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화대리(禾垈里)는 연꽃이 물에 떠있는 형상의 명당자리
45. 화대리(禾垈里)는 연꽃이 물에 떠있는 형상의 명당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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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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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방석리서 휴식 중인 라이더
포항 방석리서 휴식 중인 오토바이.

화대리(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경기도 포천하면 막걸리부터 생각난다. 일동과 이동의 술은 명주이거니와 막걸리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철원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남서쪽으로 비켜서면 산정호수가 나온다. 그곳에서 다시 37번과 87번을 경유해 조금 남진하면 포천이다. 시내를 관통하며 막연하게나마 취흥에 젖은 누룩 향을 떠올리지만 예상은 빗나간다. ‘주선(酒仙)의 동네’라고 심증까지 더해봤으나 술내는 없다.

이곳 일동면에 ‘꽃값’을 떠올리는 화대리가 있다. 누룩과 효모가 사람 사이의 닫힌 걸쇠를 풀어주고 팽팽했던 삶의 끈을 풀어 주리라 오해할 만도하다. 하지만 거나하게 발효된 풍경은 아니다. 마을 앞에는 사직천이 흐르고 동쪽에는 명지산이 솟아있다. 그곳에는 마구렝이(마곡), 무리울(물우리), 사기막, 왼부리(맥구), 지청동, 무른대미(운담), 한 나무곡 등의 자연부락이 있다. 화대리(禾垈里)는 연꽃이 물에 떠있는 형상의 명당자리가 있어, 꽃이 있는 장소 또는 그 터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도 한자까지 똑같이 쓰는 화대리가 있다. 경지가 넓게 펼쳐져 있는 평지에 자리한 농촌마을로, 오른편에 낙동강의 지류가 흐르는 마을이다. 자연마을로 화대, 고인돌골, 사기점골마을 등이 있으며, 화대마을은 본 리(里)가 시작된 마을이라는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뻑뻑한 막걸리를 큼직한 사발에다가/ 넘실넘실하게 그득 부은 놈을 처억 들이대고는/ 벌컥 벌컥 벌컥 한입에 주욱 다 마신다/ 그러고는 진흙 묻은 손바닥으로 입을 쓰윽 씻고 나서/ 풋마늘대를 보리고추장에 꾹 찍어 입가심을 한다/등에 착 달라붙은 배가 불끈 솟고 기운도 솟는다. -채만식〈불가음주 단연불가(不可飮酒 斷然不可)〉중에서

아버지 주름 틈에서 막걸리가 뽕짝이 되어 흐른다. 어머니 작은 손에 박힌 옹이에선 구수한 신파명조의 술이 발효된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인생의 삼합(三合)’은 가난과 노동과 눈물이었다. 이 때 슬픈 넋두리를 위로하는 시(詩)가 막걸리였고, 젓가락 두드리며 희망을 노래하던 흥타령이 막걸리였다. 코흘리개 시절, 막걸리 심부름을 하며 한 모금 한 모금 도둑 술을 마셨던 기억은 여린 취기(醉氣)다. 시치미 뚝 떼고 술 주전자를 내밀면 아버지는 벌건 볼과 풀린 눈을 모른 체 하며 가벼워진 주전자를 기꺼이 받았다. 술의 양은 줄었지만, 아이가 술의 발효만큼 쑥쑥 자라고 있다는 ‘귀여운 일탈’로 본 것이다. 질긴 풀과 억센 밥을 먹는 식구들 사이에서 향긋한 이야기로 익어가던 우리네 술 ‘막걸리’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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