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결핍 혹은 집착에 의한 상처 '내담자'
[신간]결핍 혹은 집착에 의한 상처 '내담자'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4.12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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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 제공.
예미 제공.

2011년 '전구눈올빼미의 빛나는 호기심'으로 제19회 눈높이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세잔(김세호) 작가가 도서출판 예미에서 신작 소설 '내담자'를 출간했다. DNA, 성(性) 그리고 집단 심리상담을 통해 개인의 내밀한 욕망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사랑과 욕망이 어쩌면 시인의 감수성으로, 어진 이의 마음씨로 섞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학은 불가능이라고 하지만 연금술은 물과 기름을 아주 쉽게 섞을 수 있다고 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 사랑과 욕망의 연금술을 익혀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는 것은 나를 알기 위한 것입니다. 섹스는 인간의 욕망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사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성(性)을 찾아야 해요. 거기엔 타인의 성을 이해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인류는 이성 간의 성적 결합에 의해 존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니까요.”
소설은 생물학 분야에서 노벨상에 필적할 정도로 권위가 있는 로잘린드 재단의 논문상에 한국인 최초로 수상자로 선정된 이지야 교수가 내한해 성후가 다니는 대학에서 DNA와 인간의 성(性) 그리고 욕망의 관계에 대한 강의로 시작된다. 몇 번에 걸친 이지야 교수의 강의에 참석하며 성후는 어린 시절 이후 오랫동안 간직해온 자신의 내밀한 욕망에 대해 고찰하는 한편 또 다른 강의 참가자 후비와 가까워지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이지야 교수의 도발적인 강의 내용은 학내에 분란을 일으키고 결국 강의는 취소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지야 교수는 성후에게 의존증 환자들의 집단상담에서 진행을 맡아 조교로 동참해달라는 제안을 하고, 성후는 이지야 교수의 지도하에 또 다른 조교 심미나와 함께 집단상담에 참여한다. 이 집단상담을 통해 성후는 인간의 성과 욕망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DNA 과학과 인간의 성 그리고 사랑과 욕망의 관계에 대한 이지야 교수의 강의를 중심으로 한 전반부와 의존증 환자들과의 집단 심리상담을 중심으로 한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체 관통하는 것은 강의와 심리상담에 참여하면서 어린 시절의 경험 이후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자신의 성과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주인공 성후를 비롯한 후비, 이지야 교수 등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성찰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DNA 과학, 심리상담 그리고 인간의 성과 욕망, 사랑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독자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자신의 욕망에 대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욕망으로 표현되는 언어를 다스리고 마음을 읽어내는 것! 그 사람의 결핍을 알고 채워지길 바라며, 숨은 의도는 물론, 기저에 자리 잡은 바람을 알아들을 필요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섹스란 진정한 앙상블, 어쩌면 메타-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르죠.” --- p.52
“인간은 보통 100조 개의 세포를 가지고 있고 세포 하나하나마다 33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DNA유전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중에 ‘모험가의 DNA(DRD4-7R)’라고 하는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는 인간행동마저 결정짓는 역할을 합니다. 외부정보에 반응하는 뇌의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부위를 발달시켜 뭔가 새로운 일을 접하면 도파민을 분비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 p.59
“우리가 살며 사랑하는 이유는 세로토닌을 위한 것이야. 세로토닌을 위한 행동이 자기연민에 사로잡힌 DNA의 망령에서 벗어날 유일한 대안이야. 참, 음악만큼 세로토닌 분비에 도움 주는 것도 없지.” --- p.113
만약 훌륭한 사람이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면 이지야 교수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DNA의 도파민에 굴하지 않고 세로토닌을 위해 자기희생마저 기쁘게 받아들이는, 요컨대 도파민형 아닌 세로토닌형 인간!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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