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의 크기
그릇의 크기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2.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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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은 사물을 담는다. 물성을 지닌 모든 것들이 그릇에 담기면 그때부터 쓸모가 나뉜다. 음식 그릇이라면 미식가의 미각과 시각을 돋울 것이고, 개밥그릇이라면 견공의 식탐과 식욕을 자극할 것이다. 그릇은 품는 자의 크기를 닮는다. 담는 자의 인격도 닮는다. 그래서 그릇은 도량(度量)이다. 사람의 배포란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을 뜻한다. 그릇이 작으면 마음의 넓이도 작다. 밥그릇은 매일 먹는 밥통 안의 쌀을 이르지만 인생의 모든 것을 ‘밥’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본디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기는 것이 아니다. 본인 것만 챙기면 철 밥통이다. ‘그릇’은 뺏을 수 있지만 ‘밥’은 뺏을 수 없다.

▶온기 잃은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그 나물에 그 밥’뿐이다. 아무리 많이 먹고 싶어도 하루 세끼면 족하다. 그룹 대총수도, 대통령도, 동냥아치도 네 끼, 다섯 끼를 챙기지 않는다. 끼니는 고통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는 보상이다.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몸이 기억한다. 입이 기억한다. 하지만 동냥은 안줘도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그릇 깰까봐 설거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깨는 한이 있어도, 설거지거리를 쌓아두고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낫다.

▶복(福) 그릇의 크기는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밥그릇만하고, 어떤 사람은 간장종지만하다. 어떤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아 자기 복 그릇을 다 채우지 못해 비참하게 살고, 또 어떤 사람은 더 큰 욕심을 내다가 자기 복 그릇마저 깨고 파멸한다. 좋은 그릇은 하늘도 품는다. 자기 그릇엔 자신의 얼굴이 담긴다. 더구나 타고나지도 않는다. 작은 그릇으로 태어났어도 하늘을 품을 수 있는가하면, 큰 그릇으로 태어났더라도 집 천장조차 버거울 수 있다. 작은 그릇도 품는 마음에 따라 양(量)이 커진다. 간장종지는 그냥 간장종지다. 간장을 넘치게 따르고 싶어도, 넘치면 욕심이다. 평미레로 알맞게 따라야 쩨쩨하고 비열하지 않다.

▶간만에 시골길을 걸으며 총총히 떠있는 별을 봤다. 그 별빛은 밤새도록 쏟아졌다. 긴 시간들이 숙성돼 만들어진 그 눈빛은 푸르고 깊었다. 별이 마음속에 화석처럼 박혔다. 별은 길 잃은 자에게는 나침반이 되고, 길 찾는 자에게는 길라잡이다. 산자는 죽어 별이 되고자 하고, 망자(亡者)는 안식의 별이 되길 소망한다. 별은 사람들 생애 곁에서 서성거린다. 빛을 살라먹고, 오로지 어둠 속에서 빛난다. 어둠이 없으면 별은 없다. 우리 은하계에만 2000억 개의 별이 산다. 우주를 품고, 지구를 품고, 세상을 품고, 인간을 품는 그릇이다. 그 무한한 그릇은 모두를 품어 안는다. 빛나는 곳에서 빛나지 않고, 어둠속에서 빛나는 별의 혜량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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