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남녀 생식기관 칭하는 성기(性器) 지명 '야릇하네'
31. 남녀 생식기관 칭하는 성기(性器) 지명 '야릇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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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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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보성에서 비박하던 숲.
전라도 보성에서 비박하던 숲.

지보리(경북 예천군 지보면)/성기리(경남 합천군 가야면)

양반의 고장으로 손꼽히는 경북 예천군에서는 군수가 바뀔 때면 주민들이 군청으로 몰려가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보면 면민이나 지보리 주민들이 군수에게 지명을 바꿔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들딸이나 손주들이 외지로 유학을 가면 ‘지보’라고 놀림을 받은 게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지보’가 어때서 바꿔야 하느냐고 물으면 딱히 설명할 구실도 궁색하다. 그 이유야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고, 다 안다고 해도 말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이 마을의 지명이 언제 어떻게 정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명당자리 중 하나가 실제 여성의 성기를 거꾸로 해서 부른 것이라고 추측한다. 일설에는 신라 경덕왕 때 지보(知保)에서 지보(智保)로 바뀌었고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지보면이 됐다고 전해진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예천군 지보면 지보리에는 우리나라 8대 명당 중 하나로 꼽히는 ‘정묘’가 있는데, 그게 바로 동래 정씨 제학공파 중시조로 예문관 직제학과 진주목사 등을 지낸 정사(1400~1453)의 묘라는 점이다. 풍수학자들은 이 자리가 옥녀단좌형(玉女端座形)의 명당으로 묘혈은 여자의 자궁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정묘의 주산은 옥녀봉으로, 반대편에 있는 조산인 비봉산은 우람한 남성형을 띠고 있다. 그래서 풍수가들은 지보리의 지형이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 중심에 정사의 묘가 자리 잡고 있어 명당 중에 명당이라고 꼽는다. 그래서인지 실제 정사의 후손 중에 수많은 정승이 배출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출발,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곤란해 ‘지보’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 아래의 ‘지보암’이라는 돌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도 말한다. 그러니 아무리 계면쩍은 지명이라고 해서 고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남녀의 생식기관을 칭하는 성기(性器)라는 지명을 고수하는 곳도 세 곳이나 있다. 전남 고흥군 점암면 성기리(聖基里), 경남 거창군 주상면 성기리(聖基里), 경남 합천군 가야면의 성기리(城基里)다.

이런 이상야릇한 지명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인 1913~1914년 행정구역 개편과정에서 이뤄졌다. 사람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고치게 한 1940년 ‘창씨개명(創氏改名)’에 앞선 ‘창지개명(創地改名)’이라 할 수 있는 단군 이래 최대의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자행된 곳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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