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마을일 떠난 ‘시인 이장님’ 안녕 묻는 세상에 위로의 詩 선물
잠시 마을일 떠난 ‘시인 이장님’ 안녕 묻는 세상에 위로의 詩 선물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7.05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평서 활동하는 한정민 시인 ‘바람섬으로 날아간 새’ 출간
삶의 흔적·가슴앓이 등 치열한 자기고백 담아
시집 ‘바람섬으로 날아간 새’를 출간한 한정민 시인. 나영순 시인 제공
시집 ‘바람섬으로 날아간 새’를 출간한 한정민 시인. 나영순 시인 제공

“이제는 새장의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된다/줄곧 오십여 년을 오로지 한곳만 바라보며/그들을 위해 재잘거리고 울어주었다//더 이상 새는 울지 않았다/늘 그리던 섬/바람섬으로 바람 되어 떠났다//홀로 둥지를 떠난다는 것은/가시나무에 가슴을 찔려 죽는 아픔보다도/ 더 고통스러웠으리라//바람 같이 만났다가/바람같이 헤어진 운명/ 빈자리의 고통으로 멍든/기억 속을 비집고 찾아오는/구름이 달을 반쯤 삼킨/평택행 버스가 터미널에서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털털거리며 떠나고/그곳에는 바람섬의 바람만이 머물고/님의 향기 퍼진다.” -바람섬으로 날아간 새 中

충북 증평군에서 마을이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정민 시인이 또 한권의 시집을 헌사했다.

지난 2014년 첫 시집 ‘풀씨’이후 두 번째 인사다. 이번에 출간한 ‘바람섬으로 날아간 새’는 모두 4부로 나눠 ‘나 그대의 꽃인 것을’, ‘연탄불 피우는 여인’, ‘물망초’, ‘해녀’ 등 44편의 시를 실었다. 이 시들은 첫 시집에서 나온 분신들이다. 어느 날 다시 펼쳐봤을 때의 ‘설렘’과 ‘낯섦’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다시 매만졌다. 때문에 일부 시는 고쳐 쓴 곡절을 겪는다.

그는 사실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간 시집 출간을 준비해오면서 절필을 수없이 고민할 만큼 시심(詩心)에 대한 갈등이 많았다. 힘들었고, 외로웠고, 답답했다. 어쩌면 그 삿된 마음이 절실함, 간절함으로 승화돼 시(詩)를 잉태했는지도 모른다. ‘바람섬’에서 보듯 시인은 날고 싶었으나, 날지 않았다. 바람처럼 떠나고 싶었으나 떠나지 않았다. 아니 떠날 수 없었다. 오롯이 한곳만을 응시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며 앓아왔다. 그렇게 지내온 세월이 시집 전체를 감성과 서정으로 녹여낸다.

한 시인은 스승과 도반 없이 홀로 시를 습작하다 지난 2004년 ‘문예비전’ 시 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잉근내문학회와 두타목문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마을이장까지 맡았다.

문학평론가 이덕주 시인은 “한 시인의 시는 현실에 근거하는 자기체험을 기반으로 하며 발전적 지향을 자신의 온몸으로 드러낸다”며 “진실한 내면을 확산하는 그만의 고유한 시적 행위이며 특별하게 적용되는 독창적 언어의 몸짓”이라고 평했다.

이태관 시인도 “고뇌하고 경험한 내면과 외부를 두루 성찰하고 있으며, 버리는 게 아니라 포용하고 껴안으려는 시인의 시작(詩作) 태도는 곧 그의 삶의 자세이자 우리의 본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 시인의 시는 철저한 자기 고백이자 현재 지상주의를 꿰뚫는다.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고 현재 상태에서 우회적인 결론을 내린다. 아픈 현실을 아프지 않게 만드는 수사(修辭)적인 어법은 바로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드러내는 절규이기도 하다. 그가 세상에 묻고 있는 것은 부정과 거부가 아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순수한 질문들이다. 때문에 경험칙에서 나온 가치관과 진정성이 내면의 성찰을 거치면서 도드라지고 모종의 동질성을 갖게 만든다.

나영순 시인은 “봄이면 뻐꾸기 울고, 여름이면 태양을 벗 삼으며, 가을이면 먼산바라기하고, 겨울이면 구들장 베던 시절의 인연”이라며 “삼라만상의 헛구역질 또한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킨 시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짬짬이 써온 시편들을 정리해 시집을 낸다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인 거리감이 생기고, 주변인의 건강이 걱정되는 시기에 한 시인의 시는 치유와 안녕을 바라는 무언(無言)의 위로”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절필까지 생각했던 한 시인은 벌써 세 번째 시집을 그리고 있다. 굳이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독자들에게 ‘동감’을 얻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까지 못 다한 얘기가 많다는 뜻이고, 시심을 뿌리칠만한 용기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람섬으로 날아간 새, 그리고 바람이 되어 다시 나타난 시인. 둘의 변곡점은 바로 시를 향한 사랑이다. 새도, 시인도 너무나 자유롭고 싶은 하나의 서정적 자아라는데 방점이 찍힌다.

한편, 책을 펴낸 도서출판 ‘시가(詩家)’는 지난 198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고 1990년 문학사상 ‘시’와 1995년 중앙일보 ‘시조’에 당선된 최 준 시인의 오래된 둥지다.

한정민 시인의 출판기념회가 지난 6월 26일 증평문화원에서 중부3군(증평·진천·음성) 임호선 국회의원과 홍성열 증평군수, 김장응 증평문화원장, 군의원, 시인, 독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정민 시인의 출판기념회가 지난 6월 26일 증평문화원에서 홍성열 증평군수, 김장응 증평문화원장, 군의원, 시인, 독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정민 시인의 출판기념회가 지난 6월 26일 증평문화원에서 중부3군(증평·진천·음성) 임호선 국회의원과 홍성열 증평군수, 김장응 증평문화원장, 군의원, 시인, 독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정민 시인의 출판기념회에서 나영순 시인이 사회를 보고 있다.
한정민 시인의 출판기념회가 지난 6월 26일 증평문화원에서 중부3군(증평·진천·음성) 임호선 국회의원과 홍성열 증평군수, 김장응 증평문화원장, 군의원, 시인, 독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272-9(고운동1375) 강남빌딩 605호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dsoft.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