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성(性)은 터부의 대상이 아니라 정직한 몸의 언어
16. 성(性)은 터부의 대상이 아니라 정직한 몸의 언어
  • 미디어붓
  • 승인 2019.07.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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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통정리 가는 길.
하동 통정리 가는 길.

예로부터 성(性)을 이야기할 땐 적잖이 당혹스럽다. 야릇함을 내놓고 드러내야 하는데 숨기려고 하니 오히려 더 야릇해진다. 은밀하게 내통하고 내밀하게 조바심을 내는 이 묘한 정서는 사실상 위선에 가깝다. 겉으로는 음담패설(淫談悖說)이라고 낮보면서도 뒤로는 야담(夜談)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입’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정작 ‘말’은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성(性)은 터부(taboo)의 대상이 아니라 금기해서는 안 될 정직한 몸의 언어다.

야담(野談)은 구전되던 설화적 모티브들이 입과 입을 건너면서 끈적거리는 와이담으로 변했다. 이 Y담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술자리에서 함부로 떠드는 말’을 ‘와이단’(わいだん)이라 했는데, 여기에 말씀 ‘담(談)’자를 붙여 그렇게 됐다. 타인의 침실을 궁금해 하면서도 자신의 침실은 철저하게 숨기려는 음흉한 사교(社交), 그런데 알고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性)은 인간사에 있어 중요한 화두였다. 외설 담(談)은 대부분 간통과 외도(外道), 성기, 성행위에 대한 직설적 묘사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기록보다는 구전이 많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편자 미상의 설화집인 <고금소총>은 남녀의 육담(肉談)이 노골적이다. 소문이나 풍문으로만 듣던 엄청난 거남(巨男), 강녀(强女)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니 음담기서(淫談奇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입으로 전해지는 구비(口碑) 설화의 속성은 대담함을 뛰어넘어 육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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