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의 쓰디쓴 한마디 “부끄럼 모르는 정권·야만 사회”
현직 부장판사의 쓰디쓴 한마디 “부끄럼 모르는 정권·야만 사회”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8.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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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방사우]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비판 “다수가 모든 걸 힘으로 강행”
“부끄러움을 모르는 야만적인 사회엔 미래가 없다”
추미애 ‘윤석열 고립·이성윤 신임’…친정부 성향 검사들 포진
지난 2016년 11월 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11월 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고위법관이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며 헌법적 가치가 무시되고 있는 정치권의 현 세태를 비판했다.

강민구(62·사시 24회)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예전에는 한국 사회에 선비정신이 통용됐다”며 “정상적인 일종의 도덕률이 지배하던 사회”라고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지금 일어나는 사태는 어떠한가”라며 “다수를 차지하면 헌법 같은 기준선은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는 태도로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 붙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물과 인간이 다른 것은, 인간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안다는 점이다. 사실 동물이 탐욕스럽게 보이기도 하나, 대다수 야생 동물은 자기가 취할 정도의 먹이만 거두지 더 이상의 탐심을 발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게걸스럽게 자신의 먹이보다 훨씬 더 많은 재물이나 권력·명예 등을 욕심낸다. 미래라는 환상을 인간이 인식하기에 생기는 일종의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 자신이 그토록 외치고 선언했던 주장과 너무나 다른 행동을 현실서 일삼는 자들도 염치와 부끄러움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며 “죄송하고 잘못 처신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면, 착한 대중은 다시 품에 안을 것임에도 끝까지 우기고 사과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처신에 대해 “자기 지지자 숫자만 염두에 두고 하는 미련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장관과 강민구 부장판사. 연합뉴스
추미애 장관과 강민구 부장판사. 연합뉴스

또 강 부장판사는 “자신만이 정의의 화신이고 타인에 대해 엄청난 칼날을 들이대던 자들이 역으로 그 칼자루를 새롭게 쥐게 된 새로운 권력자 집단에 의해 코너로 몰린다”며 “정말 아이러니”라고 적었다.

특히 최근 ‘권언유착’ 사건과 관련, “언론기관과 권력기관이 합세해 덫 같은 것을 설치해서 특정인이 그 함정 속에 빠지기를 기다리다가 여의치 않으니 전파 매체를 통해 짜인 작전대로 프레임을 대중에게 전파했다”며 “그런 일을 막아야 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가 그 작전에 동조하는 듯한 행동과 말을 여과 없이 내뱉는 것도 염치의 실종 사태이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강 부장판사는 “나라의 국민이면 누구나 소득에 따른 납세 의무가 있다. 하지만 소수의 국민에게 상당한 범위 내의 누진세율이 아니라 아예 황금알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르듯이 도살적 중과세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행하는 것도 국가가 부끄러움을 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리스·로마 이래 폭압적인 세금 정책은 그 정권·나라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가져왔음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권부의 높은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은 자기의 갓끈이 떨어지고 자연인으로 회귀하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부디 사고실험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꼭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그리되면 적어도 야바위꾼 같은 발언이나 정책을 남발해 국민 가슴에 대못은 박지 못할 것”이라고 맺었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추미애 장관과 사시(24회) 동기다. 어쩌면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은 법학자이기에 ‘칼’을 목에 대고 고언을 뱉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야만사회는 ‘검(劍)과 검(檢), 법(法)과 칼(刀)의 쓰임새를 함의한다. 검찰개혁이라 말하면서 검찰총장 개혁을 하는 그 양날의 검을 지적하는 것이다.

추 장관은 지난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어쩌면 ‘정치 꽃길’만 걸어왔다. 1985년 시작한 판사생활은 딱 10년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로 갈아타면서 지금의 장관자리까지 올랐다. 한때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로 불리며 강단 있는 여성으로 추앙 받았지만 지금의 그는 탕탕평평하지 못하다. 균형의 '추'를 잃었다. 그녀가 지금 품고 있는 생각은 검찰개혁 하나뿐일까. 혹시 대망을 향한 ‘상상권력’을 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정적 자르기에 몰두하고,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한 것이 진정한 개혁일까.

‘야당의 저격수’로 불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또 어떠한가. 지난 2017년 대선 전까지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비난해 ‘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하지만 문(文)이 대통령에 취임하자 ‘오늘은 굿모닝입니다’라며 돌변했다. 그리고 3년 후 국정원장이 되며 충성맹세 신호를 보냈다. 이게 정치다. 아니 정치꾼이다.

어찌 됐든 윤석열 총장은 각종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3위를 기록 중이다. 야권 후보군 중에서는 압도적 1위다. 어쩌면 그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지고, 욕먹을수록 강인해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윤 총장이 대선주자급이 된 데는 추 장관의 잇따른 ‘총장 때리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공격할수록 인기가 올라가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 협력해 달라’고 하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윤석열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추 장관은 연일 윤 총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이 반문 대안 세력의 대표주자로 부각되는데 대한 트라우마일까. 아니면 핸디캡일까. 누구랄 것도 없이 ‘사람에게 충성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위정자들. ‘민주주의’라는 말을 앞세워 결코 민주적이지 않은 행보를 걷고 있는 이들이 강민구 부장판사의 고언을 그저 ‘끈 떨어진’ 법관의 여담(餘談) 정도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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