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는 복지아닌 체감하는 복지” 따뜻한 돌봄으로 행복한 삶 지원
“퍼주는 복지아닌 체감하는 복지” 따뜻한 돌봄으로 행복한 삶 지원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3.1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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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는 "퍼주는 복지가 아니라 체감하는 복지를 지향한다"며 따뜻한 돌봄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이웃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복지재단 제공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는 "퍼주는 복지가 아니라 체감하는 복지를 지향한다"며 따뜻한 돌봄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이웃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복지재단 제공

국민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를 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 결국 ‘따뜻한 복지’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 국민 호주머니서 끝난다. 누리려면 돈을 더 내야하고, 덜 내면 덜 누리는 구조인 것이다. ‘복지천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이미 일정 수준의 복지를 갖췄고, 지속 가능성을 논하는 단계다.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는 ‘퍼주는 복지’가 아니라 ‘체감하는 복지’를 지향한다. 이는 시민들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찾고 이웃과 나눔으로써 생산적인 삶을 돕는 것이다.

“복지는 한마디로 행복한 삶을 위한 공정한 분배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한곳에 치우치거나, 어떤 한곳에 몰아주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 생깁니다. 국민들은 복지가 좋아지더라도 세금 많이 걷는 걸 싫어합니다. 일종의 복지 피로감이죠.”

대전복지재단은 맞춤형 나눔 공모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역사회 안전망 형성을 위해 동별 특성에 맞게 복지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자치구 ‘복지만두레’가 주축이 되고 민간복지기관과 자생단체들이 협력해 사각지대 직접 지원에 나선다.

“사람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합니다. 착각의 오류죠. 본인이 받아야 좋은 복지이고, 주는 건 좋지 않은 복지라고 여기는 겁니다. 그래서 나눔 정신이 필요하죠. 더 내고 덜 받는 것,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는 두루두루 악영향을 끼칩니다.”

정 대표는 지역 언론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문장(文章)에서 사회갈등을 치유하고 경쟁사회의 모순을 일갈한다. 텍스트엔 관계, 처세, 공감 등 다양한 삶의 화두가 던져져있다.

“요즘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숨 가쁘게 달리는 경쟁사회에서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해도 환경은 정반대의 길을 지향합니다. 전 처세를 중요시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엉킨 실타래를 풀고 상호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의 기분과 요구에 집중해 소통하면 됩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결국 마음입니다. 당나라 역사서인 신당서(新唐書)에 보면 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남이 얼굴에 침을 뱉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참기 힘든 수모도 잘 참아야한다는 교훈일 테죠.”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는 청나라 관리 정판교가 지은 ‘바보경’을 삶의 지침서로 여기며 공직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전복지재단 제공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

정 대표는 청나라 관리 정판교가 지은 ‘바보경’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가 삶의 지침서로 여기는 ‘난득호도경(難得湖塗經)’이다.

“지혜롭지만 어수룩한 척하고, 기교가 뛰어나지만 서툰 척하고, 언변이 뛰어나지만 어눌한 척하고, 강하지만 부드러운 척하고, 곧지만 휘어진 척하고, 전진하지만 후퇴하는 척하는 게 지혜로운 처신이자 장기적으로 이기는 지혜라는 것입니다. 먼저 손해 보는 쪽에 복이 온다는 진리겠지요. 물론 바보인 척 하라는 말은 고도의 전략이지, 진짜 바보가 되라는 건 아닙니다.”

정 대표는 걷는 걸 즐긴다. 대전에서 보령까지 1박2일 간 118㎞를 도보한 적도 있다. 생활하면서도 되도록 걸으려고 노력한다.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명상이 되고, 그 명상에서 일과 일터, 사람과 사랑의 방향성을 찾는다.

“세상은 정글이고, 인생은 그 정글 속에서 꿈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당장 코앞의 미래를 내다볼 여유조차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다들 똑똑한 척, 센 척하며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으니 전쟁이죠. 전진해야 할 때 전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반면 멈춰야할 때 멈추는 것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앞으로 가고 싶을 때, 그리고 멈춰야할 때를 알게 해주는 것이 걸음입니다. 4㎞의 거리도 처음 한걸음에서 시작되잖습니까. 멈춤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지혜라고 생각해요.”

그는 복지정책도 한걸음 한걸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첫걸음을 잘 디뎠을 때 목적지에 온전하게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효율적이고 독특한 시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연수의 경우에도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어요.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연수가 가끔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는 잘못된 방향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마치 외유나 여행을 가듯 목적성이 의심되는 연수를 갑니다. 그리고 베껴 쓴 듯한 보고서를 결과물로 내죠. 전 좀 더 현실적이고 실증적인 연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한곳에 머물며 체험하고 공부하는 체류형 수련을 하고 싶은 겁니다. 가령 어느 마을에 가더라도 지역민들과 대화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의 정서, 문화, 복지를 보고 배우는 거죠. 그래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복지체계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익혀야 제대로 된 복지시책을 정책화할 수 있을 거예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복지업무 시스템 위해 패러다임 바꾸고 싶어요

정 대표는 복지가 모래알이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법과 조례들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한다는 말도 곁들었다. 그는 노인 연령 상향을 예로 들었다.

“노인 기준 연령은 만 65세입니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의 기대수명 66.1세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40년 새 기대수명은 82세가 됐습니다. 요즘 65세면 청년입니다. 당시의 기준을 지금까지 유지한다는 건 문제가 많습니다. 노인 기준 연령을 5세 정도 높이면 정년퇴직 시점이 늦춰져 근로소득이 안정되고 연금재정에 여유가 생깁니다. 퇴직자인 60~64세 고용률은 60% 정도예요. 대부분 단순 노동이어서 벌이가 시원찮죠.”

정 대표는 공직에서 30년 넘게 몸담았다. 그래서 업무하는데도 시스템을 중요시한다. 시스템은 각 분야마다 기능과 역할을 나누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효율적인 체계다. 바꿔 말하면 분야별 직능별로 정확한 사명을 세우고 견고한 핵심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필요한 인재들을 그 구조 안에 등용하고, 투자 대비 사회적 성과가 효율적으로 나타나도록 조율한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찾아가는 자리가 아닙니다.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말이 오가지 않는, 오롯이 자리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래야 만사형통합니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을 보면 국가와 사회가 마련한 탄탄한 제도적 틀 안에서 개인은 그저 주어진 일상을 살아갑니다. 흔히 말하는 시스템이 받쳐주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닌 적소적재(適所適材)가 돼야 합니다.”

그는 복지업무에서 성과의 차이가 나는 것은, 미션이나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실행력의 차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실천을 중히 여긴다.

“정당하고 마땅하며 당연한 업무시스템을 만들고 순리대로 주어진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나이든 사람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해요. 어르신 아니면 꼰대죠. 그 기준은 젊은이들을 이해하려하느냐 아니면 가르치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하버드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75년 동안 724명의 인생 변화를 추적해봤더니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CEO와 상사의 본분은 배려입니다. 직원들을 배려해야 생산성이 발휘됩니다. 꼰대가 되면 성과가 나오지 않아요. 실천력이 뚝 떨어지죠. 꼰대가 아닌 멘토가 돼야 합니다.”

정 대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우리나라는 ‘돌봄이 필요한 사회’라고 했다.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다.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에 거주하면서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한다.

“복지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보장이라는 행정적 측면에 앞서 민과 관의 협력기반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결국 커뮤니티케어의 대상자들을 직접 마주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민간입니다. 지역주민을 조직하고, 자원을 개발해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역사회 허브역할 또한 바로 민간 복지의 핵심일 테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바뀌는 행정패러다임으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중복 수혜자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복지 수혜자들에게 복지예산을 누수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정 대표는 85년 7급 공채로 임용된 뒤 35년 동안 공직에 있었다. 대전복지재단은 이런 경륜과 노하우가 바탕이 돼 ‘누구나 행복한 삶’을 가꾸는데 도움을 주는 마중물이다. 그 결실이 지금 지역사회의 곳곳에서 ‘따뜻한 돌봄’으로 퍼지고 있다.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는

△대전시 복지여성국 노인복지과장 △대전시 자치행정국 시민협력과장 △대전시 기획관리실 정책기획관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체육관광국장 △대전시상수도 사업본부 사업본부장 △대전광역시장 표창(시정홍보유공) △국무총리 표창(국가사회발전유공) △대통령 표창(국가사회발전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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