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거세 당한 슬픔, 못다 핀 꽃 한 송이
36. 거세 당한 슬픔, 못다 핀 꽃 한 송이
  • 미디어붓
  • 승인 2019.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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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노동리.
부안 노동리.

고자리(충북 영동군 상촌면)

충북 영동군 상촌면과 강원 삼척시 노곡면에 ‘고자’마을이 있다.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高子里)의 경우는 ‘고자’를 한자로 적으면서 ‘고정’(高亭·높은 언덕의 정자)으로 잘못 적으며 나온 지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북한 지명과 달리 고자리는 영동 민주지산 자락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해 산수가 수려한 아름다운 산골마을이다. 삼척시 노곡면 고자리(古自里)는 당초 월산천(月山川)이 북류하여 마을 남쪽에서 땅 속으로 스며든다하여 처음에는 ‘들녜골(入古洞)’이라 부르다가 그 후 고자리라 이름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한편, 고자리는 충남과 전북에서 구더기를 일컫는 방언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잎벌레의 애벌레를 뜻하기도 한다.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잎 두~고 가신님아 /가지위에 눈물 적셔놓고 /이는 바람소리 남겨놓고 /앙상한 가지~위에 그 잎새는 한~잎 /달빛마저~구름에 가려 /외로움만 더해가네//밤새 새 소리에 지쳐버린 /한잎 마~저 떨어지려나 /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김수철 1집 <못다 핀 꽃 한 송이>

생식기관이 불완전한 남자를 고자(鼓子)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고자는 절망이다. 못다 핀 꽃 한 송이다. 살아있어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로 치부되기도 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다. 원래는 있었는데 사라졌으니 고장(故障)이다. 식욕 못지않은 성욕을 강제적으로 거세당한 슬픔은 남성성(性)의 파괴다. 고자는 남자로서 생식기는 멀쩡하나 이성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중국과 이슬람권에서는 왕의 하렘 관리를 맡기려고 일부러 성기를 잘라 고자를 만들었다. 형벌을 받아 절단하는 것을 궁형, 스스로 절단하는 것을 자궁(自宮)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 환관, 내시에게도 은밀히 자궁이 행해졌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 자궁(自宮)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강진(康津)에 한 가난한 사람이 아들을 낳자, 겨우 사흘 만에 군적(軍籍)에다 올려놓고 군포(軍布)를 징수하러 왔다. 바칠 재물이 없다고 하니까 소를 몰고 가버렸다. 그러나 해마다 내야 할 군포를 감당할 길이 없자 세 살 난 아들의 고추를 잘라버렸다.”

가난한 효자나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스스로 거세를 하고, 자신의 양물을 팔아 생활고를 해결했다. 특히 내시의 절단된 양물은 ‘보(寶:재수있고 가치 있는 물건)’라고 하여 비싼 값에 팔렸다. 또한 내시가 동성(同姓)의 가난한 아이를 사다가 거세를 시키고 양자를 삼는 일도 있었다. 거세(去勢)는 대략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졌다. 거세할 부분에 명주실을 챙챙 돌려 묶어, 피가 통하지 않게 한 뒤 스스로 썩어 떨어지게 하는 방법과 도자장(刀子匠)이라고 하는 기술자가 하얀 끄나풀로 아랫배와 허벅지의 윗부분을 묶고는 절단했다.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100여일이 걸렸는데 잘라진 별신(別身)은 그가 죽었을 때 관(棺)에 넣어 함께 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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