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오토바이 부릉부릉!
4.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오토바이 부릉부릉!
  • 미디어붓
  • 승인 2019.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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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출발전. 미디어붓
라이딩 출발전. 미디어붓

다음엔 ‘탈것’에 대해 고민했다. 자전거를 타느냐, 자동차를 타느냐의 문제였는데 왠지 자동차는 호사인 거 같아 논외로 접었다. 문제는 오십 줄을 훌쩍 넘긴 두 사람이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할 수 있느냐는 거였다. 자전거 인증구간 길이만 따져 봐도 자그마치 1853㎞에 달한다. 한강종주(아라한강갑문-충주댐 192㎞), 아라자전거길(아라서해갑문-아라한강갑문 21㎞), 오천자전거길(행촌교차로-합강공원 105㎞), 금강자전거길(대청댐-금강하굿둑 146㎞), 영산강 자전거길(담양댐-영산강 하굿둑 133㎞), 섬진강자전거길(전북 임실 섬진강 생활체육공원-전남 광양 배알도수변공원 149㎞), 제주 환상자전거길(제주도 해안도로 일주 234㎞), 동해안 자전거길 강원 구간(고성 통일전망대-삼척 고포마을 242㎞), 동해안 자전거길 경북 구간(울진 은어다리-영덕 해맞이 공원 76㎞), 북한강 자전거길(밝은 광장-춘천 신매대교 70㎞), 새재자전거길(충주탄금대-상주 상풍교 100㎞), 낙동강 자전거길(상주 상풍교-낙동강 하굿둑 385㎞)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양(量)과 체력적 나이를 고려했을 때 자전거 전국일주는 무리였다.

도보(徒步·걷기) 여행을 생각했으나 이 또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두 바퀴도 힘들고, 두 발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걷느냐, 타느냐의 문제는 결국 속도로 귀결됐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싸게(저비용) 갈수록 속도는 느리고, 돈이 들면(고비용) 속도는 빨라진다.

탈 것과 안 탈 것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이, 여행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걸을 수도, 탈 수도 없는 상황) 더더구나 전국 국토를 종(縱)으로, 횡(橫)으로, 지그재그로 누비려면 적당한 기동성이 필요했다. 이때 절묘한 절충안이 나왔다. 바이크 라이딩(bike riding·오토바이)이었다. 자동차보다는 느려도 자전거보다는 빠른 스피드 경제학이 절실한 시점에서, 바이크는 최적의 탈것(vehicle)이었다. 탈것에 대한 고민은 최선이 아닌 차선, 최악만큼은 피한 차악으로 결론 났다.(사실, 모든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인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도 자전거를 좀 더 편하게 타기 위해 고안된 최초의 바이크였다)

다음날, 오토바이 구입에 나섰다. 오토바이는 생각보다 가짓수가 많았고, 가짓수가 많은 만큼 공부할 것도 많았다. F차라 불리는 ‘스포츠 투어러’는 장거리를 쉬지 않고 쾌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자동차로 치면 스포츠 세단이다. 그냥 ‘투어러’는 여행을 위해 태어난 바이크다. 1300㏄ 정도 되는 넉넉한 배기량은 장거리 여행에도 무난하다. 크루저는 ‘아메리칸 바이크’라고도 불리는데 1500~2000㏄의 배기량에 속도는 120㎞/h 정도다. 모터사이클 황제 ‘할리’(1690㏄)도 여기에 속한다. 이 밖에 오프로드, 모토크로스&엔듀로, 모타드, 트라이얼, 멀티퍼퍼스가 있고, 배달하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언더본(underbone) 등이 있다.

오토바이 판매점 주인은 바이크 문외한인 우리에게 자꾸 높은 단가의 기종만 추천했다. 그러나 비용과 운전이 문제였다. 출력이 높을수록 속도가 빨라 안전을 담보하기도 어려웠다. 큰 차체를 감당할 체력 또한 걱정이었다. 몇 시간에 걸친 실랑이 끝에 스쿠터(scooter)를 선택하자 상인은 손사래부터 쳤다. 스쿠터로는 전국 일주는커녕 동네 밖도 위험하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동네 슈퍼나 장 보러 갈 때,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에 서류 떼러 갈 때 타는 게 스쿠터라며 폄훼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작아도 좋았다. 당장 가속레버(오른쪽 손잡이·스로틀 그립)와 브레이크만 있으면 족했다. 그래서 손에 잡은 게 혼다 SCR110 알파(105㏄)와 스즈키(SUZUKI) 익사이트(125㏄)였다. 상인 말대로 장거리는 좀 무리일 듯 보였지만 만족했다. 바퀴의 지름이 보통의 오토바이보다 훨씬 작았고 엔진(50~60㏄)도 의자 밑에 장착돼 있어 ‘두 바퀴’라는 외형적 복장 외에는 두드러지는 게 없었다. 한편으론 걱정도 했지만 일단 헬멧을 구입하고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기도 장착했다. 짐칸도 따로 달았다. 최적화 시스템을 갖추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배낭을 꾸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텐트, 침낭, 코펠, 솜바지를 포함한 여러 벌의 옷, 속옷, 양말, 수건, 캠핑의자, 버너, 바닥매트, 세면도구, 인스턴트식품, 간단한 양념류, 소형 랜턴, 카메라, 다용도 칼, 지도, 의약품 등등…. 나중에 보니 짐의 크기가 오토바이 크기보다 세 배는 족히 넘는 듯했다.

정작 오토바이 라이딩 장비는 부족했다. 헬멧과 장갑이 전부였다. 둘 다 청바지와 보통 겨울용 점퍼를 입기로 했다. ‘바라바라밤~’이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장비가 없으니 바람을 한 몸에 받는 취약한 상태였다. 가죽 재킷, 바이크 롱부츠는 물론 튜닝용품, 액세서리도 없었다. 바이크를 타려면 기본적으로 프로텍터(Protector)를 입어야 한다. 프로텍터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재킷 속에 입는 갑옷 같은 보호용구를 말한다. 상체와 무릎, 등, 척추를 감싸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에 있어서 약간의 결핍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뜨는 태양이지만 태양을 소유한 사람만이 매일 아침 달라지는 태양빛을 발견하듯이.

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뒷장에 여러 번 언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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