마시, 괴야들, 덕동, 못안골, 대사동마을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마시마을은 본 리(里)가 시작된 마을이고, 괴야들마을은 괴목이 많이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덕동마을은 큰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불리게 된 동네다. 못안골마을은 앞에 못이 있다 하여 칭해진 고을이며, 대사동마을은 큰 절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고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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