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대해 경례!’
‘촛불에 대해 경례!’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9.02.27 15: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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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해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이다.

그만큼 태극기는 일제강점기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상징으로 받들었다.

4.19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때도 태극기는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담아내는 표상으로 작용했다.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무대에서도 애국가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되면 가슴이 뭉클하고 왠지 모를 애국심에 심장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던 국민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민족의 정신을 일깨우며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상징하던 그런 태극기가 요즘 분열과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여야로 나뉘고 진보와 보수로 쪼개지면서 태극기와 촛불이 둘로 나뉘어 서로를 향한 적개심으로 이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탄핵정국과 맞물려 2016년 가을 촛불집회가 열리자, 보수 우파들이 그에 맞서 ‘태극기 집회’를 열면서 촉발된 기이한 현상이다.

소위  ‘태극기 부대’는 그 해 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촛불에 대응하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탄핵을 반대하면서 등장했다.

그들은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재판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면서 일제의 총칼에 맞서 고귀한 피를 묻혀야 했던 신성한 태극기를 모독하고 있다.

문제는 예고된 죽음 앞에서도 태극기를 흔들며 처연하게 일제에 항거했던 애국지사의 애국혼이 담겨 있는 그러한 태극기가 혐오감을 주는 ‘대상’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점이다.

3.1절을 앞두고 집집마다 게양해야 할 태극기가 '태극기부대'로 인해 숭엄한 뜻이 일그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태극기가 왜 민심을 분열시키고 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린 탄핵 대통령을 구하는 몰염치한 일에 악용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못난 후손이 조상을 팔아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보면 꼭 그 짝이다. 태극기부대까지 가세한 전당대회를 보면 민심을 사로잡을 정책대안 대신 막말로 사고를 치는 형국이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그리고 대전·청주·광주·부산 등 전국 경향각지에 있는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시위 때만 해도 고개를 숙이며 책임을 통감한다던 정당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까지 바꾸지 않았는가 말이다.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2년을 보면 한마디로 돌출의 연속이다. 이념 편향적 외골수 정책으로 숨이 막힌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서로가 네 탓하기 바쁘다. 뭔 일이 있으면 전 정부 때문이라고 탓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어야 한다. 어차피 문제를 풀 책임은 현재의 위정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에게 절박한 것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이고,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더 이상 우리의 자랑스런 태극기를 민심을 왜곡하고 국기의 가치를 모독하는데 동원해서는 안 된다.

질곡과 어둠을 헤쳐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의 역사와 국민 누구도 박사모와 보수우익단체들이 태극기를 오염시키고 그 가치를 훼손하는데 이용하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면 세계인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울려 퍼지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경의를 표하는 대신, 촛불을 켜놓고 ‘촛불에 대한 경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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