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민중의 지팡이
일그러진 민중의 지팡이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9.04.01 11: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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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증인으로 나선 배우 윤지오 씨가 경찰에서 지급받은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수차례 눌렀지만 10시간이 지나서야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국민적 관심을 받는 주요 사건 증인의 신변보호에 구멍이 뚫리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윤 씨는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 측에서 지급한 위치추적장치 겸 비상호출 스마트워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며 경찰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숙소에 수상한 가스 냄새가 나고 출입문 잠금장치가 갑자기 잠기지 않는 등 원인모를 상황에 위협을 느껴 스마트워치의 호출 버튼을 눌렀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녀가 호소한 청와대 청원 글은 하루 만에 25만여 명이 공감하는 등 경찰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찰은 긴급호출 시 112로 자동 신고 되도록 설정돼 있으나 윤 씨가 긴급 호출을 했음에도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궁색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주요 사건의 신변보호 업무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800여 명에 달하는 신변보호 대상자를 위한 경찰의 신변보호 제도를 향한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오죽하면 윤 씨가 경찰의 신변보호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사비를 들여 24시간 사설 경호원을 쓰고 있겠는가.

뒤늦게나마 관할서인 서울 동작경찰서장이 그녀를 만나 공식 사과한 뒤, 경찰 인력을 배치하는 등 뒷북 대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警察)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사회의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 또는 그 일을 하는 조직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찰은 정말 그러한 일을 하고 있는가.

문제는 경찰의 행태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윤 씨에 대한 신변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녀가 증인으로 나선 후 그를 미행한 자가 누구이고, 그를 미행한 자의 죄상을 밝혀내는 일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미행당하는 상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교통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하는 등 정체모를 위협에 시달려야 했던 만큼, 그녀의 신변에 위협을 가한 이를 붙잡아 사전에 그러한 악행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될 때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유일한 목격자가 아니라, 목격자 중 증언에 나선 유일한 증언자일 뿐이라는 그녀의 주장에 응답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제라도 피해자나 증인, 목격자가 어떤 사건에 대해 정의롭게 증언하고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버닝썬 사건과 경찰 유착, 장자연 리스트 사건, 김학의 사건 등으로 경찰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신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때가 왔다.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폭행당한 신고자를 출동한 경찰관이 되레 겁박하는 客反爲主(객반위주)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경찰을 믿으라고 하는 것은 방귀 뀐 놈이 성내는 賊反荷杖(적반하장)과 다를 게 없다.

국민들은 장자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힘겨운 고행을 이어가는 배우 윤지오 씨가 더 이상 눈물짓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처벌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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