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충청도 온기(溫氣)는 산과 바다마저도 순박하다
7. 충청도 온기(溫氣)는 산과 바다마저도 순박하다
  • 미디어붓
  • 승인 2019.05.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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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보물리. 미디어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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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라이딩으로 만난 바다는 사람과 멀리 있지 않다. 아주 가까이서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의 삶을 지켜본다. 그래서 서해는 인간적이다. 마치 등목 같다. 벌건 대낮에 웃통을 다 벗어던지고 등에 찬물을 끼얹는 듯 전율을 준다. 수평선은 어가(漁家)와 맞닿아있다. 언제라도 배를 띄우고 삶의 한가운데로 몰입할 수 있도록 시간 사이에 틈을 벌려 놓았다. 바다는 사람의 시간을 따라 움직인다. 어부들은 이른 새벽부터 바다에 기댄다. 만선의 어부사시사를 부르며 질긴 생애를 낚아 올린다. 비늘처럼 반짝이는 투망질은 심연의 돛대를 펄럭인다.

들녘은 엽록소를 잔뜩 머금고 망울을 터뜨린다. 생로병사의 생멸(生滅)이 뚜렷하다. 생로병사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생(生)과 노(老)가 함께 있고, 병(病)과 사(死)가 고리에 연결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로병사의 길 위에서 오랜 시간 누비고 누비며 단단한 표피를 만들어냈다. 양피지(羊皮紙)를 닮았다.

마을 입구는 여지없이 커다란 느티나무로 전설을 만들고, 구전의 얘기들을 남긴다. 구슬픈 신파조(新派調)가 아니다. 장단으로 치면 조금 느린 중모리다. 구술과 전설 사이에서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굽이를 돌고 돌아 깎아지른 절벽엔 노송(老松)이 뿌리를 박고 하늘을 짊어지고 있다. 그 도입이 압도적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산이 많으면 골이 많은 법이니, 천산만학(千山萬壑)이다.

충청(忠淸)은 전형적인 농가가 기본 구성이다. 산과 들은 높고 낮음이 공존하는데 서쪽에 이를수록 그 허리춤이 낮아진다. 적당한 유격으로 자리 잡은 집들. 논은 집에서 조금 멀리, 밭은 집 담벼락 너머에 붙어있다.

시골사람들은 태양과 바람, 샘, 땅의 기복에 맞춰나가면서 주변 환경과 격의 없는 관계를 이뤄나간다. 때문에 가장 편안하면서도 가장 안온한 평지에 주거지가 모여 있다. 옆집은 옆집의 온기를 전하고, 그 옆집은 또 다른 옆집의 체온을 전한다. 굴뚝이 서로 대치하지 않는 이유는 마당과 마당 사이의 유격 때문이 아니다. 집과 집의 거리는 매큼한 연기를 분산시켜 실례를 범하지 않고, 저녁밥의 고소함까지 은밀하게 날라주는 마음의 폭이다. 집은 낮은 둥지일수록 안온하다. 낮은 곳에서는 여하튼 북새를 떨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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