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천지에 아직도 '돈선거'라니
대명천지에 아직도 '돈선거'라니
  • 나인문
  • 승인 2020.12.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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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농협 상임이사 선거에서 금품 살포 '충격'
영동농협 전경
영동농협 전경

지난해 충북 영동농협 제6대 상임이사 선거과정에서 인사추천위원 3명에게 600만 원을 건네고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부탁했던 비리가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동지역 사회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여느 기관보다 깨끗하고 청렴해야 할 금융기관에서 이러한 비리가 자행됐다는 점에서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된다.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금품을 주고 표를 매수했다는 점에서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공분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영동농협 상임이사 선거를 둘러싸고 공공연한 비밀처럼 금품살포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정인이 그러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돈선거로 얼룩진 영동농협 상임이사 인사추천위원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지난 2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비밀은 언젠가는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가 증명되면서 추상같은 법집행으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일갈도 나온다. 게다가 이 같은 금품 선거로 인한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에 치러질 상임이사 선거에 또 다시 출마한다고 하니, 농협 안팎에서는 뻔뻔함의 극치에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비위에 연루된 상임이사가 수신 4000여억 원, 여신 2000여억 원의 영동농협 살림살이를 제대로 꾸릴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전임 직장으로부터 받은 7978만여 원의 퇴직금을 놓고 소송에도 휘말리면서 법원을 오가야 하는 처지여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아심을 갖는 조합원들도 많다. 전임 조합장 시절 발생한 100억 원대의 ‘부실대출’ 사건과 관련해 예상손실금 축소 등 조합의 손해를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장본인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도 천만부당하다. 100억 원대의 부실대출에 상임이사 선거과정에서의 금품살포 등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들이 자행됐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이 느끼는 충격도 크다.
그런데도, 이미 살포했던 금품을 회수했고, 당사자들 간 이미 다 정리된 사항을 왜 언론에서 다루려고 하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돈을 뿌리고 당선된 뒤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모두 회수했다는 말도 코미디와 다를 게 없다. 설령 회수했다고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법은 애초부터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그러한 궤변이 통하는 사회라면 사법당국도 존재할 이유가 하등에 없다.
죄를 짓고도 법치를 비웃는 그러한 자가 존재하는 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를 가벼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양심과 도덕을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그들에게는 법치(法治)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법이 존중받고 탈법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지 못하면 그 사회와 국가에는 희망이 없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는 죄를 지으면 반드시 죗값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길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만이 대다수 조합원과 영동농협을 이용하는 군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회복시켜 주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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