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다양한 지명 속에 숨어있는 삶의 슬기로운 흔적들
15. 다양한 지명 속에 숨어있는 삶의 슬기로운 흔적들
  • 미디어붓
  • 승인 2019.07.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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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부수리 전경. 미디어붓
당진 부수리 전경. 미디어붓

지명중에는 천체·기상에 관한 지명이 많다. 우리의 뿌리는 본디 농경사회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사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80~90%에 이르렀다. 벼, 보리, 오이, 수박, 배추 등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날씨였다. 태양·행성·달·혜성·소행성·항성·성단(星團)·성운 등을 낱낱이는 알지 못해도 하늘의 뜻을 읽어내고, 하늘의 상서로움에 의지해야 했다. 당연히 농사문화를 배경으로 한 지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양지·음지·월평(月坪)·칠성(七星)은 태양과 달, 별에 대한 숭고한 받듦이다. 사근(沙斤)·장(庄), 평촌(坪村)·여덟배미(八夜) 등도 개간·농경·농지·제언(堤堰)·간척·농경·농산물·농막(農幕)·방축 등에 관련된 지명이다.

돌이나 물의 색깔도 영향을 미친다. 물이 깨끗하고 맛이 좋아서 달천(達川)·감물(甘勿)·달내(甘川) 강이다. 산천·해호(海湖)·천정(泉井) 평야는 지형에서 유래했고, 산곡(山谷)은 말 그대로 산·고개·바위 등지에서 생활하는 터를 상징한다. 산중 사람들은 산세나 특징에 따라서 단순한 산·악·봉 외에도 산봉우리를 특화하는 경우가 많다. 노고단(老姑壇)은 산꼭대기에 제단이 있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며, 제주도에서는 산을 ‘오름’이라 하여 올(兀)·쉬(犀)자를 쓰고 있다. 산을 나타내는 갈미·부리·수리·모로·두리·덤·터·대(垈)·당·암(巖)·망(望) 등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하천도 지명에 영향을 미쳐 하동(河東)·강서(江西)·수변(水邊)·천변(川邊)의 이름이 붙었다. 전국의 해안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자연지명은 대부분 곰(熊)·검(黑)·굼(穴)·감(甘)·금(金) 등과 반도나 곶을 나타내는 갑(岬)·곶(串)·단(端)·감(堪)·두(頭)·말(末)자 등이 많다.

조선 말기까지 지방행정의 경계 지역에 토계(土界)·지계(地界)·지경(地境) 등의 이름이 보이는데, 인제현과 양양현의 경계를 뜻하는 한계(限界)에서 유래한 한계령(寒溪嶺)이 경계지명의 대표로 꼽힌다. 읍성(邑城)도 많아서 한성·화성·고성·음성·보성·의성 등 전국 각지에 성 지명이 무수히 분포하고 있다. 역·원·파발 등의 지명으로는 사리원(沙里院)·조치원(鳥致院)·구파발(舊擺撥)·파발막(擺撥幕) 등이 있다. 나루터의 경우에도 벽란도(碧瀾渡)·목도(牧渡)·노량진(露梁津)·영산포·(榮山浦) 등이 지명으로 남아 있다.

관아·행정지명은 궁궐·내수(內需)·관아·관직·단묘·능묘·행정 등에 관련된 지명이다. 소나무·버드나무 등의 수목이나 목벌(木伐)·판막(板幕) 등의 임업에 관한 지명, 금·은·동·철 등의 지하자원과 이를 거래하던 점(店)·막(幕)·소(所)·장(場)자 지명도 산간 지역에서 많이 보인다.

요업의 상징인 사기(沙器)·와동(瓦洞) 등의 지명도 전국에 널리 분포한다. 여행자를 위해 만든 주막(酒幕)·떡전(餠店)·거리(巨里, 街里) 등을 비롯하여 노(路)·정(程,亭)·장승(長丞)·참(站)·관(館) 등의 글자가 붙은 지명도 많다.

교통 상 중요한 분기점에는 사거리·분기(分岐)·나들이·구(口) 등의 글자가 붙은 지명이 많고, 고개 밑에는 영하(嶺下)·현저(峴底)·대치(大峙) 등 스스로 자세를 낮춘다.

또한, 당진(唐津)·왜관(倭館) 등과 같이 교역 상대국의 국명을 딴 지명이나 탐라(耽羅)에 대한 탐진(耽津: 강진), 한성(漢城)으로 건너가는 한진(漢津: 당진시 신평면) 등 상대 지역의 이름을 딴 지명도 있다. 서울의 묵동(墨洞)·연촌(硯村)·필암산(筆巖山: 지금의 佛巖山)은 먹·벼루·붓으로 서로 지기(地氣)를 보완하려는 것이며, 비봉(飛鳳)·와룡(臥龍) 등은 풍수지리 지명이다.

민족종교가 차츰 체계화됨에 따라 당(堂)·성황(城隍)·입석·지석 등과 같은 지명이 생겨났고, 불교가 널리 포교됨에 따라 절골·탑골·미륵·관음 등의 불교지명이 많아졌다. 한편 외래어가 지명으로 된 것도 있으며, 혼용·오용·쟁탈지명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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