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곧추서지’ 않는 밤…‘거시기’는 괴로워!
18. ‘곧추서지’ 않는 밤…‘거시기’는 괴로워!
  • 미디어붓
  • 승인 2019.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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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장면.
라이딩 장면.

안서리(충남 부여군 옥산면)

부여군 옥산면은 서해안 고속도로, 서천-공주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 요지다. 물론 군도·지방도를 경유해야한다. 다행스럽게도 도로는 잘 포장돼 라이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폭신하게 느껴질 정도다. 옥산저수지를 끼고 넓은 들이 맘껏 폐활량을 늘린다. 마을은 너무나 조용해 인기척이 없다. 마을 뒤 매끄러운 등성이는 마른나무 삭정이를 햇빛에 반사시키며 눈부시게 빛난다. 구릉엔 푸른 낙엽이 쌓이고 잡목 사이로 한 움큼 햇살이 젖어든다. 바람 또한 곱게 잠이 들어 아늑하다. 주변에 숨 쉬는 것은 오직 산의 정령뿐이다. 곳곳에 핀 야생화는 농군 아낙의 그을린 손등처럼 거칠면서도 한없이 애절하다.

부여군 옥산면 ‘안서리’는 이름만 들으면 웃프다. 하지만 지명의 속뜻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남다르다. 서쪽에 있는 평안한 고을(安西里)이란 뜻이다. 안서리에서 선사시대 고인돌이 발견된 것을 보면 취락지로도 매우 양호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서리의 동쪽에는 안동리(安東里)가 있다.

‘남자의 물건’을 말할 때 ‘거시기’라고도 하는데 재밌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조정 회의에 백사(白沙) 이항복이 늦게 나타나자 한 대신이 나무랐다. 그러자 이항복이 말했다. “오는 길에 기가 막힌 구경거리가 있어서 늦었네. 글쎄 내시와 중이 붙어 대판 싸우는데 내시는 중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고, 중은 내시의 거시기를 잡고 늘어지는데 참 가관이더구먼.”

듣고 있던 대신이 혀를 찼다. “이 사람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나.” 이항복이 되받았다. “우리가 모여서 늘 하는 일이 이런 탁상공론이 아닌가.”

이처럼 거시기는 직접 말하기 곤란한 부분을 지칭할 때 쓰인다. ‘거시기는 거시기할 때 거시기 하다’고 말하면 누구나 다 알아듣는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있다. 홍어의 ‘거시기(홍어X)’는 아무 짝에도 쓸데없다는 의미다. 홍어 수컷 꼬리에 돌출돼 있는 ‘거시기’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없고 가시까지 붙어있어 잘못 다루면 손만 다친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홍어 수컷을 잡자마자 생식기를 뽑아버렸다. 더욱이 암컷보다 수컷 값이 헐값이어서 일부 상인들은 생식기를 잘라내고 암컷으로 속여 팔기도 했다. 암수는 서로 가시를 박고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암컷이 낚시에 걸리면 수컷이 등에 업힌 채 따라 올라온다. 결국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姦淫) 때문에 죽는다.

개불은 앞에 ‘개’ 자로 가렸지만 남자의 거시기를 가리키고 전복과 홍합은 버자이너(vagina)다. 멍게의 본딧말인 ‘우멍거지’는 포피가 덮여 있는 포경상태의 어른 성기를 가리키는데, 번데기 같은 구멍을 통해 물을 쏘아 대는 습성이 있어 영어 이름도 ‘바다 물총’이다. 이처럼 물고기의 이름에도 남녀 ‘거시기’를 상징하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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