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지역화폐 출시錢爭’ 진짜 지역·상인에게 도움만 될까
지자체마다 ‘지역화폐 출시錢爭’ 진짜 지역·상인에게 도움만 될까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9.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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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보고서 “지역화폐 발행 역효과…올해 경제적 순손실 2260억”
전국 229곳서 9조원대 찍어내…충청권 지자체도 풀빵찍듯 ‘출시 전쟁’
정부 보조금 지출만 연 9천억…특정 시점·지역 한정해 발행 보조해야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되레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조치원 전통시장 모습.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되레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조치원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되레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구나 지역, 상인들에게 집중되는 효과보다 연간 2000억원의 손실, 9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출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송경호·이환웅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15일 이런 내용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역화폐란 지역 내 가맹점으로 사용처가 제한된 화폐다. 지역 소득의 타 지역 유출을 막고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지난 2016년 53개 지자체에서 발행한 액수는 1168억 원어치였지만 올해는 229곳에서 9조원을 찍어냈다. 전체 지자체(243곳)의 94%를 차지한다. 정부는 한술 더 떠 내년 발행 규모를 15조원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대전시의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의 총 발행액은 4600억 원대를 넘어섰다. 앱에 가입한 시민만 37만 명에 이른다. 현금 등으로 지급되던 수당이나 인센티브를 온통대전으로 지급하는 정책발행은 1500억 원대다.

세종시는 지역화폐 여민전을 올 하반기에 1500억원 이상(7월 150억원 판매) 발행할 계획이다. 이는 상반기 300억원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여민전 앱 가입자는 세종시 전체 성인 인구 25만 7159명(6월 기준)의 31.5%에 해당하는 8만 명을 넘어섰다. 시는 지난 3월 3일 출시 이후, 474억원(일반 450억원, 기관 24억원)이 판매됐고, 430억원이 사용(사용률 91%)됨으로써 소비 진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는 수도권이나 대전 등을 비롯해 지역 밖에서 돈을 쓰는 역외 소비율이 59%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시는 10% 캐시백 혜택을 12월까지 연장하고, 발행물량을 매월 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전 대덕구의 지역화폐 ‘대덕e로움’의 발행액은 600억 원대다. 발행된 601억 원 중, 인센티브를 적용받아 발행된 일반 발행액이 456억 원이고 시상금·복지포인트·긴급재난지원금 등 인센티브 없이 발행된 정책발행액은 145억 원이다. 대덕e로움은 전국 20개 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는 우수사례가 됐다.

충남 지역화폐는 지난6개월 동안 발행액이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발행 목표액을 6개월 앞당겨 초과 달성한 것이다. 시·군별로는 천안이 555억 55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서산 500억 원, 아산 460억 6400만 원, 부여 431억 8400만 원, 서천이 233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판매액은 천안 555억 5500만 원, 부여 431억 8400만 원, 서산 329억 8700만 원, 아산 245억 9200만 원, 공주 193억 2100만 원 등 총 2863억 9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환전액은 2224억 1100만 원으로, 천안 443억 3200만 원, 부여 353억 5000만 원, 아산 245억 600만 원, 서산 235억 2500만 원, 서천 167억 9100만 원 등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 지역화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구입 시 할인 혜택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민 사이 지역경제 선순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하나의 이유로 풀이된다”며 “앞으로도 특별 할인이나 가맹점 확대, 통합관리시스템 도입 등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내년에 카드형 충전식 지역화폐인 청주페이를 27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발행된 청주페이 이용자는 8월 말 기준 12만8618명이다. 이는 올해 목표한 2000억원보다 700억원 많다. 지난달까지 993억원이 발행돼 880억원이 사용됐다. 환전율은 88.6%다. 괴산군 지역화폐인 괴산사랑상품권은 연내 30억원을 판매키로 했다. 옥천군 지역화폐 ‘향수 OK카드’는 3년간 2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천화폐 ‘모아’ 유통액은 680억 원에 달한다. 음성 전자화폐 ‘음성행복페이’는 올해 발행 목표액을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지역화폐에 들어가는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 발행·관리에 쓰이는 부대비용은 발행 액면가의 2% 수준이다. 올해 지역화폐 9조원을 발행하는 데 약 1800억원이 소요됐다. 또 지역화폐는 액면가보다 10% 할인 판매돼 정부와 지자체가 지출해야 하는 보조금도 올해 9000억원에 이른다.

‘조세연’은 9000억원 가운데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하는 경제적 순손실을 460억원으로 추정, 총 22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대부분 지자체는 같은 금액의 현금보다 활용성이 낮은 지역화폐의 판매·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액면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지역화폐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기 때문이다.

조세연이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지역화폐 발행에 따른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네마트 등 일부 업종 매출만 늘었을 뿐, 다른 업종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해당 지역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수치도 발견되지 않았다. 조세연은 “지역화폐보다 사업체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하며 “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단일 주체가 일괄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이 지역화폐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지역화폐를 싸게 팔아 현금화하는 일명 ‘현금깡’에 대한 단속 비용과 일부 업종의 물가 인상 효과에 따른 실질 구매력 하락 등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손실이 다양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세연은 분석했다.

지역화폐 도입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지역 내에서만 사용하는 지역화폐는 일종의 보호무역 조치처럼 인접한 다른 지역의 소매업 매출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특정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은 인접한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데, 결국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매출 증가 효과는 줄고 발행 비용만 순효과로 남게 된다. 더구나 지역화폐가 온누리상품권 등 다른 상품권이나 현금을 단순 대체하는 경우에는 소형마트의 매출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지역화폐를 우후죽순으로 만들고 권장하기보다는 장점이 무엇이고, 선순환방법이 무엇인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특히 큰 관광특화 지자체 등 특정 시점과 지역에 한정해 중앙정부가 지역화폐 발행을 보조하는 방법 등이다. 또한 지역화폐 발행이 시장 기능을 왜곡시킨다는 측면에서 지역화폐를 통한 간접지원이 아닌 지역 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서비스와 물품을 서로 구매해주는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행정기관이 나서 인위적으로 만들고 사용 실적을 높이려고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다보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캐시백 수혜정책을 펴다보면 지자체 재정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을 다시 한 번 상기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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