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에 갇힌 유력인사 참담한 종말 '더듬어만지당' 조롱속 정가 양분
‘性’에 갇힌 유력인사 참담한 종말 '더듬어만지당' 조롱속 정가 양분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7.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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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교수-최민희 전 의원 설전···"당신딸이었어도 그런 소리 할건가"
안희정, 오거돈 연이은 이은 성추행 질타 목소리···조문 놓고도 대립각
‘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50만 넘어
2017년 10월 10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지방의원 워크숍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0월 10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지방의원 워크숍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구나 조문을 둘러싸고도 정치권이 양분양상을 보이는 모양새다.

야권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만큼, 고소인을 향한 2차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애도 모드'로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장례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는 것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에 대한 추모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지지자 사이에서 '신상털기' 움직임까지 보이자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과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박 전 시장 조문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최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며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진 전 교수도 글을 올려 "한 여성에게 수년간 고통을 준 이에게 조문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정쟁화인가"라며 "애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 본인이나 입 닥치고 애도하라"고 일갈했다. 또한 "수년 간 당한 것이 본인 딸이었어도 그런 소리 할 건지 묻고 싶다"면서 "지금 이게 당신 딸이 사회에 나가면 곧바로 마추칠 현실"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옛날 성누리당 지지자들이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되고, 옛날 민주당은 더듬어만지당으로 변신해 그 짓을 변호하고"라고 했고, 박 시장 추모 현수막 사진을 공유하면서는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니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추행,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며 거센 조롱과 비난을 이어갔다. SNS 댓글에서는 '더불어만진당'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해왔고,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줄곧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해왔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끌어내 인권변호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범죄임을 인식시킨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다. 이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부천경찰서 권인숙 씨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에도 참여했다.

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서울시의 성평등 정책, 여성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고, 2012년 여성의 날을 맞아서는 ‘여성들이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권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성평등 문제 등에 관해 시장을 보좌하는 특별 직위로 ‘젠더특보’를 시장실 직속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자신의 일생이 부정될 수 있다는 중압감이 박 시장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성 추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노무현의 왼팔’로 불렸고, 2017년 대선 경선 이후 유력한 차기 후보로 떠올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3월, 비서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자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이 일로 안 전 지사는 ‘권력형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며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을 받아 복역 중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모친상에 따른 형집행정지로 교도소를 나와 장례를 치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조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는 등 위로가 답지했지만, 일각에서는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안 전 지사를 향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앞서 21대 총선 직후인 4월 23일 오거돈 전 시장은 ‘저는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 사퇴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 형식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틀만에 답변 기준인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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