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서 영화제작자로 변신 “금지가요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 만듭니다”
가수서 영화제작자로 변신 “금지가요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 만듭니다”
  • 나인문 기자
  • 승인 2020.07.02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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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출신 가수 류찬
대전과 충청지역서 로케이션…지자체들 '지원사격'
9월~11월 경 개봉 예정…개봉 동시에 연극과 뮤지컬로 승화
가수서 영화제작자로 변신하는 류찬. 중부신문 제공
가수서 영화제작자로 변신하는 류찬. 중부신문 제공

POP의 열기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며 한국 음악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때 왜 하필이면 ‘7080’을 소환했느냐고요? 이때의 대중음악사는 암울한 역사이자 한국 대중가요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유신체제가 극악에 이르자 곳곳에서 이에 항거하는 투쟁이 일어났죠. 더구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음악마저 동조하니 정부는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중앙정보부가 나서 대중음악을 감시하며 통제하기 시작했어요. 음악은 정치를 압도하는 얼굴 없는 영향력이죠.”

4번째 공화국 유신 체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의 확산으로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 됐지만 민주주의는 크게 훼손됐다. 기자들의 붓은 강제로 꺾였고, 출판 서적들은 봉쇄됐으며, 가수들의 노래는 금지됐다. 1975년부터 1980년까지 활동한 ‘중앙정보부 40호’는 대중가요를 심사하기 위해 비밀리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유신을 비판하는 노래들이 자생하기 시작하자, 상부에선 정보부 군인 3명에게 금지가요를 걸러내라고 명령했죠. 이들은 갖은 사유와 억지를 붙여 대중음악들을 칼질합니다. 급기야 금지시킬 이유가 전혀 없는 노래까지 금지 사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물론 박 대통령 서거이후 생긴 정권에서도 금지가요는 계속됐습니다.”

그가 제작하는 영화 ‘금지가요’는 블랙코미디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가볍게 여운을 띄우는 형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캐스팅도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까지 구상 중인 라인업은 임창정(이 중위役), 샤이니의 민호(윤 소위役), 이경영(함 소령役), 김해곤(차 실장役), 티아라의 함은정(박 소위役), 박해미(공 마담役), 최정원(김추자役), 임영웅(이장희役) 등이다. 이들은 노래도 되고, 연기도 되는 만능 엔터테이너들이다.

“금지가요는 명령이었어요. 어느 노래를 두고 건전하다, 불건전하다 판단하는 권한은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천차만별인 사람의 주관적 판단을 정부가 하는 것, 그 자체가 모순이죠. 음악이 사회를 변혁할 직접적 무기는 될 수 없지만,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 겁니다. 저속하고, 퇴폐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된 노래가 40곡이 넘습니다.”

당시 가수들 이름들은 강제로 한글화됐다. 이를 거역하는 사람들은 텔레비전.라디오 방송 출연이 금지되고 모든 언론 방송매체와의 접촉도 봉쇄됐다. 바니걸스는 졸지에 ‘토끼소녀’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투에이스는 ‘금과은’, 투코리언스는 ‘두 한국인’, 딕페밀리는 ‘서생원가족’, 어니언스는 ‘양파들’, 김세레나는 ‘김세나’, 패티김은 ‘김혜자’ 키보이스는 ‘열쇠소년들’, 영사운드는 ‘젊은 소리들’, 와일드캣은 ‘들고양이’가 됐다.

“당시 칼질은 상상을 초월해 허상에 가깝죠. 예를 들어 노래 ‘고래사냥’을 두고 정보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북괴군 새끼들이 호시탐탐 남침하려고 벼르고 있는 마당에, 가무를 즐기자는 거야 뭐야? 삼등삼등? 이것도 뭔가 수상해. 암호 같기도 하고. 세 번째 칸이나, 새벽 3시, 아니 3명이 분명해. 그렇다면 간첩이잖아. 쎄시봉!! 일단 잡아 들여 조사해 보자고. 털면 먼지 안 나오는 놈이 어디 있겠어.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데 왜 하필 동해로 가. 서해도 있고 남해도 있는데. 그것도 12시간 걸리는 삼등 열차를 타고. 수상해. 여기서 말한 고래는 혹시 간첩선 아닐까. 그렇다면 간첩과 접선하겠다는 노래라는 거지)라는 식입니다.”

이렇게 금지된 곡들은 누구나 알법한 히트곡들이다. 불 꺼진 창, 물 좀 주소, 키다리 미스터 김, 기러기아빠, 섬마을선생님, 동백아가씨, 고래사냥, 님은 먼 곳에,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 잔의 추억, 그건 너, 사랑의 노래, 빗속을 거닐며, 이건 너무 하잖아요, 님아, 빗속의 여인, 거짓말이야, 늦기 전에, 간다고 하지 마오, 커피한잔, 미인, 아름다운 강산, 아침이슬, 사노라면, 행복의 나라로, 그때 그 사람, 올 가을엔 사랑할 거야, 여러분, 새마을노래, 어허야둥기둥기, 시장에 가면, 최진사댁 셋째딸, 또 만나요, 해변으로 가요, 마음약해서 등이다. 이장희 의 대표곡인 ‘그건 너’는 책임 전가를 이유로, ‘한잔의 추억’은 음주 조장을 이유로 금지됐다. ‘불 꺼진 창’은 불륜 조장,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는 퇴폐적이어서 금지 당했고, 키다리 미스터 김은 ‘키가 커서’ 잘렸다.

“조폭마누라, 돈을 갖고 튀어라를 제작한 계윤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습니다. 프로듀서는 ‘뿌리 깊은 나무들’의 이희원 감독이고요. 총 제작비는 20억 원 정도를 예상합니다. 대부분의 촬영을 대전과 충청지역에서 로케이션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지자체들도 선뜻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9월~11월 경 개봉될 예정인데, 개봉과 동시에 연극과 뮤지컬로 승화된다. 단순히 영화로 그치지 않고 연극, 뮤지컬과 연계해 관객들과 소통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코로나19 예방과 젊은 층을 겨냥해 자동차극장 상연도 고려 중이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음악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최근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대중음악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기독교의 정신을 담아내는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기독교 음악) 음반 ‘나의 사람아 나의 주님께’란 음원의 가스펠 앨범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굴곡진 삶을 딛고 재기에 이르게 인도해준 신앙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준비해 작사한 곡이다.

류 찬은 미스터트롯 출연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호중이 부른 ‘나의 사람아’를 제작한 실력파 가수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당시 ‘나의 사람아’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일반인들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음으로 직접 작사 작업에 참여했다. 이 곡은 또 친숙하고 사랑스런 멜로디와 대중들의 마음을 적셔주는 음악 앨범으로, 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면서 처음으로 프로듀서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국 언어로 각국 사람들이 녹음에 참여했습니다. 후반부 작업은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세계적인 최초 전문 녹음실 에비로드(Abbey Rooad)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mastering)해 화제가 됐죠. 에비로드 스튜디오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가수 비틀즈가 그곳을 찾아 녹음할 정도로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지난 1996년 MBC대학가요제 본상입상 후 1999년 1집을 낸 류찬은 가수·프로듀서·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재능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SBS드라마 ‘얼음꽃’ OST 장미원정원, 더 데이지 앨범, 세미트로트 ‘돌아버려’, 싱글앨범 ‘마지막 안녕’ 등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피노키오’ 3기 출신인 그는 대표곡 ‘사랑과 우정 사이’가 대히트를 했지만 2002년에 돌연 그룹을 탈퇴했다. 이후 파인아트컴퍼니를 운영하면서 방송활동을 중단한 뒤 10년 넘게 프로듀서, 무대연출자, 기획자로 활동했다.

한동안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콘서트를 함께 했고 ‘스타킹(SBS)’이 배출한 스타 고딩파파로티(김호중), ‘히든싱어(JTBC)’ 우승자 폴송의 프로듀싱을 맡기도 했다. 그는 청학동 국악자매 도현.다현이의 노래선생으로도 유명하다. 류 찬은 개그맨 김준호와 절친(충남고 동기)인데 둘이서 세미트롯풍의 싱글앨범 ‘태양처럼’도 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다시 내려온 건, 지역문화를 살릴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서입니다. 콘텐츠가 튼실한 공연은 지역에 잘 퍼지지 않습니다. 축제 갈라 쇼(Gala Show)도 변해야합니다. 무료공연이라고 엉성한 콘텐츠를 만들면 관객은 찾아오지 않아요. 뻔한 공연이 아니라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은 문화예술 공연이어야 합니다. 요즘은 웬만한 아이돌 공연이 아니면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전문적이고 확실한 내용과 연출이 있어야 콘텐츠가 활짝 피어날 수 있어요. 지자체의 문화콘텐츠 지원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노래, 프로듀서, 공연기획을 병행하다가 영화 제작자로 변신한 류 찬의 ‘7080 음악영화’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건 그가 지닌 음악향기의 진정성 때문이다. 영화 ‘금지가요’가 모두의 바람대로 ‘과거의 향수’를 통해 희망과 꿈을 선사하는 하나의 모멘텀이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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