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댐 방류로 충북 영동서 200여명 이틀째 이재민 생활
"댐 방류한 수공 책임져라"…피해지역 군수들 12일 항의 방문
전북 진안군 용담댐 방류로 주택·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북 영동·옥천 지역에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초당 1495t이던 용담댐의 방류량은 정오부터 2900t을 넘어서면서 영동과 옥천에 ‘물난리’가 났다. 영동 양산·양강·심천면 11개 마을에서는 4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 55채와 축사 1동이 물에 잠겼고 양강면 80㏊, 양산면 12㏊, 심천면 43㏊를 합해 135㏊의 농경지와 송호관광지도 침수됐다. 6개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교통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옥천에서도 주택 11채가 침수됐고 농경지 46.4㏊가 물에 잠겼다. 4개 도로도 침수됐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댐 방류로 인한 피해를 집계해야 하지만, 논·밭에 진흙이 가득 차 들어갈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종 옥천군수도 “포도 재배 비닐하우스와 인삼밭, 논, 과수원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댐 방류로 발생한 농작물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얼마나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박세복·김재종 군수는 무주·금산 군수와 함께 오는 12일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 용담지사를 항의 방문해 방류 피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 군수는 “군수 4명이 협력해 댐 방류로 인한 손해배상을 포함, 근본적 대책을 수자원공사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도 역시 수자원공사 관계자들과 10일 영동·옥천의 피해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다. 도는 댐 방류로 인한 피해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댐 수위 조절 기능의 강화, 재해 예방을 위한 수계관리기금 활용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용담댐 방류로 충남 금산도 물난리를 겪고 있다. 군에 따르면 제원면 5개 마을 187명과 부리면 3개 마을 219명이 전날 용담댐 방류로 불어난 하천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밀려들자 마을회관이나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논밭도 모두 물에 잠겨 초토화된 모습이다.
용담댐 방류량이 초당 1500t으로 줄면서 하천 수위가 조금씩 낮아지고는 있지만, 무너진 제방 복구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금산 일부 지역에는 수돗물 공급도 끊겼다. 용담댐 방류량 증가로 전북 진안군 안천면 도수가압장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산읍, 금성면, 군북면, 추부면, 진산면, 복수면 일부 마을이 단수됐다.
충북지역 주민 1100명은 대피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9일 현재 농경지 2634㏊가 침수·낙과 등의 피해를 봤고, 주택 774채도 파손되거나 침수됐다. 공공시설은 도로 253곳을 비롯해 1408곳이 수해를 당했다.
충북도는 이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군인 등 3076명을 투입해 수해 지역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응급복구율은 공공시설이 74.5%, 사유시설이 62.2%로 집계됐다. 그러나 침수 피해를 본 충북선 충주~제천 구간은 복구 작업이 길어지면서 이달 말까지 운행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5호 태풍 장미가 남부지역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