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대학교의 꼼수
유원대학교의 꼼수
  • 나인문 기자
  • 승인 202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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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신의’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일화 중 하나가 상앙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중국 진나라의 재상으로 부임한 상앙이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백성들의 불신이 그 원인이었다. 그래서 궁궐 앞에 나무를 세우고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 백금을 주겠다는 방문(榜文)을 붙였다. 그러나 나무를 옮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상금을 천금으로, 또 다시 만금으로 올렸다. 그러던 중 어떤 이가 장난삼아 나무를 옮겼다. 그랬더니 정말 방문에 적힌 대로 만금이 하사됐다. 그 후, 진나라는 백성들의 신뢰를 토대로 부국강병을 이뤄 마침내 중국을 통일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일화다. 그만큼 신뢰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충북 영동에 본교를 둔 유원대학교가 본교 정원을 줄이고, 그 인원을 아산캠퍼스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군민과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방도시의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수백억 원의 귀중한 세금을 지원해 준 영동군과 군민들이 느끼는 배신감도 클 수밖에 없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지원해 준 금액만 무려 225억 3628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영동포도.와인산업특구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비롯해 영동포도 클러스터 육성사업 및 역사자료집 발간 용역비 지급, 와인아카데미 위탁 운영, 영동특산 아이스와인 제조기술 개발 용역 등 포도를 주산지로 하는 영동지역 농가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아낌없이 지원했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와인발효학과를 폐과하고 그에 따른 정원을 아산캠퍼스로 조정하려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태가 이어졌다. 영동군민들이 유원대의 ‘먹튀’를 우려하는 대목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러한 행태에 군민들의 염증도 깊어지고 있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구감소 및 지역경제 황폐화를 우려하는 군민들의 약점을 교묘히 파고드는 치졸한 행태에 “차라리 떠나라”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그동안 가져간 군민들의 귀중한 세금은 토해내고 가야한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신뢰’가 사금파리가 된 이상, 더이상 붙들고 싶지 않지만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도 괘씸하다는 얘기다.

영동 본교 학생 수를 2500명 이상 유지하고, 기존 영동 본교 학과는 더이상 아산캠퍼스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2016년 6월 체결한 상생발전협약을 무시하고, 뒤통수를 내리치는 행태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통첩이기도 하다.

군민들은 예서 그치지 않고 수상한 장학금에 대한 의혹 규명과 군비 환급 조치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해 있는 대학은 비단 유원대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영동포도, 영동와인 등 지역특성을 살려 활로를 모색하기는커녕, 수도권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줄행랑을 치는 것이야말로 졸렬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양의 머리를 내어놓고 실은 개고기를 파는 ‘양두구육’(羊頭狗肉)과 같이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얄팍한 행보가 되풀이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교육은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는 ‘이여반장’(易如反掌)이 아니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어제 한 약속이 오늘은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을 보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하심(下心), 마음을 내려놓으면 가슴 속 한 가운데 태양이 뜬다. 귀 기울여 영동군민의 걱정소리를 듣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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