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개불알풀’과 ‘봄까치꽃’, 여러분의 선택은?
‘큰개불알풀’과 ‘봄까치꽃’, 여러분의 선택은?
  • 미디어붓
  • 승인 2019.03.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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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에 훈풍이 살갗을 스쳐도 봄을 실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난 겨울이 남긴 황량한 풍경 때문일 겁니다. 그 흔적은 꽤나 질깁니다. 봄이 한창인 때에도 그늘이 짙은 곳엔 겨울을 넘긴 낙엽들이 덕지덕지 말라붙어있으니 말입니다. 확실하게 봄을 체감하고 싶다면, 수고스러워도 볕이 고이는 들판으로 나가야 합니다.

들판의 가장 낮은 곳은 본격적으로 봄이 다가오기 전부터 돋아난 새잎으로 빽빽합니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왁자지껄 난리도 아닙니다. 그 연둣빛 주단 위를 살펴보시죠. 눈동자를 닮은 작고 푸른 꽃송이들이 무수하게 흩어져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큰개불알풀과 만나신 겁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살곶이다리 부근에서 촬영한 큰개불알풀.
서울 성동구 행당동 살곶이다리 부근에서 촬영한 큰개불알풀.

큰개불알풀은 서남아시아 원산의 두해살이풀로, 19세기 초 유럽을 거쳐 오늘날에는 전 세계 온대지역에 퍼진 식물입니다. 큰개불알풀 외에도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등 친척들이 몇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녀석은 큰개불알풀입니다. 큰개불알풀의 손톱만한 꽃송이를 보면 접두사 ‘큰’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불알풀이나 선개불알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꽃과 열매 때문에 붙은 것뿐입니다.

귀화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큰개불알풀의 생명력 또한 대단합니다. 큰개불알풀은 매년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부터 전국 곳곳에서 눈에 밟히는데, 심지어 볕이 잘 드는 곳에선 겨울에도 꽃을 피우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큰개불알풀의 꽃송이는 매일매일 새롭다는 점입니다. 큰개불알풀은 늦은 오후가 되면 그날의 꽃송이를 땅에 떨어뜨리고, 다음날 새로운 꽃송이를 피워 올리거든요. 이 같은 큰개불알풀의 생명력은 강함을 넘어 열정적으로 느껴집니다. 큰개불알풀의 꽃말은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을 몸으로 직접 맞이해야 제 맛입니다.

이 작지만 어여쁘고 기특한 녀석에게 큰개불알풀이란 이름은 다소 민망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큰개불알풀이란 이름은 이 녀석의 일본 이름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를 그대로 번역한 것에 불과합니다. 일본인들의 눈에는 긴 줄기 끝에 달려 늘어진 열매의 모양새가 마치 개의 음낭처럼 보였나 봅니다. 비록 귀화식물이긴 하지만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꽃에 우리의 생각이 스며들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이 같은 유래를 아는 이들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이라는 의미를 담아 큰개불알풀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더군요. 서양인들도 큰개불알풀의 어여쁨을 아는지 ‘버즈 아이(Bird’s Eye, 새의 눈)’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습니다. ‘큰개불알풀’과 ‘봄까치꽃’. 여러분은 어떤 이름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하나마나한 질문인가요?

 

큰개불알풀을 만나는 방법 : 식물도감은 큰개불알풀의 개화시기를 5~6월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큰개불알풀은 이른 봄부터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그늘이 없는 들판을 찾으세요. 꼭 들판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하루 종일 햇살이 고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파릇파릇하게 새잎이 돋아난 곳이 보인다면 큰개불알풀이 꽃을 피우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큰개불알풀 주변엔 냉이, 광대나물 등 다른 꽃들도 많이 보이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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