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과 친해지면 봄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냉이꽃’과 친해지면 봄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 미디어붓
  • 승인 2019.03.2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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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하면 떠오르는 첫 맛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냉이를 넣고 푹 끓인 된장국의 맛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수한 된장과 어우러진 향긋한 냉이만큼 직관적으로 봄을 확인시켜 주는 매개도 드물죠. 여기에 바지락이라도 몇 개 집어넣으면 말이 필요 없는 밥도둑이 됩니다. 냉이는 살짝 데쳐 소금과 들기름으로 무쳐 먹어도 정말 맛있죠. 그 맛의 각별함을 표현하는 일은 김훈 작가의 장편소설 ‘남한산성’의 문장을 빌리지 않고는 어려울 듯합니다.

“언 땅에서 뽑아낸 냉이 뿌리는 통째로 씹으면 쌉쌀했고 국물에서는 해토머리의 흙냄새와 햇볕 냄새가 났다. 겨우내 묵은 몸속으로 냉이 국물은 체액처럼 퍼져서 창자의 맨 끝을 적셨다.”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에서 촬영한 냉이꽃.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에서 촬영한 냉이꽃.

봄의 문턱에서 만날 수 있는 채소 중엔 유독 향기와 맛이 뛰어난 것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냉이는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누가 씨를 뿌리지도 않았는데도 볕이 내리쬐는 곳에선 어김없이 냉이가 먹음직스럽게 자랍니다. 겨우내 혹한을 견뎌낸 녀석일수록 향이 더욱 짙습니다. 혹한은 냉이가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냉이는 제철이 봄이지만, 과장을 보태면 한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눈에 띕니다. 그 증거는 작은 다발로 하얗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냉이를 즐겨 먹어도 냉이가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사실 냉이꽃은 봄에 너무 흔해서 발에 밟힙니다. 다만 꽃의 크기가 2~3㎜ 가량으로 매우 작아서 바닥에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생김새를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냉이는 아무리 꽃을 피워도 잡초로 무시당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냉이와 친해지려면 일단 땅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잠깐의 수고를 견디면, 우리가 봄이면 흔히 먹는 식재료가 무시로 피워내는 앙증맞은 꽃이 새삼 놀랍고 감동으로 다가올 겁니다. 이름을 알고 꽃을 직접 살펴보니 한결 더 냉이와 가까워진 것 같지 않은가요?

냉이의 꽃말은 “봄 색시,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입니다. ‘체액처럼 퍼져서 창자의 맨 끝을 적시는’ 냉이된장국의 맛을 떠올려 보면 참으로 냉이다운 꽃말입니다. 또한 냉이는 봄에 절대 홀로 오지 않습니다. 냉이꽃을 주변을 살펴보면 함께 피어있는 들꽃들이 정말 많거든요. 냉이꽃과 친해지는 일든 더 많은 들꽃들과 친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냉이꽃을 만나는 방법 : 식물도감은 냉이의 개화시기를 3월에서 4월로 설명하는데, 사실 냉이는 날이 따뜻하면 2월부터 꽃을 피운 모습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름과 가을에도 흔하게 꽃을 피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 냉이를 가장 쉽게 만나는 방법은 밖으로 나와서 인도를 걷는 겁니다. 아래를 바라보며 인도를 걷다 보면,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길가에서 꽃을 피운 냉이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봄에 도시의 길가에서 볼 수 있는 꽃의 태반이 냉이꽃일 정도로 그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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