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정부, 날뛰는 법치'
'널뛰는 정부, 날뛰는 법치'
  • 나인문
  • 승인 2020.09.0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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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가 누웠는가/ 홍안(紅顔)을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잔 잡고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조선 중기 시인 임제(林悌)가 사도병마사로 임명된 뒤 임지로 부임하면서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읊은 시조 중 한 구절이다.
당대 명문장가로 명성을 떨쳤던 그가 어느 날 말을 타고 외출하면서 왼발에는 가죽신을 신고, 오른발에는 짚신을 신었다. 마부가 깜짝 놀라 “혹시 술을 드신 게 아니냐”고 묻자, 임제는 당시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싸움질을 하던 추악한 세태를 이렇게 풍자했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내가 가죽신을 신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짚신을 신고 있다고 할 것이다. 누가 짝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겠느냐.”
나라 꼴이 참으로 요상하다. 예나 지금이나 싸움질하는 추태는 여전한가보다. 수레바퀴처럼 잘 굴러가야 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대립하고,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의 힘을 빼기 위한 검찰인사를 단행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윤 총장은 ‘핍박 받는 투사’로 비쳐지면서 외려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기이한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추미애 장관의 아들 군복무 특혜의혹과 관련해 “‘엄마 찬스’를 지켜보는 국민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빠 찬스’ 데자뷔”라고 조롱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지난 7월 아들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 동부지검장의 보은 승진 의혹 제기에 “소설 쓰시네”로 응수해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던 추 장관이 아들에 대한 의혹을 놓고 ‘추(秋)리 소설’로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심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극우 개신교 단체는 ‘종교 탄압’이라며 “모이지 말라”고 하는데도 대면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널뛰는 정부정책에 법치(法治)는 날뛰는 모양새다.
급기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 7조’란 글이 세간에 화제다. 조선시대 상소문 형태의 글로 우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금을 감하고, 명분보다 실리 외교에 임하고, 신하를 가려쓰라는 등 일곱 가지를 직언한다. ‘현미(국토교통부장관)’ ‘해찬(전 민주당 대표)’ ‘미애(법무부장관)’ 등 현 정부 실세의 이름을 따 정부의 실효성 없는 대책과 땜질 대책을 지적한다. 가죽신이든, 짚신이든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치적보다 각별한 처신을 주문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널뛰는 사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의 지지율이 한때 여당을 웃돌기도 했다.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정책과 대북정책 실패로 꼽는 이들이 많다. 부동산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여당의 입법독주도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주택자를 투기수요로 규정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미적거리다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고도 ‘남 탓’만 하는 오기와 폭주의 국정운영은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해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평화 경제’를 강조한 데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비웃을)할 노릇”이라며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도 전대협 초대의장 출신의 통일부 장관, 대북 송금의 주역 국정원장 등 안보라인을 이른바 친북적 인사로 물갈이했다. 이 정도면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고 ‘삼배고두(三拜叩頭)’라도 할 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냥을 중지하고 정사를 돌보라”는 신라 진평왕 때 김후직의 상진평왕서, 중종에게 “군자를 등용하고 소인을 물리치라”고 간언한 조광조, 인조에게 “치욕을 잊고 개혁을 단행하라”던 최명길의 상소를 귓등으로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필칭, “우리는 언제쯤 박수 받고 떠나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부러움을 갖는 것은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현 정권의 잇단 궤도이탈과 무관치 않다.
국민이 묻는다. 이제 대통령이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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