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수청은 해야 하는 것이고 수절은 하지 않는 것
51. 수청은 해야 하는 것이고 수절은 하지 않는 것
  • 미디어붓
  • 승인 2020.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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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비박 중 만난 강풍.
동해안 비박 중 만난 강풍.

충북 단양에는 퇴계 이황과 관기 두향의 애달픈 사랑(수절)이 눈물보다 더 진하게 전승되고 있다. 퇴계는 1458년 단양군수를 제수 받을 즈음 잇단 불행을 겪었다. 두 번째 부인마저 사별하고, 둘째 아들도 요절했다. 수심에 가득 차 단신 부임한 그에게 수청을 든 관기가 18세 두향이다. 두향은 미모는 물론 거문고와 시문이 뛰어나고, 매화에도 조예가 깊었다. 매화를 좋아한 퇴계는 단양의 절경을 즐기며 두향과 시를 논했고, 이내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퇴계는 형이 충청감사로 발령 나면서 상피제에 따라 9개월 만에 경상도 풍기군수로 떠나야 했다. 두향은 퇴계와 노닐던 강선대 밑에 초막을 짓고 평생 수절하며 일편단심 그리움 속에 살았다. 두향은 퇴계가 1570년 안동에서 숨을 거두자 곡기를 끊고 초막에서 굶어죽었다. 수청으로 시작해 수절로 끝난 것이다.

수청과 수절은 ‘정반대’를 지향한다. 수청은 좋든 싫든 간에 해야만 하는 것이고, 수절은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이다. 불특정대상(아녀자·기생)이 특정대상(벼슬아치·연인)을 향하는 헌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첩(妾)’이란 포지션이 애매하다. 첩은 한 남자와 본처 사이에서 수청도, 수절도 아닌 반쪽짜리 삶을 산다. 남편의 권세를 등에 업으면 권첩(權妾), 남편의 벼슬을 위해 몸을 파는 경우는 ‘절첩(節妾)’이라고 불렀다. 과거에 급제한 선비들이 금의환향하는 길에 얻는 ‘객첩(客妾)’도 있다. ‘습첩(拾妾)’은 소박맞은 여자가 새벽녘에 봇짐을 든 채 성황당(서낭당) 밖에서 처음 만나는 남자를 따라가는 것이다. ‘헌첩(獻妾)’은 형을 면해 달라고 관원에게 딸을 첩으로 바치는 것이고, 잉첩(媵妾)은 시집갈 때 여동생이나 조카를 데려가는 풍습이다. 첩은 젊고 싱싱한 몸일 때는 사랑을 받지만 늙거나 아들을 낳지 못하면 내쳐진다. ‘세상살이 첩살이처럼 곤고한 것이 없다’는 속담은 처와 첩 간의 ‘수청’ 고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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