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닮아가는 '아파트촌 세종시'도 되돌아볼때
600년 행정수도 서울이 천박한 도시인가. 아니면 새로운 행정수도 세종이 천박한 도시인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언급한 이후 야당을 비롯해 서울 쪽 민심이 심상찮다. 이 대표는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하며 “서울 한강을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무슨 아파트는 한 평에 얼마’라는 설명을 쭉 해야 한다. 갔다가 올 적에도 아파트 설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 성당 등 역사 유적이 쭉 있고 그게 큰 관광 유람이고, 그것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며 “우리는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안전하고 품위 있고 문화적으로 성숙한 그런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세종시가 초기에 7~8년을 허송세월을 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할 때인 2003년 무렵에 방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방문, ‘부산에 올 때마다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세종시에 행정수도를 이전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서울시를 졸지에 천박하고 초라한 도시로 만들었다. 이는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막말이자, 2022년 대선을 정권심판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도이전 찬반투표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지난 10년간 서울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온 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칭함으로써 스스로 무능함으로 서울을 망쳐왔다고 자인하고 1000만 서울시민을 욕되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 원장은 “서울을 두들겨 패서 서울 대 비(非)서울로 편을 갈라 분열을 꾀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대전시가 물난리로 수심에 잠겨있을 시간, ‘행복도시’ 세종시도 수난(水難)을 겪었다. 1시간가량 쏟아 부은 폭우는 세종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방축천과 제천의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집어삼켰다. 이는 올해만의 여름풍경이 아니다. 매년 이곳은 50㎜의 비에도 차고 넘친다. 문제는 복구다. 여름이 시작되며 천변 양쪽에 심은 각종 꽃들은 한 달도 채 살아보지 못한 채 처참하게 수장된다. 매년 수억 원을 들여 만든 꽃밭이 뻘밭으로 변한다.
장마철만 되면 지자체, 기관장들은 장마대책을 세운다고 요란을 떤다. 의례적으로 정수장이나 저수지, 건설현장을 방문하는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다. 그들은 뭐라 뭐라 손짓 발짓을 하면서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럴싸한 보도 자료로 포장해 언론사에 뿌려진다. 신문과 방송은 광고와 직결되는 ‘관·언 유착관계’이기 때문에 기관장의 멘트와 함께 아주 친절하게 특필해준다.
서울에 살다가 세종시(새롬동)로 이주한 시민 A씨(45)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없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건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강변에 아파트만 쭉 늘어선 세종시도 서울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시 천박론은 상처내기,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면서 “세종시 속살을 들여다보면 행정수도 이전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아름동에 사는 B씨(52)는 "공직사회엔 세 부류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열심히 일하는 척 하는 공무원, 열심히 일한 공무원 등쳐먹는 공무원. 그런데 결국 모두들 복지부동형인 것 같다"며 "대강대강, 얼렁뚱땅하면서 민원인들에겐 고자세인 공무원들도 있고, 세금은 내 돈이 아니니 물 쓰듯 하는 흡혈 군상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관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방향도 어수룩하긴 마찬가지. 성명을 발표하고, 각종 토론회와 브리핑만 열어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일차원적인 시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여주기 식, 치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니 행정이 아니라 이벤트다. 서울을 '천박'하다고 할 게 아니라 세종시의 '천박함'을 되돌아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