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사우]차라리 법무총장 하시지!
[문방사우]차라리 법무총장 하시지!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10.2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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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정치가 싫소. 정치인이 싫소. 정치쇼가 싫소. 정치가 ‘법’을 주무르고, 정치가 백성의 ‘밥’을 쥐어짜니 정나미가 떨어졌소. 마뜩잖소. 정치란 자고로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법치도 마땅히 국민을 향한 것이어야 하는데, 모두들 심술궂고 못났고 형편없소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몽니’가 도를 넘고 있다. 함부로 쓰지 않는 수사지휘권 발동이 개똥처럼 흔해졌다. 검찰의 ‘잘못 휘두르는 검(檢)’을 제어하는 것까지는 옳은 일이나, 아예 검찰총장을 겸직하는 것처럼 칼춤을 추니 문제다. 이러면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이 무너진다. 서민의 피눈물을 뽑은 ‘대형사기 사건’을 친(親)여권 성향 범죄자 편지 한 장으로 순식간에 ‘검찰총장 제거 사건’이 돼버렸다.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검찰이 시나리오 다 써놓고 생사람 잡는다더니 지금 ‘추미애의 법(法)’도 달라진 게 없다.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고 하고, 맞는다고 해도 아니라고 한다. 짜 맞춘 검찰 수사라고 욕하면서 그들도 ‘와꾸(틀)’를 짠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 명(命)을 거역했다’니 군사정권 때나 쓸법한 말을 장관이 하고 있다.

관상을 보면 그 사람 살아온 내력이 보인다. 얼굴에는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심술이 더덕더덕 붙어있으면 열에 아홉은 잘못 산거다. 제 얼굴을 성형으로는 바꿀 수 있지만, 인생 전체를 성형할 수는 없다. 사납거나, 온화하거나, 인자하거나 관상은 제 스스로 만들어낸다. 더구나 창조적으로 바꿔갈 수도 없다. 똑바로 살면 똑바로 박힌다. 인상(얼굴)이 달라지면 관상(인상.언상.체상)까지 달라진다. 요즘 TV를 보다보면 법무장관의 얼굴에서 ‘복수와 증오’가 읽힌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절박하게 만들었을까.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돼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대통령,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던 대통령.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CEO 대통령이 되겠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대통령. 그런데 그의 얼굴에서 ‘권태와 역정’이 읽힌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절망하게 만들었을까.

정치 모리배들이 대통령을 제왕적 군주로 만들고, 그 그림자 안에서 ‘제왕’ 흉내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주변에 바른 소리를 하는 인간은 없고, 발린 소리만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국사회가 1년 넘게 조국과 추미애 문제로 허송세월한 것을 생각하면 지겨운 정도가 아니라 지쳐간다. 실업(實業)은 과실이 생기면 가질 수 있지만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남는 게 있으면 국민에게 돌려줘야한다. 여태껏 낙마한 인사들의 흠결은 대부분 청와대가 ‘알고도’ 넘어간 것들이다. 낙마를 불러온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검증 단계에서 ‘놓친 게’ 아니라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이 오판이었다. 주택 3채를 가지고 있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하다가 허겁지겁 내다 파는 꼬락서니를 보면 웃음마저 빗겨난다.

더 큰 문제는 수차례 인사 사고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잘못한 것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가 문제다. 자기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편에게는 간악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제왕적인 것이다.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로 낙인을 찍는 세상이다.

내시(內侍) 김처선은 “이 늙은 신하는 네 명의 임금을 섬겼지만 연산군처럼 문란한 군왕은 없었다”며 쓴소리를 하다가 다리와 혀가 잘렸다. 하지만 김처선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길은 기억으로 유지 보수되고, 또 다른 길로 탄생한다. 모든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삶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게 핵심이다. 자기보호의 시대, 더욱 약삭빠른 동물이 되라고 독려하는 이 야만적 정치문화는 자기중심주의를 극대화한다. 그래서 ‘어떻게 섬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부려먹을 것인가’를 궁리한다.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 사과할 줄 모르는 장관, 사과할 마음조차 없는 정치꾼들, 그리고 맹목적으로 그들을 비호하는 가벼운 질감의 지지자들. 그들이야말로 진짜 국민의 명(命)을 거역하는 자들이다.

지금 추 장관의 행보대로라면 차라리 검찰총장을 자르고 ‘법무총장’ 겸직을 하는 게 낫다. 첨언하자면, 정치인이 임명직 공무원을 해서도 안 된다. 법을 정치처럼 하고, 정치가 법을 덮는 일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치는 지지고 볶든 정치인이 하고, 장관은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을 모셔다 쓰는 것이 옳다. 대통령에게 곧은 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허깨비’들은 그냥 본업으로 돌아가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국민은 국가의 부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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