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시장을 JOB아라’ 동대문 의류시장서 ‘사유~’
‘의류시장을 JOB아라’ 동대문 의류시장서 ‘사유~’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1.02.0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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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출신 ‘SAYOU’ 권혁제 씨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화제
‘보따리상’ 아닌 신개념 마케팅…“좋은 옷을 싸게 파는 게 전략”
‘SAYOU’ 권혁재 대표.
‘SAYOU’ 운영자 권혁제 씨.

“지도 없이 떠나면 죽을 수도 있죠. 근데,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길을 만들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시대, 소비패턴도 비대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직접 시장에 가지 않고도 상품을 보고, 그 상품의 질감까지도 느끼게 만드는 새로운 마케팅시대가 열린 것이다. 더구나 청년 스타트업(start-up) 창업들이 늘면서 비즈니스 생태계는 무한 생존경쟁의 정글이 돼가고 있다.

동대문 패션타운에서 도매가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쇼핑스토어 ‘SAYOU’ 권혁제 씨(27)는 탄탄대로를 걷던 군(軍) 부사관(중사) 생활을 정리한 후 의류업에 뛰어들었다. 일찍이 패션업계 일을 하고 있는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는 순한 인상과는 달리 ‘마음먹으면 해내는’ 독종의 DNA를 지녔다. 때문에 3개월 만에 ‘빨래판 복근(헬스보이)’을 만들기도 했고, 술·탄수화물 끊기 6개월에도 성공했다. 어쩌면 ‘한곳에 꽂히면 결과를 보는 승부사 기질’ 때문에 패션 쪽 일을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지도 모른다.

동대문 의류시장을 떠올리면 일단 ‘보따리상’을 생각한다. 전국 각지는 물론 지구촌 곳곳으로 ‘덩어리째’ 팔려나가는 패션들이 매머드급이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오는 손님만 기다려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경제상황에서 온·오프라인을 겸비하지 않고는 배겨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권 씨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상거래(B2B)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그가 운용하고 있는 쇼핑스토어 ‘SAYOU’는 옷을 사라는 의미와 충청도 사투리 ‘사유~’를 가미한 절묘한 작명으로 태어났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search/all?where=all&frm=NVSCTAB&query=sayou.

 

‘SAYOU’ 권혁재 대표.
‘SAYOU’ 운영자 권혁제 씨.

4만원 이하 품목부터 8만원 이상 품목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쇼핑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여자 끈벨트 니트 롱 브이넥 원피스, 남녀공용 양기모 오버핏 맨투맨 티셔츠,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세미 정장, 브이넥 오픈숄더 니트, 트레이닝복, 니트 가디건, 허리밴딩 청바지, 끈랩 퍼프 프릴 블라우스, 일반 볼캡 야구모자까지 없는 게 없다. 단순 가격을 비교해 봐도 여타 제품보다 거품이 많지 않다. 더구나 판매가에서 다시 10~30%를 디스카운트 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일종의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이다. 일단 이익보다는 많은 고객들을 만나고 싶은 그의 비즈니스 철학이 숨어있다. 그래서 항상 ‘좋은 옷을 어떻게 하면 더 싸게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하루 3시간씩 자면서 의류업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가져다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작과 유통, 온·오프라인 판매 전략들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순간순간 지칠 때도 있지만, 쉽게 가는 길은 쉽게 포기하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다시 새벽까지 옷을 만지고, 옷을 보면서, 옷과 생활하고 있는 셈이죠. 한때 아버지는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골라 지방 도·소매상에게 물건을 납품하셨죠. 그런데 이동시간이 길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져보였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날로그 식 판매법과 저만의 노하우를 결합시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일종의 스마트 B2B 플랫폼이죠.”

권 씨는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국 도·소매상과 만날 계획이다. 현재 동대문 상인들이 이용하는 마켓은 도매업체 1만곳, 전국 패션 소매사업자 13만명이 몰려있다. 오늘도 많은 청년들은 '세상을 바꾸리라는 일념 하나로' 각종 창업을 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하루 움직이는 시간만 따져봐도 24시간이 짧다. 강행군을 이겨내지 못하면 더 나갈 수가 없는 구조다.

“앞으로 1~2년은 각오하고 일할 겁니다. 하루아침에 수익이 팡팡 터져주는 일도 아니거니와 아직은 초보라서 밑지는 장사라도 하려고 합니다. 나중에는 그게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커다란 사업 밑바탕이 되겠죠. 부친도 종종 강조합니다. 욕심내지 말고 청춘의 푸른 퍼즐을 맞춰보라고요. 잘 맞춰지지 않더라도 여러 경우의 수를 대입하다보면 답이 나올 거라고요. 이런 정글에선 긍정적인 자세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옷 고르는 안목도 있는 편이다. ‘SAYOU’에 진열된 상품들이 그러하다. 요즘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이는 기꺼이 SAYOU 모델로 나서 준 친누이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짬을 내 ‘신상’들을 입고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덕분에 모델료를 줄이고 시시때때로 상품들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다.

“가족에게 입혀도 손색없는 상품들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주변사람들조차 외면하는 상품은 어디에 내놓아도 가치가 없을 거라는 당연한 이유에서죠.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생산자가 될 수 없다는 말과도 합치됩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구비하려는 소비자들 시선을 끌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 기법도 연구 중입니다. 아이템이 많아야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게 아닐까요?”

‘SAYOU’ 권혁재 대표.
‘SAYOU’ 운영자 권혁제 씨.

권 씨가 거의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밑바닥부터 배우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요즘은 패스트패션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제조와 유통, 판매 등을 모두 담당하는 걸 의미한다. 상품 교체 주기도 빨라 2~3주에 한 번 새로운 디자인을 빠르게 공급해야한다. 아직 그 단계까지 멀었지만 그는 맨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꿈이다.

“제가 고향 청주에서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서울을 선택한 것은 더 넓은 땅에서 기회를 잡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습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오기였죠. 맨몸으로 부딪쳐 악착같이 하면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현재까진 제 선택이 옳은 것 같아요. 지방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마케팅기법들을 알았고, 선후배들의 도움도 많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는 금의환향하기를 꿈꾸고 있어요.”

그는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했다.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거나 이른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업이란 부침이 있게 마련이라 한순간 방심하고 무리하면 쉽게 몰락할 수 있기에 긴장감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는 무료로 마케팅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입니다. 더구나 홍보할 때 아주 유용합니다. 저만의 브랜드, 저만의 퀄리티 높은 상품을 많은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청년들은 연애, 결혼, 자유 등 많은 걸 포기하며 삽니다. 창업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사업을 선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무리하지 않으며 자신이 잘 하는 것을 고심해 창업을 하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권 씨는 ‘실패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실패와 실수란 일을 어떻게 처리했어야 했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정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쁜 결정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직은 서툴고 낯선 의류업의 길, 그는 차근차근 뚜벅뚜벅 걸어가며 미래를 꿈꾼다. 그의 행보가 푸른 힘줄처럼 힘차고 뜨겁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search/all?where=all&frm=NVSCTAB&query=sa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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