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할아버지 도운 청년 찾았어요”
“폐지 줍는 할아버지 도운 청년 찾았어요”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6.2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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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달군 사연 주인공 찾고보니 배재대 학생
아르바이트 마치고 귀가하던 바이오의약학부 김태양 학생, 생면부지 가족에 분유값도 전달
최근 한 소셜 미디어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도운 학생을 찾는다는 사연이 감동을 준 가운데 주인공 김태양(가운데) 배재대 바이오의약학부 학생이 김선재 배재대 총장, 우관섭 배재대 직원동문회장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다. 배재대 제공
최근 한 소셜 미디어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도운 학생을 찾는다는 사연이 감동을 준 가운데 주인공 김태양(가운데) 배재대 바이오의약학부 학생이 김선재 배재대 총장, 우관섭 배재대 직원동문회장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다. 배재대 제공

“집에 계신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몸이 성치 않으신 분이 늦은 시간까지 어린 손주들 분유 값 걱정하시는 게 안쓰러워 잠시 도왔을 뿐입니다.”

배재대학교 학생이 생면부지의 가족을 도운 사연이 뒤늦게 소셜 미디어에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배재대 바이오의약학부 2학년인 김태양 군의 사연은 지난달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군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자취방으로 이끌고 있었다. 오르막길에 접어들 무렵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힘겹게 가던 한 할아버지와 조우하게 됐다.

‘우리 할아버지도 저 연세되셨을 텐데…. 왜 새벽까지 힘에 부치는 일을 하실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묵묵히 할아버지 댁까지 리어카를 끌어다 줬다. 할아버지는 집에 갓난쟁이들이 있는데 분유 값이라도 벌려고 새벽에 폐지를 모은다며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그는 뒤돌아가며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었던 10만원을 건넸다. 김 군도 밤새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었다. 아이들에게 맛난 음식도 사주고 새벽에 힘든 일도 되도록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는 따뜻한 말도 함께 전했다. 이 사연은 한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며 많은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사연을 올린 이는 할아버지의 가족이라며 ‘노란머리 배재대 청년’을 찾는다고 했다.

며칠 뒤 이들 가족과 마주한 김 군의 이야기가 또 올라왔다. 글쓴이는 “학생(김 군)이 분유 3통을 주고 갔다”며 “무엇이 이 학생을 일터로 뛰쳐나가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생의 위치였다면 할아버지를 돕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끄럽다”고 적었다. 이어 “학생(김 군)과 배재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좋은 사람”이라며 “무언가 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이미 성숙해져 가는 과정이라고 느꼈다며 그는 이미 멋진 사람”이라고 썼다.

이 가족을 만난 김 군은 아이들과 추억을 쌓으라며 몇 만원을 더 쥐어줬다고 한다. 이 글에 400명 가까이 공감하면서 학생들도 뭉클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야기를 접한 김선재 총장과 배재대학교 직원동문회원들은 학생을 수소문했다. 김 총장은 “새벽까지 택배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들었는데 기특하다”며 “코로나19로 위축된 대학에 흐뭇한 소식을 전해줘 고맙다. 대학이 추구하는 바른 인성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김 군은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도왔을 뿐인데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월 십시일반 장학금을 모으고 있는 배재대 직원동문회원들은 마음이 따뜻한 김 군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 모금취지에 부합한다는 중지를 모아 김 총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23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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