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라이딩 중 먹는 간식은 여행지 특산품 활용하면 꿀맛
22. 라이딩 중 먹는 간식은 여행지 특산품 활용하면 꿀맛
  • 미디어붓
  • 승인 2019.09.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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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서 해먹은 미역라면.
기장서 해먹은 미역라면.

라이딩 도중 먹는 간식은 되도록 여행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지역특산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부산 기장의 한 포구에서 미역 라면을 끓였는데 바다 맛이 났다. 신의 한수였다. 미역의 싱싱한 내음이 면발의 식감을 쫄깃하게 살렸다. 반찬이 필요 없었다. 고추장을 젓가락으로 살짝 찍어 밑간 삼아 먹었다. 마치 테킬라 마시는 주법(酒法)과 비슷했다. (테킬라는 용설란의 즙으로 만든 멕시코 원산의 독한 술로 알코올 농도는 29~40%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손등 부분을 혀로 살짝 핥아주고, 이 부분에 소금을 살짝 흔들어주면 소금이 붙는다. 테킬라 잔과 라임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손 등의 소금을 혀로 핥아준 후 테킬라 한 잔을 들이마신다. 취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테킬라는 한 번에 입 안에 턴다. 그리고 체이서(chaser) 역할을 하도록 라임 한 조각을 빨아 마신다. 알코올을 마신 후이기 때문에 라임의 산 성분이 그리 시게 느껴지지 않는다.)

애호박 고추장찌개는 밥과 안주로 만족할만한 요리였다. 애호박을 숭덩숭덩 썰고 거기에 버섯과 청양고추를 넣는다. 고추장 두 스푼, 새우젓, 매운 고춧가루와 마늘을 조금 넣어 약간 걸쭉해질 때까지 조리면 끝이다. 돼지고기 목살(앞 다릿살)을 넣지 않았는데도 국물에서 고기 맛이 났다. 착한 가격에 달달한 맛을 본다는 건 호사였다.

우린 종종 전통시장에서 간단한 식재료를 구해 닭볶음탕, 뼈다귀감자탕, 참치찌개, 만둣국, 홍게 찜을 만들어먹었다. 최소한의 비용, 최소한의 식재료, 최소한의 양념으로 만든 야영 음식들은 거칠었지만 나름의 깊은 맛이 있었다. 특히 새우젓이 음식의 풍미를 살려주는 특급 게스트였다. 삼치 꽁치 갈치 준치 등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을 굽고, 김치 웃짐 얹어서 소주에 곁들이는 주먹 쌈도 좋았다.

가급적이면 호화스럽거나 배부르게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서글프게 들리겠지만, 자고로 야영 음식이란 목숨만 이어갈 정도면 된다. 이는 일찍이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도 한 말씀 했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나 생선이라도 입 안으로 들어가면 더러운 물건이 되어버린다. 삼키기 전에 벌써 사람들은 싫어한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귀하다고 하는 것은 정성 때문이니, 전혀 속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늘을 속이면 제일 나쁜 일이고, 임금이나 어버이를 속이는 것도 나쁘다. 농부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동업자를 속이면 모두 죄를 짓는 일이다. 단 한 가지 속일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자기의 입과 입술이다.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생각하여 입과 입술을 속이면 배고픔이 가셔 주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이러해야만 가난을 이기는 방법이 된다.”

결국 다산이 입을 속이라고 하는 것은 근(勤)과 검(儉)이다. 한마디로 모든 정력을 항문(肛門)에 바치지 말라는 얘기다. 맛있고 기름진 음식은 변(便·배설물)만 양산할 뿐이라는 다산의 음식론(論)이 큰 울림이 됐다.

여행 거리가 1600㎞에 이를 즈음, 강원도 양양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면회를 했다. 자가용을 타고 와서 만나는 상봉보다 더 뜨겁고 눈물겨웠다. 그날 먹은 탕수육과 간짜장, 홍게는 아들의 미소처럼 달디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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