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에 묻힌 '코리아' 우리는 ‘정치 좀비’들과 살았다
2020년 코로나에 묻힌 '코리아' 우리는 ‘정치 좀비’들과 살았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12.2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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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칼럼으로 본 2020년
정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한해였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는 너무나도 빨리 우리 생활을 바꿔놓았습니다.   몇 차례의 팬데믹 속에 많은 자영업자와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여러 나라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특히 여행업계와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9월 말 기준 상장된 6개 여행사의 직원 수는 작년 말보다 8%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 및 면세점도 직원이 줄었다고 합니다. 항공사 역시 코로나19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정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한해였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는 너무나도 빨리 우리 생활을 바꿔놓았습니다. 몇 차례의 팬데믹 속에 많은 자영업자와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여러 나라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특히 여행업계와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9월 말 기준 상장된 6개 여행사의 직원 수는 작년 말보다 8%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 및 면세점도 직원이 줄었다고 합니다. 항공사 역시 코로나19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좀비(Zombie)는 살아있는 시체다. 아메리카 서인도 제국의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인 방법으로 소생시킨 주검들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체라서 썩어있다. 완전히 마술사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듣지도 못하고 의지도 없어서 무보수의 노예로 노역에 동원된다. 낮에는 무덤 안에 있다가 밤이 되면 일을 하기 위해 스멀스멀 나온다. 무거운 죄를 지은 인간이 그 형벌로 좀비가 됐다고 전해진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한국인 확진자만 5만6872명이고 이중 808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정치 감염병’이 창궐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엔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더니, 올해는 추미애로 시작해 추미애로 끝났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사람과 ‘살아있는 권력을 지키려는’ 사람과 ‘죽어있는 개도 건드리지 말라’는 사람들이 싸웠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물어뜯은 자도, 물어뜯긴 자도 상처만 남았다. 더 비극적인 것은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속에서 죽어난 자는 법(法)도 검(檢)도 아닌 민(民)이었다.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주로 노렸던 ‘나와바리’(영역)에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가세하면서 이제는 예의도 염치도 사라졌다.

그들에게 코로나19는 ‘지지율’이라는 엿과 바꿔먹는 매개였을 뿐이다. 좀비가 출몰하는 세상에, 좀비의 숙주가 다름 아닌 정치였다. 세상은 감염됐으나 그들은 국민을 챙기지 않았다. 조국을 지키려다 1년을 허비했고, 추미애와 윤석열을 지키려다 또 1년을 허비했다. 모두들 이들 얘기에만 전염됐다. 정경심은 또 어떠한가. 진보라는 작자들은 그녀를 두둔하기 위한 친위대로 둔갑했고, 보수라는 작자들은 일개 졸(卒)로 소총질을 해댔다.

입만 열면 정의를 외치면서 결코 정의롭지 않았던 문재인정부. 눈만 뜨면 공정을 외치면서 결코 공정치 못했던 진보의 가치. ‘촛불정권’이 촛불정신을 짓밟고 파시즘으로 폭주한 시간들. 친문 권력 카르텔을 해악이라고 하면서도 결코 본인들도 폐단을 바로잡지 못한 보수의 시간들. 모두들 ‘비겁’을 넘어 ‘비열’한 좀비였다. 틀린 것조차도 ‘우리 편’이면 용서가 되고, 옳은 일이어도 ‘남의 편’이면 물어뜯는 좀비였다. 이는 ‘무식도 여럿이 모이면 세력’이라는 말과 함께 설익은 대중민주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인지, 검찰개악인지 모두들 광기 넘치는 ‘굿판’을 벌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듣지 않았고, 그냥 물어뜯었다. 좀비는 끔찍한 존재다. 죽었지만 죽지 않아서 공포스럽다. ‘옳음’과 또 다른 ‘옳음’ 사이에서 유혈이 낭자한데 이들은 자기 진영의 ‘옳음’만을 위해 존재했다. 자신의 옳음이 절차를 무시하면 독단적 옳음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옳음이 도리어 적폐가 될 수도 있다. 좀비의 잔혹성은 전염성 때문이다. 하나의 좀비는 무고한 이들을 좀비로 만들고 기하급수적으로 변종의 좀비를 만든다. 눈송이 하나는 가볍지만 쌓이면 나뭇가지를 부러뜨린다.

한국 교수사회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는 뜻으로 이른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일종의 신조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상황에서도 ‘개싸움’에 열일한 정치권을 꼬집은 말이다. ‘아시타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도 아시타비와 같은 의미의 ‘후안무치’(厚顔無恥: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였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진정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코로나에 지배당했던 2020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저만치서 다가오는 2021년 신축년 새해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힘이 바닥인데, 코로나19 좀비와 정치좀비는 여전히 살아있다. 영화에서처럼 좀비들을 박살내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건 현재까진 개꿈이다. 좀비가 창궐하기 시작하면 피할 곳이 없다. 1년 내내 ‘좀비’들과 살았던 우리는 이제 누가 좀비이고, 누가 물어뜯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물어뜯는 자도 좀비이고, 물어뜯기는 자도 또 다른 좀비가 될 뿐이다.

좀비와 싸워 이기는 방법은 어둠을 걷어내는 길밖에 없다. 찬연한 빛으로 멸균하고 그림자를 박멸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십자가와 염불을 욀 일이 아니라 ‘사람답게’ 맞서 싸워야한다.

<추신>“2020년,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하지 않은 못한 세상에서, 안녕했으니 여러분이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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