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자동차도 사람도 오토바이를 무시한다
50. 자동차도 사람도 오토바이를 무시한다
  • 미디어붓
  • 승인 2020.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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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해변가에서 만난 포니 자동차.
기장 해변가에서 만난 포니 자동차.

수청동(경기도 오산시)

바이크 라이딩에서 가장 난감한 코스는 도심이다. 특히 취재 목적에서 꼭 거쳐야 할 곳이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 아주 당혹스럽다. 한적한 시골길이나 탁 트인 해안길, 평지를 달릴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도심에는 숱한 난관이 도사린다. 소음과 배기 공해는 물론,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도로도 복잡해서 목적지를 단숨에 찾아가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는다. 오산시 수청동을 향한 라이딩도 그중 하나다. 오른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고 북서쪽으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서오산JC 방향)가 있으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형국이다.

자동차는 오토바이를 무시한다. 사람도 오토바이를 무시한다. 달려도 욕하고, 천천히 가도 욕을 한다. 모두의 배려 밖에서 위험한 도로를 지나쳐야하니 모험이다. 도심을 한군데라도 거쳐 가는 날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몹시 피곤하다. 때문에 도심을 경유할 땐 본의 아니게 세상의 모진 룰에서 벗어나 앞만 보고 내달린다. 자진해서 하는 라이딩이 아니라 강요에 의한 라이더의 입장으로 빠라빠라밤 ‘배달족’이 되는 것이다.

오산시 수청동이 관심을 끄는 것은 춘향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수청’ 때문이다. 전북 남원도 아니고, 춘향이 고향도 아닌 곳에 ‘수청’이란 지명을 쓴 것은 예상과 달리 ‘물’과 관련이 있다. 충남 당진과 경기 오산에 있는 수청동(水淸洞)은 예부터 맑은 물이 흐르고, 늘 솟는 샘터가 있어 그런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경기도 광주시 남종리,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전북 정읍시 칠보면, 경남 사천시 정동면에도 수청리가 있으며, 평안북도 삭주군 도령리의 동북쪽에도 수청리가 존재한다.

“번화하던 옛일은 티끌 따라 흩어지고, 흐르는 물은 무정한데 풀은 저절로 봄이구나. 해질녘 불어오는 봄바람에 새 우는 소리 처량한데, 떨어지는 꽃잎은 누각에서 몸을 던진 녹주를 닮았구나.”

변 사또의 수청(守廳)을 거부하던 춘향이가 이 도령을 그리워하며 읊은 시다. 춘향전은 기본적인 내용은 같으면서도, 부분적으로 내용이 다른 이본(異本)이 120여 종에 달한다. 원본이 어떠하든 개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변 사또와 춘향이의 기본 얼개는 ‘수청’과 ‘수절’이다.

당시 사또(使道·원님)가 고을에 부임하면 관기의 명부를 확인하고 기생 점고(妓生點考)를 받는다. 즉 기생 명부에 등재된 인원과 실제 인원이 일치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변 사또는 이미 춘향의 미색을 들은 터라 그 이름을 꼭 집어 찾는다. 이때 아전이 고하길 ‘춘향은 대비정속(代婢定贖)’하여 빠졌다고 한다. 대비정속이란 관기와 양반 사이에서 난 자녀에 한하여 자기 집 여종을 바치면 천민을 벗어나게 해주는 제도다. 춘향이는 이미 양민이었고, 이몽룡과 혼약까지 했으니 수청을 거부할 명분이 충분했다.(조선 최고법전인 경국대전에도 ‘관원은 기녀를 간할 수 없다’고 명기돼 있음) 그런데도 변 사또는 수절을 물리고 수청을 강요한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인원점검에 불참했다는 사유로 옥에까지 가뒀으니 말 그대로 ‘억지춘향’이다.

춘향은 변 사또의 노류장화(路柳牆花:누구나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라는 뜻으로 몸 파는 여자를 빗댄 말)에, 변 사또는 춘향의 불사이군(不事二君:두 명의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에 발끈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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