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째 사투 벌이는 의료진들 ‘폭염·체력고갈’로 푹푹 쓰러진다
7개월째 사투 벌이는 의료진들 ‘폭염·체력고갈’로 푹푹 쓰러진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8.25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풍 안되는 방호복·고글·방역 마스크 쓰면 땀범벅…체력적 한계 호소
열병·방광염 등 질환 얻어…일부 교회 검체 채취 집단반발에 체력 소진
방역관계자 30% ‘번아웃’…의료진 가족들 “제발 방역수칙 지켜달라”
지난 21일 전주의 한 소방서 앞에서 탈진해 쓰러진 의료진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전주의 한 소방서 앞에서 탈진해 쓰러진 의료진 모습. 연합뉴스

전신을 감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힘겹게 구급차 뒷문에 몸을 기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풀썩 땅 바닥에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이 한 장의 사진은 그동안 무심하게 의료서비스를 받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한 2월 이후 7개월째 환자 치료에 나선 의료진들이 체력 고갈로 곳곳에서 쓰러지고 있다. 푹푹 찌는 폭염과 무겁고 통풍이 잘 안 되는 보호장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실신하거나 주저앉는 등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청주 흥덕보건소 선별진료소에 투입된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3명이 폭염 속에서 잇따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구토와 울렁거림·어지럼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간호사는 검체 채취를, 응급구조사는 역학조사를 한다.

선별진료소에서는 1시간30분 근무한 뒤 1시간 휴식하고,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일한다. 주말과 휴일도 동일하다. 광복절 연휴 이후 수도권발 확진이 잇따르면서 검사 인원도 급증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도 의료진 한 명이 심한 방광염 증세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화장실조차 편하게 갈 수 없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생긴 병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흥덕보건소 관계자는 “폭염에다가 연일 이어지는 근무로 직원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코로나19를 막고자 고군분투하는 만큼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야외에 차려진 선별진료소에서 열을 식혀줄 수 있는 건 선풍기와 얼음 팩뿐이다. N95 마스크는 평소 착용하는 KF마스크보다 더 두껍고, 고글은 얼굴에 강하게 밀착된다. 30분 정도 착용하면 일단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산소가 잘 공급되는 것 같지 않아 어지럼증이 수반된다. 온몸을 덮는 레벨D 방호복도 전혀 통풍이 되지 않는 재질이라 방역담당자들은 사우나 찜통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일부 검사자의 비상식적 검체 채취 거부도 더위에 지친 의료진들의 힘을 뺀다. 지난 17일 코로나19 검사 대상인 서울 성북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는 검체를 채취하러 온 보건소 직원들을 앞에 두고 난동을 부렸다. 이 부부는 보건소 직원의 몸을 건드리고는 “우리가 보건소 직원을 만졌으니 당신들도 검사를 받으라”며 검사를 완강히 거부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발표한 ‘코로나19 치료·인력 인식 조사’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인력 3명 중 1명은 ‘번아웃’(소진) 상태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에서 수많은 확진자나 접촉자를 마주해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가족들의 불안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진 감염 사례도 하나둘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으로 137명이나 되는 의료진이 감염됐다. 이 가운데 선별진료소나 확진자 진료 과정 등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감염된 이들이 최소 14명이다.

의료진 가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 일부가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등의 상황에 대해 성토하면서 모두가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 서구 변동에 사는 시민 A씨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면서 "평소 당연히 받는 걸로만 알고 그 고마움을 잊을 때가 많은데 폭염까지 겹치니 더욱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세종시 한솔동 시민 B씨는 "정관계 인사들이 의료진과 방역관계자들의 열악한 의료환경은 방기한 채 '덕분에 챌린지'만 외치고 있으니 한심하다"며 "그건 위로가 아니라 자신들 얼굴 알리는 이벤트, 쇼"라고 꼬집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2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만년동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진 2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만년동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