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22번째 내놓은 대책 ‘부동산시장’선 증세·혹세 의심
부랴부랴 22번째 내놓은 대책 ‘부동산시장’선 증세·혹세 의심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7.1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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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의 문방사우]부동산정책 ‘오기’로 펼칠 일 아니다
다주택·1주택·무주택자 모두 규제의 피해자가 된 상황
한쪽선 세금타령…법무부장관·도지사는 ‘부동산장관’ 흉내
'부동산 세금폭탄' 연합그래픽
'부동산 세금폭탄' 연합그래픽

‘빈대(다주택자) 잡으려다 결국 초가삼간(서민 실수요자)까지 태운다.’

문재인정부가 22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놓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제 부동산 갖고는 안 되겠구나’하는 한숨이 아니라,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빈정거림에 가깝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다른 것은 못 잡아도 집값만큼은 잡겠다’고 나선 정부는 2017년 6·19대책, 8·2대책을 시작으로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올해 6·17대책과 7·10대책까지 모두 스물두차례 융단폭격을 가했다.

그런데 부자들과 다주택자들이 깜짝 놀라 집을 팔고 점잖게 나앉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폴짝’ 정도가 아니었다. 놀란 쪽은 청와대였다. 보통의 처방도 약발이 안 받으면 더 세게 짓는 법이니, 또 다른 법제(法製)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동자세였다. 되레 청와대와 고위공직자들이 ‘네 집 팔아라, 어서 팔라’고 오두방정을 떨며 서로를 닦달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싼 집 팔고, 똘똘한 한 채’를 남기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그들마저도 그러할진대, 부동산이 잡힐 리 만무하다. 블랙코미디도 이런 블랙코미디가 없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보면 틀린 건 없다. 이론상으로, 말로는 모두 그럴듯하다. 서민 실수요자 부담경감,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강화 등 얼마나 귀에 쏙쏙 박히는 대책인가. 하지만 시작부터 틀렸고 지금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핀셋규제를 한답시고 서울, 경기, 지방 몇 곳만 골라서 찍어 누르다보니 다른 곳에서 ‘풍선’이 터졌다. 풍선이 터지면 다른 곳을 누르고, 다시 풍선을 불고···. 규제는 동일하게,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했다. 도망자를 잡을 땐, 따라가는 것보다 도주로를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는 부작용이 나면 그때그때마다 때우는 식이어서 결국은 사필귀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로소득 때문에 문제가 됐다면 이 문제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지, 거래까지 못하게 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다. 3년 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면 세금과 대출 혜택을 준다며 장려했는데, 이제는 폐지를 준비 중이다.

세금전쟁이다. 당장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때릴 수 있는 세금의 종류는 깡그리 모아졌다. 홍남기·김현미 장관이 어려운 용어와 수치를 들먹이며 아무리 설명을 해도 결론은 ‘이러쿵저러쿵’이다. 그들조차도 부동산공식의 난맥상을 풀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제 사람들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면 집값 상승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부동산을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증세하려는 게 목표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품는다.

K방역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심을 쓰고, 코로나대책으로 목돈을 왕창 쓰다 보니(추경에 또 추경) 곳간이 비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내놓는 대책마다 일명 ‘세금폭탄’들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징벌적 과세 폭탄을 피하려면 내년 5월 말까지는 주택을 팔라며 ‘협박’ 수준의 엄포도 놓는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매물은 멈춰 섰고, 실수요자들만 애를 먹고 있다. 증세를 하면 매물은 꽁꽁 숨어들고 아파트 값은 또 오른다. 이러니 국민들은 ‘세금’이 아니라 ‘벌금’ 같다고 말한다. 다주택자·1주택자·무주택자 모두 무분별한 규제의 피해자가 된 상황이라는 얘기다.

여기저기서 ‘헛도는 부동산 정책, 대통령만 모르고 있다’고 한다. 권력형 성(性)사건에 매달려도 시원찮을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사법 족쇄가 풀리자 입까지 풀린 이재명 지사가 ‘부동산 훈수’를 두고 있다. 법무부장관과 도지사가 ‘부동산장관’ 같은 소리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1가구 1주택’이 실현되면 집 문제는 해결되는 것인가.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의 저서 ‘규제의 역설’(페이퍼로드)을 보면 이 질문에 단연코 ‘노(No)’라고 대답한다. 동유럽의 옛 사회주의 국가 루마니아의 자가 보유율은 96%로 거의 ‘1가구 1주택’이다. 이는 1990년대 공산주의가 무너져 내리기 전 루마니아 정부가 전 국민들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자기 집에서 살게 하는 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결과다. 미국은 64%, 일본은 62%, 한국은 57%다.

하지만 ‘1가구 1주택’이 되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현재 루마니아에서는 집을 짓지 않는다. 모두 자기 집을 갖고 있으니, 새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다. 주택건설이 멈추고 이에 수반한 경제발전도 멈췄다. 집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새로 짓는 일도 없으니 한번 살게 된 집에서 세대를 이어가며 사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탁상공론’의 역설이 떠오른다. 책상에 앉아서 펜대로 그린 계획은 허공에 둥둥 뜬 이론일 뿐이다. 현실감각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에서는 부동산정책을 비웃고 있는데 ‘어디 한번 해보자’며 오기로 '더 세게, 더 세게'를 외치는 꼴이다. 실패한 규제를 근본적인 처방 없이 밀어붙이는 일은 노무현정부 때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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