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사우]벽에 대고 욕하고 싶은 시대
[문방사우]벽에 대고 욕하고 싶은 시대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9.22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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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찬바람이 불면 잠방이가 얼면서 행짜를 부린다. 이때쯤 전국 산사(山寺)와 선방, 토굴에는 바랑을 멘 2000여명의 납자(스님)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음력 4~7월 보름, 10월~정월 보름 석 달씩 산문의 빗장을 건채 안거(安居)에 들어간다. 안거는 우기(雨期)에 땅에서 나오는 미물과 초목들을 밟지 않도록 석가모니가 수행자들의 유행(遊行)을 중단시킨 데서 비롯됐다. 큰스님이 던져주는 화두는 ‘이 뭣고’를 비롯해 무(無), 나는 어디서 왔는가, 사는 의미는 뭔가 같은 것들이다. 

동안거에 들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어떤 곳은 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기까지 한다(폐문정진). 콧구멍만한 방안엔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 공양(밥)은 하루에 단 한 번(오전 11시), 개구멍 같은 문으로 소량을 넣어준다. 달콤한 음식냄새, 달콤한 세상냄새를 단칼에 없애기 위함이다. 방안에는 몸을 씻기 위한 물, 요강, 흰 벽이 있을 뿐이다. 번뇌와의 싸움은 육신을 박제하듯 고통스럽다. 졸음이 온몸의 땀구멍으로 쳐들어오고 1000여 개의 근육은 마디마디 저리다. 화두는 언제나 여우처럼 놀리며 달아난다. 산문(山門)밖의 일을 끊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성철 스님은 8년 동안 눕지 않고 앉은 채로 자는 장좌불와(長坐不臥)를 행했다. 매년 두 차례 안거 때는 아예 잠을 자지도 않았다. 불교 선종(禪宗)의 창시자이자 소림사(少林寺.샤오린스)를 창건한 달마대사는 9년간 면벽수행(面壁修行)했다. 이때 최고로 고통스러운 것은 배고픔이 아니라 졸음이다. 이때 수마(睡魔)를 물리치기 위해 눈꺼풀을 떼어서 마당에 던졌더니 나무가 돋아났는데 그것이 바로 차나무였다. 이후 수행자들은 이 나무를 달여 마시고 수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산사 수행 중 또 하나 어려운 것은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않는’ 묵언수행(默言修行)이다. 이들은 ‘흰 벽’을 보며 무엇을 깨달았을까.

스님들은 회의를 하거나 의논할 일이 있으면 ‘법대로(여법.如法)’ 한다. 이는 효봉 스님 때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다. 효봉은 약속을 10분이라도 어기면 경을 쳤다. 밥알 하나만 흘려도 불호령이 떨어졌고, 초심지가 다 내려앉기 전에 새초를 갈아 끼워도 혼을 냈다. 또한 울력(공동 노동)을 해도 열외가 없었다. 이처럼 ‘법대로’를 외친 효봉이 바로 와세다 법대 출신이자 한국인 최초의 판사였던 이찬형(속명.俗名)이다. 그는 2남 1녀를 둔 가장으로 판사생활 10년째인 36세 때 출가했다. 
효봉이 판사에서 스님으로 간 까닭은 왜일까. 평양 고등법원에 있던 어느 날 그는 처음으로 피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신(神)도 아닌 인간이, 인간을 벌하고 죽일 수 있는가’라는 회의에 빠져 법복을 벗었다. 그 후 홀연히 집을 떠나 3년간 전국 엿장수로 떠돌다 스님이 됐다. 그는 엉덩이 살이 헐고 진물이 날 정도로 꼼짝도 안해 ‘절구통 수좌’로 불렸다.

‘공정’을 가치로 내건 문재인정부는 그다지 공정치 못하고 무법인지 위법인지 불법인지도 분간 가지 않는 인사는 그야말로 참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에는 ‘돈 나눠주는 재미’에 산다. 1차 재난지원금 14조 3000억원을 쏟더니 2차에는 7조8000억원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1인당 통신비 2만원 씩 총 9000억 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물론 받는 사람이야 기분은 좋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국민들 왼쪽주머니에서 꺼내다가 오른쪽주머니에 찔러주는 꼴이니 ‘황당한 조삼모사 전략’이다.

딱히 고마워할 필요도,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그 돈은 세금이고, 종장에 세금을 더 내야하는 후불제다. 국가부채가 850조 원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에서 이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통신비를 지원할 일이 아니라, 아예 이동통신사들의 통신료를 항구적으로 인하해야 옳다. ‘자기 돈 같으면 그러겠나’이다. 국민 돈으로 생색내고, 기분 내면서 웃고 있지만 결국엔 국민들만 울게 돼있다.

참으로 벽에다 대고 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마주보고 얘기하자니 화병이 돋고, 모른 체 하자니 뚜껑이 열린다. 묵언수행도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을 ‘무지렁이’로 알고 기만할 것인가. 제대로 된 정책을 기획하지 못하는 벽창호(벽창우)들이니 허구한 날 ‘돈’갖고 장난을 치는 것이다. 엄마 없이 라면을 끓이던 10살·8살 형제는 아직도 ‘불구덩이’에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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