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초 배우가 아니라 팔방미인"
"감초 배우가 아니라 팔방미인"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8.12.0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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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의 feel]배우 박준면
가수, 탤런트, 연극배우, 래퍼,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박준면 씨. 사진=미디어붓DB
가수, 탤런트, 연극배우, 래퍼,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박준면 씨. 사진=미디어붓DB

명품배우 박준면은 팔방미인이다. 가수, 탤런트, 연극배우, 래퍼…. 그녀가 가지 않는 길은 없다. TV, 영화, 연극무대를 넘나들며 잠재된 모든 끼를 폭발시킨다. 더욱이 그녀는 작사·작곡에도 능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그저 평범하게 ‘감초 배우’로만 기억되기엔 아쉬운 실력과 철학이 숨어있다.

-명품조연배우다. 만족하고 있나.

“좋다. 왜 좋지 않겠는가? 연기생활에선 큰 욕심이 없다. 늘 선택 받고 싶고, 늘 주인공 뒤에서 빛나고 싶다. 주인공에 대한 로망을 버린 지는 오래됐다. 어렸을 때부터 조연이었고 언제나 누군가를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이 할 수 있는, 찌질한 캐릭터도 사랑하게 됐다. 다만 검증 안 된 아이돌 뒤에서만큼은 조연하기 싫다. (물론)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있겠는가. 그냥 좋으니까 계속 한다. 그리고 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는 것 같아 계속 한다.”

만년 조연이라고요? '신의 퀴즈' 주연 꿰찼는 걸요

그녀는 올해로 24년차 배우다. ‘뮤지컬계의 대모’로 불리는 그녀는 지난 1994년 연극 ‘노부인의 방문’으로 데뷔했다. 드라마 ‘아현동 마님’ ‘내조의 여왕’ ‘신의 퀴즈’ 시리즈에서 열연했고, 뮤지컬 ‘그리스’ ‘명성황후’ ‘시카고’ ‘레미제라블’ 등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벌써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두 번씩이나 받았다.

-현재 OCN 시즌제 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에 국내 최고의 법의관 ‘조영실’ 소장으로 출연 중이다. 배우 류덕환과 더불어 다섯 시즌 연속 출연하는 유이한 배우로 활약 중인데 소감을 듣고 싶다.

“‘신의 퀴즈’는 2010년부터 8년 째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팬들의 성원 덕분이다. 이런 장기 시즌 드라마에 계속 출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촬영하면서도 계속 감사한 마음뿐이다. 류덕환, 윤주희 등 함께 오랫동안 출연해 온 배우들과 케미스트리가 깨지지 않고 유지되는 모습도 감사하다. 현장에서 아직도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

-작품으로 접하는 박준면 배우의 성격은 매우 외향적으로 보인다. 실제 성격도 그런 편인가?

“내 성격은 작품으로 나를 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격보다 조용한 편이다. 실제 내 성격은 꽤 내성적이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까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주로 조연으로 주연을 받쳐 주는 연기를 하다 보니, 연기의 바닥에 기본적으로 유머가 깔려 있다. 그래야 주연의 연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배우 박준면에게 기대하는 연기는 웃기고 강하며 개성적인 역할이다. 연기를 할 때엔 그런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 내 성격이 가장 많이 담긴 결과물은 지난 2014년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아무도 없는 방]이다.”

-학창시절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냥 평범했다. 나는 학창시절에 국어책을 펼치면 항상 희곡 부분부터 읽었다. 유독 국어 시간에 희곡 수업이 즐거웠다. 내가 연극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계기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진=미디어붓DB
사진=미디어붓DB

-평범하기만 했다면 배우가 되긴 어렵지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컸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시절에 반 친구들에 내게 노래를 시켰는데, 그때 동물원 데뷔 앨범에 실린 ‘거리에서’를 부른 기억이 난다. 김광석이 부른 그 노래 말이다. 애답지 않게 불렀는데, 내 기억에 꽤 잘 불렀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잘 하고 싶었다. 공부를 딱히 잘 하진 않았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반장을 도맡았다. 이상하게 친구들이 나를 잘 따랐고 좋아해줬다. 중학교 시절에는 전교회장까지 했다. 당시 나는 선거 유세에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불렀는데, 노래 덕분에 우등생인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내가 전교회장에 당선됐다. 그때 나는 대중 앞에 서는 일을 즐기는 끼를 발견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연극반에 들어가 본격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대에 섰다.”

힙합 서바이벌서 우승… 싱어송라이터 저력 보였죠

-지난해 JTBC 힙합 서바이벌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해 최종 우승을 했고, 또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로도 인정받고 있다. 음악 활동을 병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앨범을 낼 즈음인 2014년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고 늘 우울했다. 당시 나는 홍대 앞에 뮤지션들이 자주 모이는 한 술집에 자주 다녔다. 그곳에서 만나 친해진 가수 강산에가 내게 곡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듣고 처음으로 만든 곡이 내 첫 앨범에도 실려 있는 ‘낮술’이었다. 강산에에게 곡을 들려주니 호평하면서 계속 곡을 써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여러 곡을 쓰기 시작했는데, 곡을 쓰다 보니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야말로 곡이 술술 흘러 나왔다. 내 이름을 건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단 욕심이 생겼고, 이왕 만들 앨범이라면 제대로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다는 이유로 뮤지컬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마침 주변에 친하게 지내던 좋은 연주자들이 많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앨범 덕에 지금 남편을 만나기도 했고….”

-다음 앨범을 언제쯤 낼 생각인가.

“배우와 음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진 않다. 결혼 후 인생에 이런저런 변화가 생기고 마음이 안정되다보니 첫 앨범을 낼 당시의 감성이 잘 안 나온다. 마음이 불안정했던 시절에 곡이 잘 나왔는데 말이다. 하지만 앨범을 낼 수 있는 데까지 계속 내는 게 목표다. 최소한 나를 싱어송라이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3장 정도는 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뮤지컬, 연극,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이 특별히 애착을 가진 분야는 무엇인가.

“음악이다. 가장 돈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곡을 쓰고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나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연기와 달리 음악은 온전히 내가 주연이니 말이다.”

-좌우명이 ‘기대하지 마라’라고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순탄하게 풀리는 인생이 아니었다. 뭔가를 기대하면 힘들어지는 일이 많았다. 기대한 만큼 안 됐을 때 자괴감도 들고 기운이 꺼지더라. 언젠가부터 매 순간 기대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다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특별히 좌우명을 가진 건 아니다. 요즘에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가 좌우명이다. 매순간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세종시서 기분 좋게 1년 살다가, 지금은 김포댁 됐어요"

-얼마 전까지 세종시에서 살다가 김포댁이 됐다. 서울 토박이라고 들었는데, 서울 바깥 생활은 본인에게 어떤 변화를 줬나?

“지난해 6월부터 1년 간 세종에서 살았다. 사실 세종시행은 자의가 아니었다. 남편이 지난해 3월 인사 때문에 세종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당시 나는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 남편과 함께 세종으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벗어나는 일이 두려웠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마포에서 살았던 사람이니 말이다. 세종에서 보낸 시간은 우울과 안정 사이에서 싸웠던 시기다. 결혼하면서 안정감도 들었지만, 일을 한동안 하지 않고 쉬니 불안감도 들었다. 세종시는 막상 살아보니 정말 편하고 좋은 도시였다. 깨끗하고 자녀를 낳아 교육하기에 정말 좋은 도시다. 복지시설과 편의시설도 잘 구비돼 있고, 산책하기도 좋다. 한때 그냥 세종에 눌러 살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최근 일이 많아져 더 이상 세종에서 살기가 어려워진 터라 아쉽게도 김포로 이동했다. 세종에서 살아보니 서울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 서울보다 주거환경도 훨씬 좋다. 세종에서 살았기 때문에 김포를 선택할 수 있었다.”

-새로운 뮤지컬 ‘메노포즈’ 무대에도 오른다고 들었다. ‘메노포즈’는 어떤 작품인가.

“‘메노포즈’는 페경기란 의미를 가진 단어다. 이 뮤지컬은 갱년기를 겪는 여자 4명이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 작품이다. 전업주부, 한때 잘 나갔던 배우, 커리어우먼, 농장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주부가 백화점에서 만나 1층부터 7층까지 올라가면서 수다로 자신의 인생을 풀어낸다.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미국 450개 이상의 도시, 전 세계 15개국에서 공연됐고, 국내에선 2005년에 초연된 인기 작품이다. 진짜 여자들을 위한 뮤지컬이다. ‘레미제라블’ 출연 후 3년 만에 뮤지컬 복귀작이다. 조혜련, 김선경, 신효범, 황석정 등 중견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내 나이가 어디 가서 막내를 할 나이가 아닌데 이번 작품에선 막내라 귀여움을 받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오래전부터 내게 캐스팅 제의가 왔는데 아직 내가 어리다는 생각에 몇 차례 고사했던 작품이다. 이젠 해도 될 나이라고 생각해 기꺼이 무대에 오른다.”

남편은 다재다능한 현직기자… 미디어붓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남편 정진영(왼쪽, 문화일보 기자)와 배우 박준면 씨. 사진=미디어붓DB
남편 정진영(왼쪽) 문화일보 기자와 배우 박준면 씨. 사진=미디어붓DB

-결혼 당시 상대방이 기자(정진영 문화일보 기자)이고 또 스몰웨딩으로 결혼해 화제를 모으지 않았나. 남편은 기자 외에도 소설가로 활동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사람인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남편과 나는 지난 2014년에 내가 앨범을 냈을 때 인터뷰를 하다가 인연을 맺었다. 사실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데, 남편이 쓴 소설 ‘도화촌기행’(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같이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없이 구청에서 혼인신고만 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함께 살다보니 정말 배울 게 많은 사람이란 걸 깨닫는다. 나는 연습실과 집만 오가는 한정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인데, 남편은 바쁘게 일을 하는 와중에도 정말 많은 활동을 한다. 식물에 관한 조예도 깊고, 최근에는 자전거로 국토종주에 이어 4대강 종주까지 하는 등 일 외에도 다채롭게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올해 3월에도 새로운 장편소설 ‘침묵주의보’를 냈는데 얼마 전 이 작품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5살 연하이지만 존경할만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같이 사는 게 정말 재미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우선 지금 방송 중인 ‘신의 퀴즈’를 잘 마무리해야한다. 드라마 촬영과 뮤지컬 출연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루하루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바쁘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지금도 새로운 드라마 출연을 조율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바쁘고 싶다.”

-미디어붓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편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 언론인이 새롭게 시작하는 매체여서 많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창간 인터뷰를 가질 기회를 준 미디어붓에 감사를 표한다. 앞으로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기사로 감동을 주는 매체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더불어 이 인터뷰를 읽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독자들에게 내 노래 ‘집으로’를 권하고 싶다. 들으면 마음이 촉촉해질 퇴근송이다. 미디어붓 또한 독자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명품 조연으로 살다가 주연을 꿰찬 배우 박준면, 다재다능하고 열정 넘치는 그녀의 활약은 마치 ‘양파 껍질’처럼 끝이 없다. 그녀는 대한민국 연예계의 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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