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제공 등 인센티브 효과…괴산 폐교 위기 농촌 학교 살려
주택 제공 등 인센티브 효과…괴산 폐교 위기 농촌 학교 살려
  • 나인문 기자
  • 승인 2020.10.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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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백봉초, 도시 전학 가구에 연립주택 제공, 수학여행도 무료
전국서 신청 쇄도…초등생·유치원생 19명서 3년만에 52명 껑충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백봉초등학교 학생들. 백봉초 제공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백봉초등학교 학생들. 백봉초 제공

학생 수가 급감, 폐교 위기에 몰렸던 농촌 초등학교가 주택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도시 학생들을 불러들이며 기사회생했다.

충북 괴산군 청안면 부흥마을에 있는 백봉초등학교는 2016년 9월 충북도교육청의 통폐합 대상 학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76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1970년대 전교생이 1000여명에 달했던 백봉초등학교지만 이농과 농촌 고령화로 학생 수가 급감하는 농촌 학교의 현실을 비껴가지 못했다.

2017년 이 학교 학생 수는 초등학생 17명, 병설 유치원생 2명에 불과했다. 5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들이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이 한해 3∼4명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이 학교 입학생이나 졸업생이 전무했다. 이런 추세라면 폐교는 불 보듯 뻔했다.

배움의 터일 뿐 아니라 마을의 문화 거점 역할을 했던 백봉초가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학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2015년 정부의 '창조적 마을 바꾸기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돼 42억원의 사업비를 받은 주민들은 7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2월 6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연립주택을 지었다.

'행복나눔 제비 둥지'로 명명한 이 연립주택은 자녀를 백봉초에 전학시키는 도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주거 공간이다. 가구당 전용면적 60㎡ 규모의 이 연립주택은 별도의 임대료 없이 관리비 5만원만 내면 초등학생 자녀가 백봉초를 졸업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다.

주민들조차 반신반의했지만,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전국에서 20여 가구가 자녀를 백봉초에 전학시키겠다고 신청했다. 6가구의 제비 둥지 입주 부모를 따라 전국에서 초등학생들과 유치원생들이 전학하면서 지난해 백봉초는 초등학생 26명, 유치원생 8명으로 늘었다.

괴산군은 9억3000만원을 들여 올해 초 6가구 규모의 두 번째 제비 둥지를 짓고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전국에서 신청이 쇄도, 100여가구가 몰렸다. 선착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백봉초에 다닐 자녀가 많은 가구 위주로 입주자를 뽑았다.

서울, 경남 등 전국에서 자녀를 데리고 이주한 도시민들 덕분에 올해 백봉초 학생 수는 초등생 37명, 유치원생 15명으로 크게 늘었다. 제비 둥지에 정착한 도시민이나 전학생들은 백봉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학생들은 바이올린, 피아노, 난타, 원어민 영어 교육 등 방과후활동과 스키 캠프, 승마 등 체험활동을 모두 무료로 즐긴다. 도시 학교에서는 신청 학생이 3만∼5만원을 내야 하지만 학생 수가 적은 백봉초는 진로 체험비로 전액 지원한다. 제주도 수학여행 역시 학교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경비 부담이 전혀 없다.

쾌적한 환경에서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벗 삼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도 도시에서는 꿈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학생 수가 늘어나고 도시에서 온 젊은 학부모가 늘면서 마을에는 생기도 돌고 있다.

백봉초는 폐교 위기에 몰린 농촌 학교들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괴산군 장연면 주민들은 초등학생 10명, 유치원생 4명에 그쳐 분교장이 될 처지에 놓인 장연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전학생 가구에 마을회관과 개인 소유 빈집 2채를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전학생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아토피 교실도 짓겠다며 도시 학생 유치에 나섰다.

신복호 백봉초 교장은 "주택을 무료 제공하고 비용 부담 없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 도시에서 이주해온 학부모나 자녀 모두 만족해한다"며 "학생 수가 적어 교사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도 우리 학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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