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볕’의 기운이 샘솟는 양지바른 들녘
34. ‘볕’의 기운이 샘솟는 양지바른 들녘
  • 미디어붓
  • 승인 2019.1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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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양기마을
고성 양기마을

양기리(충남 보령시 남포면)

바이크 라이딩의 진정한 가치는 경제성이다. 기름 값 가성비가 최고이고, 풍광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다. 오토바이로 가지 못할 곳은 거의 없다. 자동차로 다니기 힘든 고샅길이나 오지를 달릴 수 있고, 정해진 경로를 이탈할 때도 편리하다. 한마디로 ‘도로가 아니어도 좋다’다. 비박을 하다가 장보기가 필요하면 복잡한 전후과정 없이 가속레버만 당기면 끝이다. 거치할 땅도 ‘몇 뼘’이면 족하다. 조그마한 자투리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파킹이 가능하다. 이런 일련의 편리성은 여행의 거추장스러움을 줄여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시골길을 달릴 때는 이만한 호사가 없다. 점점이 흩어져있는 집과 울타리, 산과 구릉, 나무와 바람 사이를 주유(周遊)하는 느낌은 가히 환상적이다. 말 그대로 양기 충만이다.

‘양기리’란 지명은 전국에 3곳이 있다. 모두들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충남 보령시 남포면에 있는 양기리(陽基里)는 마을 뒤로 차령산맥의 한 줄기가 시작된다. 양기리 마을은 조선말엽엔 남포군 신안면의 지역인데 양촌리와 기동리로 나뉘어져 있다가 양촌과 기동의 이름을 따서 양기리라 했다. 자연마을로는 강당, 새밭, 신머리, 텃굴 등이 있다. 강당은 양촌 동쪽에 있는 마을로 강당이 있었다. 새밭은 양촌 북쪽에 있는 마을로 전에는 새밭이었다고 한다. 텃굴은 양기리에서 으뜸괴는 마을로 큰 소나무가 많았는데 나라에서 궁궐의 기둥으로 썼다고 한다.

안성시 공도읍 양기리(兩基里)는 물이 맑은 곳이다. 만수저수지로부터의 물줄기가 마을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흐른다. 자연마을로는 정봉, 봉기, 들말 등이 있다. 정봉은 해주 오씨의 종중산(宗中山) 끝에 위치하고 있는 봉우리다. 해주 오씨의 문중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며 고무래로 재물을 긁어 들인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봉기는 봉황들이 잠시 쉬었다가 날아갔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양기리(陽基里)는 보령 양기리의 지명과 한자가 같다. 평지가 대부분의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동쪽에 문천지가 위치해 있으며, 서쪽에는 부림들과 양기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자연마을로는 양기, 고아원 마을 등이 있다. 고아원 마을은 6·25전쟁 후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1960년경에 고아원을 만들었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양기마을(양기리)엔 볕의 기운이 솟는다. 양기(陽氣)와 양지(陽地)는 기운과 장소라는 차이 외에 공통적으로 ‘볕’을 지향한다. 양기(陽氣)는 햇볕의 따뜻한 기운, 혹은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활발한 기운을 말한다. 자식을 낳으면 강하게 자라나기를 염원하며 이름을 지을 때도 선천운기를 잘 살펴서 부족한 기운을 보완한다. 하지만 하늘의 양기가 위로 오르려고만 하고 땅의 음기가 아래로 내려가기만 한다면 둘의 교류는 성립될 수 없다. 그래서 조화가 필요하다. 부부관계도 그렇고 상하관계도 그러하다. 음기(陰氣) 가득한 정치도 마찬가지다. 여야 정쟁은 세상에서 가장 추잡한 음기(陰氣)다. 국민들은 언제쯤 정치 없는 세상에서 볕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때때로 인생은 양면성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차가움 속에서 따뜻함을 찾는 것은 소요(騷擾)다. 진정한 봄날은 때때로 불어대는 차가운 바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두렵지만 설레는 것이다. 세상사 돌아가는 것이 봄 같지 않지만, 봄이 있어야 여름이 오고, 가을과 겨울도 온다. 어둠의 심연이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양기가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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