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祖)와 종(宗) 그리고 별종들
조(祖)와 종(宗) 그리고 별종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1.04.06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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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의 문방사우]
좌구산 명상구름다리. 증평군 제공
좌구산 명상구름다리 모습으로 칼럼과 관련없음. 증평군 제공

조선시대 임금을 표현할 때는 조(祖)와 종(宗)이라는 묘호를 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 성종, 태종 등 ‘종’이 들어가는 왕과 태조, 세조, 정조 등 ‘조’가 들어간 왕이 있다. 1392년 이성계가 쿠데타로 나라를 세우고 일제에 의해 패망하게 된 1910년까지 무려 518년 동안 지속됐던 조선엔 27명의 왕이 있었다. 묘호는 왕이 정사를 돌볼 때 그 이름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승하하면 종묘(宗廟)에 신위(神位)를 모실 때 붙이는 호(號)다. 임금이 죽고 ‘3년상(喪)’이 끝나면 새로 등극한 임금과 2품 이상 대신들이 모여서 왕의 묘호를 의논해 결정했다.

조(祖)의 묘호는 나라를 세운 공이 있거나 반정(反正)·국난(國難) 극복을 통해 중단됐던 나라의 정통(正統)을 다시 세운 왕에게 붙였다. 조(祖)의 묘호를 쓴 왕은 태조, 세조,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 등 7명뿐이다. 1대왕 태조는 나라를 창업했으니 당연히 조(祖)의 묘호를 사용했다. 7대왕 세조는 단종을 몰아내고 계유정난을 일으켜 ‘새로 나라를 건국한 것과 같은 공’이라 해 조(祖)의 묘호를 쓰게 되고, 선조(임진왜란 극복)와 인조(병자호란 극복)도 조(祖)를 쓴다. 순조는 철종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본디 순종(宗)이었다가 순조(祖)로 격상시켰다. 영조와 정조도 실은 영종, 정종 묘호로 사용되다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선대의 묘호를 ‘조’로 바꾸게 된 것이다. 조선 26대 임금 고종 또한 대한제국을 창업하고 초대 황제가 됐으니 ‘종’이 아닌 ‘조’의 묘호를 받아야 하지만 그때는 이미 대한제국이 멸망하고 일제강점기여서 ‘조’가 아닌 ‘종’이 됐다.

이에 반해 왕위를 정통으로 계승한 왕 또는 덕(德)이 우세하거나 선왕의 뜻을 잘 계승해 종묘사직을 지킨 왕에게는 종(宗)의 묘호를 추증했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임금은 ‘종’이란 묘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조선시대 최고의 임금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이 ‘조’가 아닌 ‘종’의 묘호를 받았다는 건 아이러니다. 조나 종의 묘호를 붙이지 못한 임금은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둘 다 폐위돼 ‘군’으로 강등돼 불리게 된 경우다.

대한민국은 1948년 이승만(1~3대)으로부터 시작돼 19대 문재인에 이르는 73년 동안 19명의 대통령을 겪었다. 2명은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아 24년 독재했다.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철권통치하에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기간은 멀쩡했던가. 따지고 보면 참으로 비루하고 옹색하다. 4명은 감방에 갔고, 1명은 자살했으며 1명은 저격당했다. 만약 19명의 대통령을 조선의 ‘조’와 ‘종’으로 인수분해 한다면 어떤 묘호가 나올까.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은 ‘조(祖)’이고 나머지는 종(宗)일까. 분명한 사실은 시간이 흐르고 다른 시대가 오면 모두가 왜곡되거나 격상된다는 것이다.

조선왕조 500년은 그들(왕)만의 세상이었고 후대엔 빛나는 역사로 기록됐다. 백성들의 삶은 기구했고, 처참했으나 문장으로 엮는 기록은 다분히 왜곡된 측면이 많다. 대통령의 시대도 마찬가지다. 그들만의 세상일뿐 국민들의 삶은 피폐하다. 더 좋은 대통령과 덜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 덜 나쁜 대통령들을 모시고 살았다. 하지만 훗날 역사는 이들을 대단한 대통령으로 포장하며 거룩한 성현(聖賢)으로 기록할게 뻔하다.

나쁜 짓을 해서 감방에 가도 대통령님, 국민들의 삶이 무너져도 대통령님이다. 서민적일 것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아도 그 자리에 가면 왕 같은 처세를 하니 대통령님이다. 왕조시대와 다를 바 없다. 더구나 그 밑에는 간신 같은 이들이 역사를 희화화하고 조롱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진절머리 나는 정치라도 끝까지 지켜봐야한다.

정치는 일상이다. 신학기면 올라가는 등록금과 자취생들의 ‘일용할 양식’ 라면 값 인상도 정치와 연관된 것이다. 군대 간 애인의 안전도 정치와 관련돼 있고 사장님과 연봉협상을 하는 것도 정치행위다. 그러니까 정치는 자신을 챙기는 행위다. ‘정치는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며 욕을 하더라도 정치를 지켜봐야 하고 정치인을 감시해야 한다.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는 ‘더러워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우린 굶주린 백성이 아니라, 이 땅의 정정당당한 진짜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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