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도 돈벌이가 되는 세상
국민건강도 돈벌이가 되는 세상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8.12.13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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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에서 민간의료보험이 없는 한 노동자가 수술비 부담으로 잘린 2개의 손가락 중 한 손가락만 선택하는 모습. 사진=스폰지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는 민간의료보험이 없는 한 노동자가 수술비 부담으로 잘린 2개의 손가락 중 한 손가락만 선택해 접합해야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를 통해 미국 민간의료보험제도와 영리병원의 부조리한 실태를 신랄하게 다룬다. 돈 없는 환자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돼 죽음으로 내몰린다.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1호 영리병원 설립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영화에서 잘린 2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고뇌하던 노동자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제주도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가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아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을 쐈다.

영리병원은 이름 그대로 주식회사처럼 투자자를 모아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인(병원)을 말한다. 이번에 허가된 녹지국제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 자원을 결합해 외국인 환자 위주로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해당 병원은 진료과목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은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병원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연구비·인건비·시설확충 등 병원의 설립 목적에 맞게 재투자해야 한다. 반면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만을 치료한다는 전제로 질병 치료를 통해 돈벌이를 합법적으로 허용해 공공의료체계 붕괴, 진료비 상승 등 의료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건강권에 대한 헌법 가치와 의사의 진료 거부를 불허한 의료법 등을 내세우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1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이 국내 공공의료체계의 와해를 우려하며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내국인 진료로 확대될 것이고, 의료 공공성 훼손으로 국내 공공의료체계를 허물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질문에 51.3%가 동의했다.

영리병원은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하는 구조로 투자자의 소득 극대화를 위해 의료의 공공성이나 보편적 서비스를 도외시할 가능성이 높다. 또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적용을 받지 않기에 의료비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고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시작으로 향후 영리병원이 늘어나면 의료비 인상과 의료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 결국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근간으로 하는 공공의료체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보건의료는 근본적으로 사회서비스이며 일종의 공공재와 같기 때문에 투자자의 소득 극대화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없다. 빈부격차에 따른 진료의 차이는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훼손하고 의료 공공성을 후퇴시킨다.

녹지국제병원을 신호탄으로 국내에 영리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 영화에서처럼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이 현실화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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