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사우]테스형, 세상이 왜 그래
[문방사우]테스형, 세상이 왜 그래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10.1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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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가황(歌皇) 나훈아는 ‘너 자신을 알라’던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테스형)였다. 54년 짬밥의 그가 15년 만에 다시 선 무대는 한마디로 ‘테스형’의 부활이었다.

6개월을 준비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는 개런티도 없고 관중도 없었다. ‘보이지도 않는 이상한 것들(코로나19)’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단 일념 하나로 시작된 쇼였다. 하지만 온라인 관객은 한국을 넘어 지구촌을 뜨겁게 휘감아 돌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코로나 잡겠다고 나선 쇼가 정치를 잡았다. ‘너 자신을 알라’고 툭 내뱉은 불똥이 정치권과 정부쪽으로 튄 것이다.

‘테스형’의 언중유골(言中有骨)은 은유적 표현을 넘어 절망적인 대한민국의 현실과 잃어버린 내일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었다. 나훈아는 테스형에게 마치 동네 아우처럼 어리광을 부렸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나훈아가 굳이 테스형이 살고 있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를 소환한 이유는 뭘까. 답은 나와 있다. 당시의 아테네는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극심하고 개인 윤리의식이 타락하면서 민주주의가 부패하던 시절이었다. 진리를 왜곡하는 궤변가가 득세하고, 보편타당한 진리가 사라지고 거짓말과 협잡이 성행했다. 나훈아는 테스형에게 그걸 고백하고 위로를 받으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겪고 있는 허탈감과 헛웃음 나는 슬픈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처절하게 대변한 것이다. 그러면서 나훈아는 국민을 떠올리며 위로했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면서 ‘이 나라를 지킨 분들은 바로 국민’이라고 했다. 아울러 방역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함으로써 이들의 공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정치 모리배들의 행태를 무언으로 비판하는 면모도 보여줬다.

‘국민이 힘을 갖고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는 나훈아의 일갈에 정치권이 앓았다. 이를 두고 서로들 ‘네 탓’이라고 했다. 바보들이다. 바로  자신들이 위정자인데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으니 테스형이 벌떡 일어날 노릇 아닌가. 건국 이래 최대 재난이라는 코로나19 시대에서 정치인들은, 실직당하고 폐업한 사람들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참으라고만 하고 있다.

이름 석 자로 공연 제목이 되는, 나훈아는 소신이 확고하다. 그는 특정한 권력에 따르거나 돈에 매달려 움직이지 않는다. 심지어 광고방송도 안 한다. 이번 공연에서도 노 개런티를 선언하면서 ‘출연료 받으면 너희들이 하라는 대로 다해야 하잖냐’며 수십억 원을 포기했다.

지난 2018년 김정은이 평양공연에 초대했을 때도 그는 가지 않았다. ‘스케줄이 있어 오지 못했다’고 하니 ‘사회주의’가 당황해했다. 북한에 가는 가수들은 이래라 저래라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조용필도 90도 폴더 인사를 했었다. 하지만 나훈아는 아무리 최고의 권력을 가진 자라도 간섭받는 공연은 하지 않는다. 한때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파티에 초청 받았으나 이 또한 거절했다. 대구시에 코로나19 성금 3억원을 기부했으나 이 또한 알리지 않았다. 6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서 메스컴을 도배했던 대통령과 비교된다.

언제쯤 또 나훈아를 볼 수 있을까. ‘흘러가는 사람’ 나훈아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갈무리, 잡초, 무시로, 땡벌, 울긴 왜 울어···. 그가 쓴 무수한 곡들만이 국민들을 위무하며 나이를 먹어갈 뿐이다. 테스형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물었던 훈아형의 절창이 벌써 그립다. ‘턱 빠지게 웃는 웃음에 아픔을 묻고, 죽어도 또 오고 마는  내일이 두렵다던 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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