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에 서민은 '골똘'
'똘똘'한 한 채에 서민은 '골똘'
  • 나인문 기자
  • 승인 2020.07.06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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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실장이 보유한 강남의 한 아파트.
노영민 실장이 보유한 강남의 한 아파트.

“지역구 유권자 전체의 가치가 서울 반포 13평 아파트보다 못하다는 건가?”

청주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주 아파트를 팔고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자, “자신이 자라난 정치적 본향이 어디인지, 음수사원(飮水思源)의 도리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라며 충북 유권자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충북 청주 흥덕을선거구에서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노 실장은 2022년 지방선거 때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이시종 충북지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충북지사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 그가 청주 집을 팔자 유권자들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신을 키워준 청주는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곳’이라고 전국에 광고하는 것이냐“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을 처분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구 유권자 전체의 가치가 강남 13평 아파트보다 못하다는 냉철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급기야 청주시민들은 인터넷에 “매청노” “‘지역구는 4년이지만 부동산은 평생’이라는 것이냐”. “생활 터전이 서울이라니, 이제 청주에서는 안 봐도 되겠다”며 노 실장을 성토하고 있다.

노 실장의 반포 아파트에는 자녀가 거주하고 노 실장 부부는 비서실장 공관에 거주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실거주 목적도 아니면서 강남 아파트를 쥐고 있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투기꾼 행태”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청주가 6·17 부동산 대책에서 고강도 규제를 받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점도 시민들의 원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6·17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정작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자 민심마저 싸늘하게 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자신의 선거구였던 청주를 버리고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고수하며 국민들에게 ‘강남 불패’란 시그널까지 줬는데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원성이다.

현재 청와대 내 다주택 보유자는 12명. 장관을 비롯해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수두룩하다.

때문에 이재(理財)에 밝은이들의 똘똘함에 서민들은 골똘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정책이 제대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는 의구심은 물론, 이러다간 죽을 때까지 집 한 채 움켜쥐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이 쏟아졌지만, 백약이 무효였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의 관건은 일관성과 신뢰다. 부동산 잡으려다 서민들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절실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노(영민) 실장을 보라. 지역구 유권자 전체의 가치가 강남 13평 아파트보다 못하다는 냉철한 판단, 그 투철한 합리주의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분들이 괜히 잘 사는 게 아니다”라고 조소했다.

앞서, 노 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자신의 시집을 산자위 산하기관에 판매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에도 발상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에 청주 집을 팔고 강남을 선택한 노 실장을 바라보는 서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퇴행적 기이함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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