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보다 가벼운 민심, 한방에 훅 가는 식분증 정치
새털보다 가벼운 민심, 한방에 훅 가는 식분증 정치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8.2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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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왼쪽)와 이낙연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지사(왼쪽)와 이낙연 의원. 연합뉴스

‘설거지’란 말은 왜 이리 슬플까.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섬섬옥수를 저며 와서 그런지도 모른다.

설거지는 하루의 얼룩들을 씻어내는 씻김굿이다. 우린 한평생(결혼생활 60년.하루 평균 60분 기준) 설거지에만 2만1600시간(900일)을 바친다. 자그마치 2년4개월이나 부엌 개수대 앞에 서있는 것이다. 삼시세끼 후 쏟아내는 그릇들은 산더미다.

이제 설거지는 허드렛일이 아니라 노동이다. 맞벌이 시대, 남자들은 세차를 핑계로 설거지를 피하고, 여자들은 설거지를 핑계로 싱크대 앞을 떠난다. 결국 설거지는 여자나 남자에게 있어서 난분분한 숙명이다.

설거지의 제1원칙은 기름 묻은 그릇과 묻지 않은 그릇을 구분하는 일이다. 설거지통에 기름 묻은 것을 포개놓으면 그릇 모두가 기름투성이가 된다. 때문에 오염되지 않으려면 오염된 것을 경계해야한다. 설거지는 음식찌꺼기와 그릇의 어둠을 지상에서 말소시키는 작업이다. 무한의 그릇은 밥과 국물을 품다가, 결국 버려질 것들만 남긴다. 그래서 애벌의 그릇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 귀찮아서 설거지를 미루면, 질량불변의 법칙이 적용된다. 누군가 먹으면 누군가는 치워야한다. 그래서 설거지 하면 정치가 오버랩 된다. 오염된 그릇이 정치요, 오염을 닦는 사람이 국민이다.

차기 대선을 1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7개월 간 여권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독주하던 이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처음으로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탄핵 국면 이후 4년 만에 미래통합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추월하는 등 정당 지지도가 급변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이하 호칭 생략)의 정치경력은 성남시장 8년과 경기도지사 2년이 전부다. 사실상 정치 초짜다. 그런데 비주류 중의 비주류가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그는 민심에 반응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새털처럼 가벼운 민심, 깃털처럼 날아다니는 군중심리를 읽어내는 재주가 있다. 당에서는 역풍을 우려해서 박근혜 탄핵의 ㅌ자도 꺼내지 않고 있을 때 그는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의 소싯적 꿈은 ‘첫째, 남에게 쥐어터지지 않는 것. 둘째, 배불리 먹는 것. 셋째,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었다.

지지율은 깡패다. 자고 나면 바뀐다. 과거 행정의 달인 고건, 대통령 삼수생 이회창 전 총리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대권은 잡지 못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시작하려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권한대행을 했던 황교안 전 총리는 또 어떠한가. 숟가락만 열심히 들었다가 천막에서 사라졌다.

정치는 생물이다. 지금의 정치는 오염됐다. 오염된 정치를 목도하는 민심 또한 오염됐다. 백성의 주린 정서를 품는 정치가 아니다보니 이벤트, 쇼로 변했다. 여기저기서 지껄이고, 그걸 누군가 받아먹는다. 비열한 식분증(食糞症:개를 포함한 동물들이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행위)이다.

한국 대통령의 말로(末路)는 비참했다.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대통령 계보는 한마디로 흑역사다. 11명중 4명은 옥살이를 했고, 1명은 시해, 1명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한 3명은 강제 하야, 2명은 아들 비리 때문에 최악의 임기 말년을 보냈다. 더구나 3명의 전직 대통령(전두환.박근혜.이명박)은 사법부 심판을 받았다.

우린 존경받는 대통령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저 설거지만 했다. 물론 오염된 자도 문제지만 오염시킨 대중에게도 문제는 있다. 오염되지 않으려면 오염된 것들을 경계해야 하는데, 우린 오염 속으로 빠져든다. ‘결점’이란 닦는 게 아니라, 도려내는 것이다.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어림짐작을 할 수가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위정자들과 정객만 보인다. ‘꾼’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영원한 을(乙)은 국민이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거저먹는 ‘정치 식충이’는 만들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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