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래퍼' 75살에 학사모 "세상은 도전하는 나만의 무대"
'할아버지 래퍼' 75살에 학사모 "세상은 도전하는 나만의 무대"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9.02.16 16: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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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임원철 씨 한남대 학사학위 받아… 총장공로상 수상도
랩 통해 소통하고 각종 방송 출연··· 장학금 기탁 선행 등 눈길
한남대 '할아버지 래퍼' 임원철 씨. 미디어붓DB
한남대 '할아버지 래퍼' 임원철 씨. 미디어붓DB

“나는 해방둥이. 내 나이 60하고도 15살. 우여곡절을 너무 많이 겪어왔어. 유년 시절 6·25전쟁 피난살이 너무나도 고달파. 총소리, 폭탄소리 너무나도 무서워. 울기도 많이 울었어. IMF 시절 너무너무 힘들었어. 나의 70인생 숨 가쁘게 숨 가쁘게 살아왔어. 그러나 65세 중학교 들어가. 고등학교 졸업 수능 보는 날. 내 생애 최고의 벅찬 가슴 잊을 수 없어."

75세 할아버지가 부르는 랩(rap)의 일부분이다. 랩은 말과 노래의 경계에 있다. 그의 보이스는 자메이카 발성을 닮았고, 몸짓은 아프리카 리듬을 빼닮았다. 한남대에서 ‘할아버지 래퍼(rapper)’라고 불리는 1944년생 해방둥이 임원철 씨가 15일 2018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값진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트로트나 일반 가요를 즐겨듣는 다른 기성세대와 다르게 평소 젊은이들의 음악인 랩을 즐겨 듣고 직접 랩을 부르는 임 씨는 한남대 랩 동아리(토네이도)에 가입해 대전 으능정이 거리와 천안 시내 등에서 버스킹 활동을 하며 이름을 날렸다. 특히, 4년의 대학생활 동안 한남대 축제무대를 비롯해 케이블방송 Mnet의 쇼미더머니5, 슈퍼인턴, KBS 생생정보통,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MBC 파워매거진 등 각종 TV 방송에서 랩을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한남대 '할아버지 래퍼' 임원철 씨. 미디어붓DB
한남대 '할아버지 래퍼' 임원철 씨. 미디어붓DB

“20년 전 사업장에 출퇴근 하는 시간 동안 너무 졸려서 차 안에서 일반유행가를 부르며 졸음을 쫒았습니다. 하지만 온 몸을 뒤틀며 유행가를 불러도 좀처럼 졸음이 깨지 않아 노래가사를 빠르게 좀 심하게 부르다보니 일반 유행가가 랩같이 변했어요. 그래서 이게 랩이 되는구나 생각하고 그때부터 혼자 자작을 해서 부르게 됐고 지금은 저의 일생을 담은 랩이나 부부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룬 랩 등 다양한 작사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학과 학생들과 처음 대면하는 오리엔테이션(OT) 시간에 랩으로 본인 소개를 하는 등 젊은이의 문화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게 랩은 젊은 학우들과 이어주는 도구임과 동시에 외롭고 어려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트로트나 가요와 달리 랩은 상대방에게 가사를 통해 조금 높은 강도의 말을 하더라도 오해하지 않고 들어줍니다. 또한 랩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할 수 있고, 중간 중간에 즉흥적으로 저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 줄 수 있어 대학 생활동안 젊은 친구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 수 있었습니다.”

임 씨의 제2의 인생은 60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17세부터 아버지와 함께 건축자재 생산업에 종사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임 씨는 65세 때 모든 사업을 내려놓고 못 다한 공부를 하기 위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전 예지중·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어릴 적 어려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65세까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했어요. 사업을 마치고 노후를 생각하고 있던 중에 딸아이가 어느 한 노인의 수기를 메일로 보내줬습니다. 수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산 한 노인이 60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남은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하며 30년간 덧없이 지내다 90세를 맞는 생일날 그동안 허망하게 보낸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노인은 100세 생일날 다시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 뒤늦게 어학공부를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죠. 평생 배움의 한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수기의 노인은 큰 감명을 줬고 아직 늦지 않음을 깨달은 저는 그 해에 중학교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이후 학업에 매진한 임 씨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2015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에 합격했다. 손주 나이의 학생들과 같이 15학번 새내기 대학생 생활이 시작됐다. 임씨는 건축자재 사업과 운동으로 달련된 건강한 신체와 랩을 통해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만학의 꿈을 이룬 임 씨는 지난 4년간 매월 5만원의 장학금을 대학에 기탁한 점도 뿌듯한 일로 남는다. 금액과 무관하게 자신이 다닌 대학의 동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움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임 씨의 다음 도전은 전국일주를 하며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다.

“원래는 대학원까지 가려고 했는데 대학교 졸업장을 받고 배움에 한을 말끔히 풀었기 때문에 이제는 좀 자유롭게 전국 배낭여행을 한번 가고 싶습니다. 세상은 계속 도전하고 성취해 나가야 하는 저마다의 무대이며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결국에 이루고자 하는 바를 성취했을 때 희열을 느낍니다. 남은 인생을 보다 즐겁게 더 부딪쳐 보려고 합니다.”

100세 시대, 젊은 마음과 열정으로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75세 할아버지 래퍼'를 보며 자메이카의 젊은 향기를 느낀다.

길거리 버스킹 공연에서 랩을 하고 있는 75세 래퍼 임원철 할아버지. 미디어붓
길거리(버스킹) 공연에서 랩을 하고 있는 75세 래퍼 임원철 할아버지. 미디어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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