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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섭 기자
  • 승인 2019.03.17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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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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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쳐!”

요즘 학생들은 알까요? 30여년 전에는 친구들과 헤어질 때 너무나 당연하게 썼던 말인데요, 지금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19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많은 물건들이 있지만 명실상부 당시 시대를 대표했다고 할 수 있는 물건을 꼽자면 바로 ‘삐삐’로 불렸던 무선 호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삐삐’의 전성시대였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가입자 수가 대한민국 인구 4500만명 중 무려 2000만명이 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경제활동 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무선호출기를 사용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당시만 해도 무선호출기의 등장은 디지털 혁명의 ‘끝판왕(?)’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통신은 물론, 은행 업무부터 집안 관리까지 모든 것이 가능해진 요즘 세상과 비교하자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당시에는 시커멓고 투박하게 생긴 ‘삐삐’ 하나가 문화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연인들은 쉴새 없이 그들만의 숫자 조합을 만들어내며 소통했으니까요.

0001, 002, 0024, 0098, 0404, 0242……, 첩보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암호 같은 숫자들의 조합은 연인들 사이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메시지였습니다.

0001 : 영원토록 변치말자, 002 : 영원히, 0024 : 영원히 사랑해, 0242 : 연인사이 등등 단지 숫자 몇 개를 나열한 것만으로 소통이 가능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첫 출시 때만해도 다소 비싼 가격 때문에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보급형 무선호출기가 본격 출시되면서부터 학생들이 ‘삐삐’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일이지만 당시에는 학생들이 무선호출기를 휴대하는 것과 관련해 ‘학생들의 삐삐 휴대, 이대로 괜찮은가?’하는 등의 토론이 벌어지고, 여론조사가 이뤄지는 등 엄청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무선호출기 휴대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 역시 등교 시간에 교문 앞에서 ‘삐삐’ 단속을 위한 소지품 검사가 매일 벌어지곤 했습니다.

학생들은 저 멀리 교문이 보이면 ‘삐삐’를 숨기기 위해 청테이프로 종아리에 붙이기, 학교 담장 너머로 던져놓기, 학교 앞 문구점에 맡기기 등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곤 했습니다.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꼼수(?) 대결은 지금 생각해도 그저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삐삐’의 전성시대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던 명성에 비하면 그 전성기는 생각보다 매우 짧았습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그 존재조차 잊혀진 물건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이후 시티폰이 등장했지만, 시티폰은 전성기도 없이 초라하게 단명(短命)하고 말았죠.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진화는 당분간 누구도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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