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도 반해버린 50년 순댓집
장관님도 반해버린 50년 순댓집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2.28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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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전통시장 내 ‘맛샘식당’의 순대 명인 김영자 씨
순대국밥·부속고기 식도가들 사이서 명성 자자
이동필 전 농림장관 단골집…정성·친절이 비결
세종시 유일 편육도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들어
조치원 전통시장 내에 있는 ‘맛샘식당’ 김영자 사장은 순대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디어붓
조치원 전통시장 내에 있는 ‘맛샘식당’ 김영자 사장은 순대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디어붓

세종시(조치원) 전통시장 내에 있는 ‘맛샘식당’은 순댓국밥집이다. 시장 한편에 있는 듯 없는 듯 응달 뒤에 숨어있지만,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는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40년 넘게 한자리서 토종 수제순대와 돼지 부속고기를 다루고 있는 김영자(64)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순대 명인’이다. 1969년 지인(知人)이 차린 ‘순댓집’을 2대째 이어가고 있다.

식당은 선술집처럼 소박하다. 문밖에 쇠고리로 걸어놓은 부속고기들은 꼬들꼬들하게 말라가고 있고, 커다란 솥단지에서는 구수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가게 안의 테이블은 단 4개뿐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현대적 장치는 없다. 허름한 옛이야기가 빼곡할 뿐이다.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맛집’을 알리는 큰 액자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이동필 전 장관과 김영자 사장.
이동필 전 장관과 김영자 사장.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2013~2016)님이 단골이었죠. 국밥하고 돼지 부속고기가 맛있다면서 자주 들렀어요. 사실, 병천 순대는 조치원이 원조라고 해요. 솜씨 좋은 이곳 처녀가 병천 장터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는군요. 일반 순대와 달리 내장에 채소, 선지를 넣어 맛이 담백합니다. 순대는 장터음식이고, 병천(竝川)은 우리말로 ‘아우내’니까 길손이나 장꾼들에게 순대국밥만큼 싸고 맛좋은 음식도 없었을 겁니다.”

김 씨는 손님이 없는 밤에 가게 안에서 순대를 만든다. 돼지 창자 중 부드러운 소창을 깨끗하게 손질한 뒤 갖은 채소와 선지를 넣어서 삶는다. 집집마다 만드는 방식은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보편화된 순대와 다른 점은 당면의 양을 줄이거나 아예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에 선지와 찹쌀의 양을 늘리고 마늘, 생강 등으로 비린내를 없앴다.

모둠 안주와 술을 시키면 따끈한 술국이 곁들여 나온다. 돼지고기 냄새를 맛깔 나는 장으로 눌러 맑게 끓여낸 것이다. ‘모둠’은 귀때기, 오소리감투, 간, 허파, 암뽕(암퇘지의 자궁 부위), 염통 등 다양하게 나온다. 보통 뒷고기라 불리는 돼지머리 뒷덜미살을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해서 내어오기도 한다. 오소리감투(보살감투)는 돼지의 위장으로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좋아 ‘한눈팔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소리감투는 부추와 잘 맞아요.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비위를 강화시켜주죠. 무엇보다도 내장을 잘 삶는 게 실력입니다. 잡내는 다 빼고 좋은 향만 남겨야하니까 허투루 되지 않습니다. 삶아낸 내장을 잘 식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꼬들꼬들해요.”

부속고기 모둠안주. 미디어붓
부속고기 모둠안주. 미디어붓

돼지 부속품 한 점에 새우젓을 얹고 그 위에 잘 익은 김치나 깍두기를 올려주면 더할 나위없는 안주가 된다. 새우젓은 단백질 분해효소가 많아 돼지고기의 소화를 돕는다.

“내장은 굵은 소금으로 비벼서 여러 번 씻고 훑어 곱을 제거합니다. 암뽕은 잡내 나기 쉬운 부위라 된장과 밀가루로 씻습니다. 암뽕은 구이, 수육, 국밥 재료로 활용되는데 암뽕수육은 연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있어 인기가 높아요.”

이곳의 메뉴는 단출하다. 식사로는 순대국밥(6000원)이 유일하다. 2000원을 추가하면 양이 두 배인 곱빼기로 먹을 수 있다. 직접 만든 고소한 순대와 10여 가지의 돼지 부속물이 풍부하게 들어가 허전한 속을 뜨끈하게 데워준다. 김 씨의 장사 철칙은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변함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요령을 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하니 그만큼 몸이 곤하다. 특히 세종에서 유일하게 편육을 직접 만드는데 공정 자체가 시간싸움이다.

“모든 과정을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먼저 돼지머리를 깨끗이 닦고 다듬고 불순물을 걸러내 줍니다. 그리고 또 한 번 푹 삶아 경골뼈를 발라내죠. 그런 다음 잡내 잡는 재료를 넣어 다시 삶습니다. 버릴 거 버리고 남은 걸 틀에 넣어 하루 동안 높은 압력으로 꾹꾹 눌러주면 단단하게 모양이 잡힙니다.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이곳의 편육은 조미료와 양념을 쓰지 않는다. 때문에 시중 편육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기나 지방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만들다보니 조직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이다.

그녀는 친절을 가장 큰 ‘요리’라고 말한다. 손님맞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맛의 본말’을 잃게 된다고 믿는다. 값을 받더라도 맛있는 음식은 일종의 '보시'다. 그래서 항상 웃는다. 부족한 찬이 있는지 살피고, 식어버린 술국이 있는지 돌아본다. 손님의 온기를 챙기는 일은 식감을 데우는 일이다.

“머리뼈육수는 아무 것도 배합하지 않아요. 가미하면 할수록 깔끔한 맛이 사라집니다. 머리고기와 내장들도 깨끗하게 씻어서 삶고 식히면서 참맛을 찾아가지요. 꼬들꼬들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장터음식은 누추한 음식이 아니에요. 늘 먹고 즐기던 향토적인 맛입니다. 그래서 따뜻하죠. 생각만 해도 온기가 느껴지고 웃게 만듭니다.”

요즘 식당들은 자고나면 생기고 눈뜨면 사라진다. 생기는 식당은 희망을 품고, 사라지는 식당은 절망을 품는다. 반세기 동안 순대를 빚고 모둠고기를 다듬었던 김 씨의 좌우명은 ‘기본에 충실하자’이다. 맛있는 술 한상을 먹고 돌아서는 길, 그녀는 50년 이어온 정성으로 백년손님들을 오래오래 모시고 싶다고 했다. 고소한 국밥 향기가 시장을 감싸고 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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