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남성리·여자리·사내리·동성리···男과 女가 따로 사는 동네?
26. 남성리·여자리·사내리·동성리···男과 女가 따로 사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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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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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성리.
포항 남성리.

여자리(전남 여수시 화정면)

여수반도 서쪽 여자만(汝自灣) 중앙에 있는 섬마을인 ‘여자리’는 대동, 마파, 송여자 등 세 개의 마을로 구성된 동네다. 이 중 송여자도는 섬에 소나무가 많아 소나무 송(宋)자를 붙여 부르게 됐다고 한다. 여자도의 본래 이름은 ‘넘자섬’이다. ‘넘’은 넘는다는 뜻이며 ‘자’는 산을 말하는 고어로, ‘넘자’란 말은 섬의 높이가 낮아 파도가 산을 넘는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여자도는 여수에서는 여자만, 순천에서는 순천만이라 부르는 섬으로, 여자의 하이힐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섬은 여수에서 해로로 44.5㎞ 떨어져 있다. 하지만 여자도를 찾는 대부분의 승객은 감도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감도 선착장에서 ‘여자호’를 타고 7.4㎞를 가면 여자도에 도착한다. 여자호는 조그만 여객선이다. 여자만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1982년 수산자원보전지구로 지정될 만큼 수산 자원이 풍부하다. 2005년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 갯벌 중 가장 좋은 등급인 2등급의 갯벌로 지정할 정도로 피조개와 키조개를 비롯하여 각종 어종이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두레박만 던져도 고기가 가득 잡혔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여자만의 장어는 비싸긴 해도 인기가 좋다. 바다와 모래섬 그리고 갯벌…. 여자만은 눈부신 생명의 터전이다.

우리나라 지명을 보면 남성리, 여자리, 사내리, 동성리 등 남(男)과 여(女)가 따로 모여 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적지 않다. 일가친척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 있긴 하지만, 금남(禁男) 또는 금녀(禁女)를 상징하는 듯한 지명은 아무리 봐도 아리송하다. 남성리에는 남자만, 여자리에는 여성만, 동성리에는 같은 씨족만 사는 것이 아니다. 전남 여수시의 여자리와 전남 강진군의 남성리, 충북 영동군 고자리와 경기도 용인시 ‘유방동’도 묘한 짝이다. 경기도 포천시는 고려 때 ‘포주’라 불렸는데 이곳에 ‘화대리’와 ‘사정리’가 있다. 뜻과 소리를 동시에 취하는 우리말의 야릇한 겹침 현상이다.

풀 안 돋는 나라는/ 사하라 사막/여자 없는 나라는 /그 어디던가?

모든 여자여 / 나와 떠나자/애처로운 눈물이 / 핑 도는 곳, 속 타는 이 불길/

펄펄 뛰는 곳/ 아, 그곳은/ 여자가 사는 나라이어라

노자영의 시집 <처녀의 화환>중 ‘여자 없는 나라에’

우리는 이따금 여름 화로와 겨울 부채라는 뜻의 고사성어 ‘하로동선(夏爐冬扇)’을 인용한다. 아무 쓸모없는 말(言)이나 물건을 의미하는데, 특히 부부싸움을 비유할 때 쓴다. 부부는 평생 공존하는 사이지만 평소엔 끝없는 소모전에 시달린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을 하면서도 여름에 화로를 내놓고, 겨울에 부채를 내놓는다.

남자와 다툰 여자들의 말은 한결같다. ‘미안하다’ 한마디면 될 걸 끝까지 그 말을 안 하고 눙치려 드니 속이 뒤집어진다고. 그럼 남자들은 반박한다. ‘꼭 말로 해야 알아듣나?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 적당히 지나갈 줄도 알아야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자는 남자가 어물쩍 넘어가려는 수작이 싫은 것이고, 남자는 별 것도 아닌데 감정싸움으로 몰고 가는 여자의 수작이 싫은 것이다. 여자는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고, 남자는 진심 어린 믿음을 원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빨리 사과하는 건 잘못을 쉽게 인정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남자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건 불쾌한 행동의 기준을 낮게 잡기 때문이다. 이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말하는 사랑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남자는 고무줄이고, 여자는 파도라는 표현도 적절하다. 남자들은 도로 잡아당겨질 때까지 최대한 멀어지려는 특성이 있다. 자유와 독립을 원하는 것이다. 여자는 사랑 받는다고 느낄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바뀌면 사정없이 곤두박질친다. 그 파도가 맨 밑바닥을 칠 때 그녀는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쉬운 상태가 되고, 사랑을 더욱 필요로 한다. 결국 사랑의 전제조건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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