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통정리’ 지명 쓰는 곳은 세 군데···‘통정(通情)’ 아니에요
20. ‘통정리’ 지명 쓰는 곳은 세 군데···‘통정(通情)’ 아니에요
  • 미디어붓
  • 승인 2019.08.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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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통정리 정류장.
부안 통정리 정류장.

통정리(충남 당진시 석문면)

오토바이 라이딩의 장점은 피사체를 끌어안는 파인더의 ‘끌림’이다. 우리가 걸으면서 보는 풍경은 대개 1차원이다. 똑같은 풍경을 똑같은 시선으로 본다. 시속 4㎞이니, 10분이면 670m의 반경 내에서 복기하듯 볼 뿐이다. 자동차는 최소 80㎞로 달리며 피사체를 본다. 당연히 온전한 풍경을 읽을 수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충) 겉만 보며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바이크 라이딩은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거리에서 모든 풍경을 포착한다. 전혀 지루하지도, 지루할 틈도 없다. 골목길, 농로, 심지어 마을의 안마당까지도 편하게 오가며 기억의 파인더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다. 통정리의 너른 들녘과 넓은 바다를 가장 안온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바이크이기에 가능하다.

당진시 석문면은 아산만과 인접해있다. 송산면 가곡리에서 장고항리를 잇는 석문방조제 품에 안겨있다. 길이는 10.6㎞로, 우리나라 단일방조제 중 가장 길다. 이곳 통정리는 통할 통(通)에 고무래 정(丁)을 쓴다. 고무래는 곡식을 그러모으고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를 때, 아궁이의 재를 긁어모으는데 쓰는 도구다. 그래서인지 고무래로 땅을 평평하게 편 듯 넉넉한 평지와 완만한 구릉성 지대다.

전국에 ‘통정리’란 지명을 쓰는 곳은 세 군데다. 물론 남녀가 정을 통한다는 ‘통정(通情)’이란 한자를 쓰는 곳은 없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통정리는 통할 통(通)에 우물 정(井)을 쓴다. 마을을 따라 두포천이 길게 흐르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경남 하동군 양보면 통정리는 물건을 담는 통을 뜻하는 통 통(桶)에 우물 정(井)자를 사용한다. 단교천을 따라 우복소류지와 서재소류지가 자리하고 있는 점을 보면 지명이 지형지물과 기묘하게 어울린다. 즉 통정마을은 통샘(널로 짜 만든 우물)이 있었다 는 뜻이고, 일명 통새미라고도 칭한다.

‘통정’은 교유다. 일방적이지 않다. 서로 한쪽만 응시하고 한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가볍지 않은 사랑을 하다보면 ‘통정’은 ‘바람’에 가까워진다.

바람은 치우친다. 어느 경우에도 한쪽으로 기운다. 관성을 타고 났다. 가고자 하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으면 밀고 나간다. 바람은 가볍지도, 착하지도 않다. 인간사에 불어 닥치는 바람(風)은 그 어떤 자연풍보다 육중하고 거칠다. 처녀총각, 유부남·유부녀를 파고드는 바람은 특히 독하고 파괴적이다. 처녀총각들에겐 겉바람 들게 하고, 과년한 여자들에겐 춤바람이 나게 한다. 간혹 ‘날파람’이라도 불면 궁둥이가 들썩 들썩이고, 물바람과 뭍바람은 사람과 사랑을 들쑤신다. 바람맞은 총각은 맞바람(마파람)을 피우고, 갯바람은 뱃사공의 술추렴을 부추긴다. 갈바람은 말라깽이의 쓸쓸한 육체를 쓰다듬고, 늦바람난 인간은 난봉 부리다 패가망신한다. 어디 그뿐인가. 식전 댓바람은 여편네와의 싸움을 부채질하고, 문틈사이 문바람은 뼈를 시리게 한다. 그래서 바람은 독종이자 별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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